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 ‘그릴마스터’가 하나의 직업군으로 설 수 있을까. 그릴마스터는 ‘그릴’과 ‘마스터’가 합쳐진 단어로 고기를 전문적으로 굽는 전문가를 의미한다. 아직은 생소한 직업이다. 그릴마스터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그런 게 직업이 돼?’라는 의문을 가지는 건 아직은 크게 이상한 일이 아니다.
그릴마스터에게 고기굽는 법을 배우는 김동연 지사. 사진=경기도하지만 김동연 경기도지사의 생각은 달랐다. 김 지사는 8일 용인의 한우 직판장에서 열린 그릴톡 현장 토론회에서 “소믈리에나 바리스타라고 하는 직업은 15~20년 전에는 우리가 뭔지도 몰랐던 직업들인데, 이제는 엄청나게 많은 분이 그 일에 종사하고 계시다. 그릴마스터는 우리 외식산업의 경쟁력, 마케팅, 일하시는 분들의 자존감 제고 등 1석 3조의 효과가 있다”라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더 이상 과거처럼 사회적인 지위고하나 수입이 많고 적음이 일의 기준이 될 수 없다. 자신이 하는 일에 자부심과 자존감을 가지시기 바란다”라고 격려했다.
김 지사의 말처럼 소믈리에는 이미 하나의 전문 직업으로 여겨지고 있다. 단순히 와인을 서빙 하는 것을 넘어 와인과 관련한 광범위한 지식을 갖춘 전문가로 인정받는다. 와인과 음식을 조합하는 것을 넘어 식사 전체의 균형을 보조하는 역할까지 담당하기도 한다.
와인이라는 기성 제품에 대한 지식이 소믈리에 직무의 기반이 된다면 직접 고기를 ‘조리하는’ 그릴마스터가 새로운 직업이 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 김 지사는 ‘창직’이라는 기회를 통해 이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주려 애썼다.
김동연 지사가 그릴마스터 및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경기도김동연 지사는 더 나아가 경기도가 조직 개편으로 농정국을 농수산생명과학국으로, 축산국을 축산동물복지국으로 각각 바꾼 것도 농축산 종사자의 자부심과 관련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산 정약용의 삼농(편농(便農.편하게 농사 짓는) 후농(厚農.돈 버는) 상농(上農.농업인의 지위가 올라가는)을 인용하기도 했다.
김 지사는 “제가 지사 취임하기 전에 중앙부처를 그만두고 3년 가까이 전국을 다니면서 농촌 농민들, 축산농가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그런 생각(조직 개편 명칭)은 못 했을 거다”라며 “산업의 발전, 일자리의 창출, 거기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혁신들, 국민으로부터 사랑받고 함께 발전하는 시너지 효과 등의 의미에서 그렇게 이름을 바꿨다”라고 밝혔다.
김 지사는 토론회에서 그릴마스터와 함께 고기를 직접 구우며, 고기 굽는 노하우를 전달받기도 했다. 새로운 직업을 개척해 나가는 그릴마스터들에게 이런 김 지사의 격려가 큰 힘이 됐음은 두말할 나위 없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그릴러 및 요식업 관계자 등 100여 명이 참석한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경기도한편 경기도는 그릴마스터 양성 교육 및 홍보행사 등의 내용을 담은 ‘그릴마스터 양성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소위 고깃집 ‘이모님’이라 불리면서 고품질 축산물을 숙련된 기술로 굽는 이들에게 ‘그릴마스터’라는 호칭을 부여해 직업적 자긍심을 높이자는 취지다.
경기도는 이들을 한우 구이 등 한국의 유명한 음식 문화를 전 세계에 알리는 홍보대사가 소믈리에나 바리스타처럼 하나의 직업군으로 정착되기를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