- 이천시, 민원·부지 면적 부족 등 거부 처분…법원 ‘재량권 일탈․남용한 위법’

효자원은 이천시 백사면 조읍리에서 2003년부터 장례식장을 운영해 온 법인으로, 지난 2024년 7월 인근 부지에 화장로 3기를 갖춘 사설 화장시설을 설치하겠다는 신고서를 이천시에 제출했다.
이에 대해 이천시는 △주민 간 갈등 심화 △주민 동의 미비 △도시계획시설 기준 미달 △부지면적 부족 △학교·아파트 인접 등을 이유로 설치신고를 거부했고 효자원 측은 “거부 사유가 법적 근거 없이 부당하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 원고 (효자원) 주장
효자원 측은 “행정절차법상 요구되는 사전통지 및 의견제출 기회를 제공하지 않았고 현장 실사 이후 아무런 보완 요청 없이 거부처분을 했다”라며 절차적·실체적 하자가 모두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장사법 제15조 제2항에 따라 설치신고가 법령상 요건에 부합하면 수리해야 하며, 민원이나 갈등은 정당한 거부 사유가 될 수 없다”며 본 시설이 도시계획시설 관련 기준이 적용되지 않는 점, 부지의 주차 공간 활용 가능성 및 공공복리 기여 가능성을 강조했다.
또한, 이천시가 제시한 ‘시립 화장시설 건립 예정이어서 불필요하다’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당초 거부 사유와 기본적 사실관계가 달라 새로운 주장으로서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 피고 (이천시) 주장
이천시는 장사법 및 도시계획시설규칙 미충족 등을 사유로 거부처분이 불가피하다고 맞섰다.
시는 “효자원이 제시한 부지는 평균 기준에 비해 면적이 작아 충분한 주차 공간과 문화·조경시설 등을 확보하기 어렵고, 인근 학교 및 아파트와의 거리로 인해 지역사회와의 부조화가 불가피하며, 지속적인 민원과 주민 간 갈등 우려가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장사법과 그 시행령은 구체적인 설치 기준을 명확히 규정하지 않아 보충적으로 도시계획시설규칙이 규정한 요건을 충족하고 있는지 검토할 수밖에 없고 설치 기준이 요구하는 시설물과 주차장 등이 제대로 마련될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고 밝히고, 덧붙여 “이천시립 화장시설 건립이 이미 추진 중으로, 민간 화장시설의 필요성이 낮다”는 입장도 내세웠다.
# 법원 판단 주요 요지 ‘모든 거부 사유, 법적 근거 없다’
재판부는 먼저 “신청에 따른 처분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의 거부는 당사자의 권익을 제한하는 처분이 아니므로, 사전통지나 의견 청취의무가 없다”며 “절차상 하자가 있다는 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고 밝혔다.
다만, 이천시가 제시한 모든 거부 사유가 법적 근거가 없거나 입증이 부족해 실체적 하자가 있다고 판단했다. 실체적 하자에 대한 주요 판단 요지는 다음과 같다.
① '민원과 주민 갈등은 정당한 거부 사유 될 수 없어'
재판부는 "장사법 제15조 제2항에 따라 시장은 설치신고가 법에 적합한 경우 이를 수리해야 하며, 단순한 민원이나 주민 갈등은 정당한 거부 사유가 될 수 없다"며 “이천시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집단 민원으로 볼 수 없고, 갈등 수준 역시 설치를 불허할 정도로 입증되지 않았고 이 사건에서 집단 민원이 존재했다는 증거도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② '부지면적 작더라도 기준 충족 계획이 있다면 수리 대상'
부지면적이 1,223㎡로 일반 화장시설 평균인 7,809㎡보다 작아 기준에 미달한다는 이천시의 주장에 대해서 “효자원이 사설 화장시설 기준에 맞게 설치 계획서상 필수 시설과 주차장 등 각종 시설 설치 계획을 갖추고 있었고, 기존 장례식장과 연계 운영이 가능하다”면서 “부지 면적만으로 거부하기엔 근거가 부족하다”고 보았다.
③ '도시계획시설 규칙은 적용 대상 아냐'
이천시의 국토계획법에 따른 ‘도시계획시설의 결정 기준’을 근거로 부적합하다는 주장과 관련해서는 “화장시설은 도시·군 관리 계획 결정이 필요한 대상이 아니므로 해당 규칙을 직접 적용할 수 없다”며 “설령 참조하더라도 효자원의 계획이 조경·주차장 확보 등 기준을 충족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④ '학교·아파트 인접 부조화 주장 ‘근거 부족’'
이천시는 인근 아파트와 학교(직선거리 약 290m 내외)를 들어 '주변 지역 부조화'를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국토계획법 시행령에 해당 내용을 규정한 조항도 없고, 단순 민원은 정당한 거부 사유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⑤ '이천시립 화장장 추진은 새로운 주장…법적으로 허용 불가'
이천시의 “시립 화장시설이 2029년까지 완공될 예정이므로 본 시설은 불필요하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이 사유는 최초 처분의 사유와 기본 사실관계가 달라 새로운 주장으로 볼 수 있으므로 법적으로 허용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지방자치단체는 지역주민의 화장에 대한 수요를 충족할 수 있는 화장시설을 갖추어 점검해야 하는 점, 화장시설에 보건 위생상 위해가 있음을 특별히 확인할 수 없는 점, 화장시설의 필요성이 인정되는 점, 예정부지 옆에 장례식장이 있고 거주지 또는 학교와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있으므로 화장시설 설치를 허용하더라도 인근 주민들에게 추가적인 정서적․환경적 위해가 발생할 가능성은 적다”고 밝혔다.
결국 재판부는 “정당한 거부 사유가 없음에도 설치신고를 받아들이지 않은 거부처분에는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하자가 있으므로 거부처분은 위법하다”고 판결하고 소송비용도 이천시가 부담하도록 주문했다.
한편, 이번 판결은 지방자치단체가 주민 민원을 이유로 법령에 부합하는 사설 화장장 설치를 일방적으로 거부할 수 없다는 점을 명확히 한 판례로, 향후 유사한 사안에 대한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유인선 경인본부 기자 ilyo0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