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퇴 윤씨와 사업가 최씨, 이정필이 이종호에 보낸 ‘감형로비 대가 8천’ 배달사고설 두고 신경전
[일요신문] 윤석열 정부의 각종 비리 의혹을 둘러싼 특별검사(특검) 수사가 고강도로 전개되자, 피의선상에 오른 인물들은 일제히 혼란에 빠진 분위기다. 특히 '김건희 특검'과 '순직해병 특검' 양쪽 수사를 받다 구속된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와 주변 인사들은 사실상 와해 기류다.
'멋쟁해병'에서 탈퇴한 윤 아무개 씨(49)는 가장 주목받는 인물이다. 그가 삼부토건은 물론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혐의자들과도 접점이 많아 보이기 때문이다. 특검 수사에도 적극 협조한다고 전해졌다. 일요신문이 입수한 자료를 보면, 그의 입에선 각 혐의 주요 피의자는 물론 낯선 이름도 여럿 거론됐다. 친분도 두터워 보였다. 윤 씨 정체와 향후 특검 수사 범위 등에 관심이 쏠린다.
'멋쟁해병' 탈퇴 멤버 윤 아무개 씨(49)는 지인과 대화에서 이일준 삼부토건 회장(사진)과 아는 사이라고 밝혔다. 이일준 삼부토건 회장이 지난 7월 10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KT 광화문빌딩에 마련된 김건희 특검 사무실에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는 모습. 사진=최준필 기자#변호사에 언론사까지…"정보는 내가 줄게"
'멋쟁해병'은 고 채수근 해병 순직 사건 및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구명로비와 삼부토건 주가조작 의혹 등을 촉발한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 이름이다. 이 채팅방 존재를 폭로한 김규현 변호사와 이종호 전 블랙펄 대표, 전 대통령 경호처 소속 송 아무개 씨, 전직 경찰 최 아무개 씨, 사업가 최 아무개 씨, 사업가 윤 아무개 씨 6명이 참여했다.
'임성근 구명로비 의혹' 등을 수사하는 순직해병 특검팀(특별검사 이명현)은 최근 멋쟁해병 구성원 등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벌였다. 이를 통해 개인 PC와 휴대전화 및 기타 문서를 다수 확보했다. 특검은 무엇보다 사건 관계자들 사이 나눈 통화 내역과 녹취 등에 주목하고 있다.
일요신문은 이 가운데 멋쟁해병 사업가 최 씨와 윤 씨의 올 7월에서 8월 초순 나눈 통화 녹취 일부를 확보했다. 윤 씨는 멋쟁해병 채팅방에서 중간에 탈퇴해 그간엔 잘 알려지지 않은 인사다. 다만 이 채팅방 구성원들과 잘 알고 지내는 만큼 최근 순직해병 특검팀에서 몇 차례 참고인 조사를 받았다. 최 씨는 일반 사업가로 알려졌다.
두 사람 대화에선 윤 씨 정보력이 눈에 띈다. 최 씨는 사안 전반을 잘 모르는 듯한 인상이지만, 윤 씨는 달랐다. 아래는 두 사람 대화 내용 일부다.
윤 씨 : 세상이 좁은 게, 삼부토건 주인들 있잖아. 이일준 회장이니, 뭐 도망간 이기훈, 그 사람들이 원래 옛날부터 알던 지인이란 말이야. 최 씨 : 너랑 지인이라고? 윤 씨 : (삼부토건 주인들이) 이종호 잡아 죽이려 그래. 자기들이랑 관련도 없는데, 이종호 '삼부 체크' 문자 때문에 이게 불거진 거잖아. 조용히 넘어갈 일인데. 최 씨 : 그건 이종호 선배가 알아서 해결해야 하는 문제고. 윤 씨 : 자기 업보지 뭐. (중략) 윤 씨 : 세상이 좁은 게, 민○○ 지인하고 김○○ 지인한테서도 (나한테) 연락이 와.
윤 씨가 현재 주가조작으로 수사 받고 있는 삼부토건 임원들과 직접 알고 지내는 사이란 뜻이다.
또 그가 언급한 '민 씨'와 '김 씨'는 도이치 주가조작 사건 2차 주포로, 올 4월 나란히 징역 2년·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은 이들이다. 도이치 주가조작 사건 '7초 매매' 논란 당사자들이다. 7초 매매는 2010년 11월 1일 김 씨가 민 씨에 "(도이치 주식 8만 주 3300원에) 매도하라 하셈" 문자를 보내자 7초 뒤 김건희 씨 명의 계좌에서 동일한 주문이 나온 상황을 일컫는다.
윤 씨와 최 씨 대화에서 가장 많이 거론된 이종호 전 블랙펄 대표는 김건희 씨의 도이치 주식 계좌를 관리하며, 주가조작 '선수'로 뛰어 올 4월 징역 2년·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멋쟁해병 채팅방에선 '삼부 내일 체크' 메시지를 보내 삼부토건 주가조작 의혹도 초래했다. 이 메시지 직후 윤석열 정부가 우크라이나 정부와 재건협력을 맺었고, 삼부토건이 테마주로 떠올라 주가가 급등했다.
이 전 대표는 지난 8월 5일 변호사법 위반 등 혐의로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에 의해 구속됐다. 그가 도이치 주가조작 1차 주포 이정필 씨에게 2022년 "윤석열 대통령이나 김건희 여사에 말해 집행유예가 나오게 해주겠다"며 8000만여 원을 수수했다는 혐의다. 일요신문 취재 결과, 그의 구속영장 청구서 범죄일람표에는 A 언론사 임원 가족과 부적절한 금전거래를 한 사실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윤 씨는 이 전 대표가 '법조 브로커'라고 최 씨에게 말했다. 이 전 대표 부정행위에 A 언론사와 모 변호사가 가담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윤 씨는 본인 역시 문제의 A 언론사 및 변호사를 잘 안다고 밝혔다. 아래는 윤 씨와 최 씨 통화 일부다.
최 씨 : 너 혹시 배…뭐였더라, 그 사람 알아? 윤 씨 : 배○○. 내가 전에 있던 회사 감사였어. 변호사야. 근데 왜? 최 씨 : 아 그래? 아니 어제 ○○일보 기자가 전화가 왔는데, B(언론사)인가? 거기 관련 뭘 확인했나봐. 배○○도 뭐 나왔나봐. 얘가 이종호 선배 지인과 통화한 내용. 윤 씨 : B 언론사가 아니고 A 언론사야. B 언론사는 '우리랑' 상관없고. 이게 내용이 뭐냐면, 배 변호사는 마당발이야. 그 대장동도 김만배 그 사람도 배 변호사 선배야. 최 씨 : 허, 참나(웃음). 윤 씨 : 이종호가 윤석열이 대통령될 때 서울구치소에 있었거든. 원래 이종호는 거짓말이 심해. 자기가 판사들이랑 잘 안다고, 세무조사나 형량 덜 받게 해준다고 돈을 뜯었는데, 구치소 나오고선 교정 쪽 라인이 더 생겨서, '가석방 받게 해준다' 하면서 돈을 뜯었어. 배 변호사는 (이종호와) 상의해주고, 그 둘이 자주 봤는데, 사이 틀어졌지… (중략) 배 변호사가 하는 일이 한 30개 돼. 시행사업이 그 중 하나고. 최 씨 : 하, 아이고, 알았다. 그럼 기자들한테 난 모른다고…. 윤 씨 : 그건 네가 알아서 판단하고, 뭐 더 궁금한 정보는 내가 줄게.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오른쪽)는 변호사법 위반 등 혐의로 8월 5일 구속됐다. 지난 7월 21일 이 전 대표가 서울 종로구 KT 광화문빌딩 웨스트에 마련된 김건희 특검팀 사무실에 조사받으러 출석하는 모습. 사진=이종현 기자#"특검이 곧 영장 칠 듯"
윤 씨는 심지어 특검 수사에 관한 정보도 꿰뚫고 있었다. 그는 순직해병 특검에서 참고인 조사를 받았다고 언론에 알려졌지만, 김건희 특검팀 관련 정보에도 능통한 것 같았다. 예컨대, 7월 30일에는 윤 씨가 "곧 (이종호) 영장 칠 거 같은데"라고 말하자, 최 씨가 "못 칠 것 같은데"라고 답했다. 그러자 윤 씨는 "그런 얘기가 나오네"라며 웃는다.
그리고 이틀 지난 8월 1일 김건희 특검팀은 이 전 대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이날 윤 씨와 최 씨는 이 같은 대화를 나눴다.
최 씨 : 야, 네 말대로 됐네. 윤 씨 : 어떻게? 최 씨 : 네가 특검에서 들었다며, 이종호 선배 변호사법 위반으로 영장 친다고, 특검에서 들었던 게 어떻게 그게 그렇게 됐냐. 윤 씨 : 그래. 최 씨 : 실질심사 해야지 뭐 이제.
나흘 지난 8월 5일, 이 전 대표가 구속되자 윤 씨는 "봐라, 내 말대로 됐다"며 "너(최 씨)는 문제없을 거야"라고 했다. 아래는 이날 두 사람 대화 일부다.
윤 씨 : 이종호 구속됐다. 최 씨 : 네가 원하는 대로 됐네. 윤 씨 : 뭘 원해, 말 이상하게 하네. 최 씨 : 아니 뭘 이상해…. 윤 씨 : 내가 원한 게 아니라, 내가 예언한 대로 됐지. 최 씨 : 그게 그거지 뭐. 윤 씨 : 내가 다른 예언을 더 했잖아. 최 씨 : 뭘 더 했는데? 윤 씨 : 너는 문제없다고. 최 씨 : 허 참, 그래. 윤 씨 : 그렇게 될 거야. 이건 정해진 얘기고. 미리 들은 얘기야. (중략) 최 씨 : 하, 모르겠다. 네가 누구한테 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되면 감사하고. 윤 씨 : 끝났다고. 이렇게 정리되니까 알고 있으라고.
이들 사이에선 이정필 씨가 이 전 대표에 줬다는 8000만여 원 행방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이 전 대표는 구속 직전까지도 본인이 이정필 씨에 돈을 요구했는지를 떠나, 실제 받은 돈은 없다고 강하게 주장했다고 한다. 이는 이정필 씨가 이 전 대표에 건넬 현금을 인출했으나, 이를 전달하는 과정에서 일종의 '배달사고'가 있었단 의심으로 이어진다. 일각에선 윤 씨를 의심하고 있다. 아래는 윤 씨와 최 씨 대화 일부다.
최 씨 : 이정필이가 준 돈 누가 받아갔냐, 주변에서 요즘 그런 말들 하는 거 같은데? 윤 씨 : …. 최 씨 : 전달해주려는 사람이 누가 중간에 있었나본데? 윤 씨 : (기침) 최 씨 : 음, 뭐 그거야 자기들끼리 시시비비 가리면 되고. 윤 씨 : 아이, 그래 신경쓰지마. (중략) 최 씨 : ○○선배(멋쟁해병) 특검 포렌식 때 네 이름으로 키워드를 쳤대. 그러니까 더 의심을 하는 거야 너를. 윤 씨 : 뭘 의심을 해. 지X들 하고 있네 진짜. 최 씨 : 야 그럼 특검에서 왜 네 이름만 그렇게 치냐. 윤 씨 : 쳤든 말든 알게 뭐야. 최 씨 : 아니 그런데 이정필이가 자기 돈을 줬다고 말을 하는 거야? 뭐야 이게. 윤 씨 : 하, 특검이라 조심해야 돼. 소나기는 피하라고. 최 씨 : 어휴, 모르겠다. 그래, 너나 다치지 말고 잘 살아나봐.
다만 특검팀 내부에선 이 전 대표가 조사 때 거짓 진술이 잦았다는 말도 나온다. 이 전 대표가 본인 혐의를 부인하며 알리바이로 내세운 날짜와 동선 등이 사실과 달랐다는 것이다. 특검팀이 이 전 대표 구속영장을 청구하며 '증거 인멸 우려'를 강조했던 이유다. 김건희 특검팀의 오정희 특검보는 '배달 사고 가능성' 등 질문에 "확인해주기 어렵다"고만 답했다.
일요신문은 윤 씨에게 '배달사고 의심' 등에 관해 물었다. 이에 대해 윤 씨는 8일 "난 멋쟁해병 멤버가 아니다"라며 "배달사고는 금시초문이고 이정필도 모른다"는 입장을 밝혔다.
윤 씨는 누구? '주가조작 혐의' 견미리 남편과도 인연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세력, 삼부토건 임원,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 및 그 주변인들과도 관계가 깊어 보이는 '멋쟁해병' 활동 사업가 윤 아무개 씨는 홍콩계 은행 출신으로 오랜 사업 경력을 지녔다. 코스닥 상장사인 L 기업 대표를 거쳐, 현재 모 자산관리사 대표를 맡고 있다.
‘멋쟁해병’ 멤버들이 2023년 쌍용훈련 당시 단체 사진을 찍었다. 왼쪽부터 사업가 윤 아무개 씨,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 해병대 모 연락장교, 사업가 송 아무개 씨, 사업가 최 아무개 씨, 공익신고자 김규현 변호사. 사진=독자 제공주가조작 전과도 있다. 2015년 L 기업 대표 시절 주가를 띄우려 무자본 M&A(인수합병)를 숨기고, 허위공시를 내다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2020년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검찰과 윤 씨는 서로 항소했으나 대법원까지 간 끝에 형량이 유지됐다.
해당 수사와 재판에서 윤 씨는 배우 견미리 씨 남편과 인연이 드러나기도 했다. 당시 견 씨 남편은 '보타바이오' 주요주주 겸 이사였다.
구체적으로, 윤 씨와 견 씨 남편은 2015년 1월 처음 알게 됐다. 그해 두 사람의 회사는 상호 유상증자에 참여했다. 배우 견 씨가 윤 씨 회사에 대한 10억 원 유상증자에 직접 참여하는 등 언론에서도 큰 관심이 이어졌다.
하지만 이 유상증자는 윤 씨 자본시장법 위반 사건에서 '수사 대상'에 올랐다. 검찰은 허위 유상증자로 바라봤다. 여러 계좌로 그때그때 돈을 돌리고, 실질적 자금납입은 없이 외관상으로만 유상증자처럼 꾸며냈다며 해당 혐의를 기소 대상에 포함했다.
그러나 법원은 '증거불충분' 취지로 무죄를 내렸다. 단, 논란은 아직 남아 있다. 견 씨 남편이 2016년 자기회사 주가조작 혐의로 기소되면서 이 부분이 다시 다뤄졌기 때문이다. 견 씨 남편 사건 1심은 유죄, 2심은 무죄가 나왔다. 대법원은 2024년 6월 이 사건 원심 판결을 깨고 서울고등법원에 다시 돌려보냈다. 재판이 아직 진행 중이다.
윤 씨가 대표를 지냈던 L 기업은 2022년 상장폐지 후 부도 위기를 겪다 1년 뒤 SM그룹에 인수됐다. 이낙연 전 국무총리 동생 이계연 씨가 2024년 1월부터 3개월 동안 사내이사를 맡기도 했다. 이계연 씨는 2020년 10월~2022년 1월 삼부토건 대표였다.
견 씨 남편의 보타바이오는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장인 진형구 씨가 2014년 11월~2016년 7월 사외이사로 활동한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