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 안 받았다더니 전화에선 “고맙다”…모든 혐의 부인으로 구속 영장 발부 가능성 더욱 높아져
특검팀은 김건희 씨가 ‘증거를 인멸할 가능성’에 집중해 구속영장을 받아낸다는 계획인데, 법조계에서는 전직 대통령 부부가 동반 구속되는 초유의 사건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김건희 특검팀은 김건희 씨에게 전달된 뇌물 사건을 앞세워 구속영장을 받아낸다는 계획이다. 2022년 7월 통일교 전 본부장인 윤 아무개 씨는 6000만 원 상당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사서 건진법사 전성배 씨에게 ‘김건희 여사에게 줄 선물’이라고 전달했다.
그동안 전 씨는 “받은 것은 맞지만 전달하지 않았다, 어디다 뒀는지 모르겠다”고 부인했고, 김건희 씨도 “받은 바 없다”고 소환조사에서 인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특검팀은 전 씨가 “부탁받은 물건 여사에게 잘 전달했다. 여사가 다이아가 큰 거라서 놀라워했다"고 보낸 취지의 메시지를 확보했다.
함께 전달된 천수삼 농축차도 주목하고 있다. 통일교 전 본부장 윤 씨는 특검 조사에서 ‘선물’이라며 건진법사에게 고가 가방을 건넸던 두 차례 모두 천수삼 농축차를 줬다고 진술했고, 김건희 씨가 이를 받았다는 취지의 녹취 파일도 확보했다. 김 씨가 윤 씨와 통화에서 “내가 윤 본부장 아니면 언제 이런 거를 먹어보냐. 먹어보니 몸이 저절로 좋아지는 것 같다”는 취지로 화답한 것. 김건희 씨는 “받지 않았는데 인사치레로 한 말”이라고 해명했지만, 특검은 다른 고가의 선물들이 함께 선물된 것을 부인하기 위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원래 이런 정치적인 사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구속영장 발부를 성공하느냐 여부”라며 “16가지 혐의를 수사하고 있지만 가장 확실한 혐의 2~3가지를 추리고 이 혐의들에 대해 거짓말을 하고 있으니 증거 인멸 우려가 있다는 점을 강조하는 게 수사의 정석이기에 이 방식을 특검이 그대로 따라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구속영장 막기 위한 김건희 측 카드는?
김건희 특검팀이 수사 개시 36일 만에 띄운 승부수이기도 하다. 특검 수사 대상 의혹의 정점인 김건희 씨의 신병을 확보할 경우 한 달가량 내달려온 수사가 더욱 탄력을 받을 수 있다.
오는 12일 열릴 구속영장 실질심사 때 넘어야 할 산도 있다. 특검은 증거인멸 우려를 강조하겠지만, 거꾸로 김 씨는 도주 우려가 적다. 이를 인지한 듯 김 씨는 특검의 출석요구도 응했고, 역대 영부인 중 처음으로 수사기관에 공개 소환 및 포토라인에도 섰다. 7시간 넘는 조사에서 혐의를 부인하긴 했지만 자신의 입장을 전달했다.
특검이 한 차례만 소환 조사한 뒤 곧바로 구속영장을 청구한 지점 역시 ‘방어권’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나머지 혐의들이 방대한 상황에서 김 씨 측에서 “방어권이 필요하다”고 주장할 가능성이 높다.
‘몸이 좋지 않다’는 주장이 등장할 가능성도 있다. 민중기 특검이 임명된 지 나흘 뒤인 지난 6월 16일 김 씨는 우울증 등을 이유로 서울아산병원에 입원했다가 같은 달 27일 휠체어를 타고 퇴원한 바 있다. 또 지난 소환 조사 때도 특검팀에 ‘몸이 좋지 않다’는 취지로 이야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무 것도 아닌 사람 아니다’ 강조한다는 특검
특검은 김 씨가 소환조사 직전 포토라인에서 한 “아무 것도 아닌 사람이 심려를 끼쳐서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한 발언이 ‘잘못됐음’을 강조한다는 계획이다. 김 씨가 해당 발언처럼 ‘민간인’이라는 점을 강조할 것이니 ‘대통령 영부인’으로 개입한 것이 얼마만큼 파급력이 큰 이슈인지 법원을 설득한다는 것이다.

특검 소식에 밝은 한 법조인은 “그동안 영부인은 민간인 신분이라는 점을 계속 강조해 왔기 때문에 권력의 정점에 있던 김건희 씨가 명백하게 국정에 개입하거나 자리를 활용해 뇌물을 받은 중대범죄인 점을 입증한다는 계획”이라며 “가방 수수 의혹 등이 있기 때문에 다른 정치 사건과 달리 쉽게 구속영장이 발부되지 않겠느냐”고 답했다.
가족이 함께 관여했더라도 ‘1명’에게만 책임을 묻는 기존 수사 관례는 작은 변수가 될 수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 사건처럼, 가족이 연루되더라도 권력의 정점에 있는 인사에게만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경우가 많았다. 다만 윤석열 전 대통령이 검찰총장 당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부부를 모두 기소, 법정구속시킨 사례가 윤 전 대통령 부부에게 ‘독’이 돼 돌아올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판사는 “윤 전 대통령이 검찰총장 시절 조국 전 장관 부부에 대해 ‘부부 모두 구속’이라는 사례를 만들어내지 않았냐”며 “그 사건에 비해 더 중대한 이슈들이기 때문에 두 사람 모두 구치소 신세를 지는 것은 피하기 힘들 것 같다”고 조심스레 내다봤다.
서환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