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의 ‘잠정조치 4호’ 신청 검찰에서 반려…시민들이 위험 무릅쓰고 도주 막아 검거

이때 또 다른 시민이 소화기를 들고 차량 앞을 막아선다. 앞 유리를 소화기로 내려칠 듯한 모습을 보였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차량은 전진했다. 이에 시민이 소화기로 내리쳐 차량 앞 유리가 파손됐지만 차량은 멈추지 않았다. 이에 시민이 왼손으로 차량을 붙잡고 오른손에 든 소화기로 또 다시 내리쳐 앞 유리를 완전히 깨뜨렸다. 그럼에도 차량은 계속 전진해 시민은 끌려가다 뒤로 크게 넘어졌다. 이 과정에서 다른 시민은 차량 뒷부분을 가격해 뒷유리가 깨졌다. 비로소 차량이 멈췄고, 문을 열고 내린 운전자는 시민들의 소화기 분사에 제압됐다.

시민들은 장형준의 도주만 막은 게 아니다. 흉기에 수차례 찔린 A 씨가 바로 병원으로 가서 치료받을 수 있도록 도왔다. 다행히 사망의 위험은 벗어났지만 A 씨는 중상을 입어 여러 차례 큰 수술을 받는 등 치료를 이어가고 있다.
장형준과 A 씨는 연인이었으나 A 씨의 결별 통보 이후 스토킹 가해자와 피해자로 바뀌었다. 7월 3일 저녁 A 씨는 장형준이 자신의 머리채를 잡는 등 폭행했다고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A 씨가 ‘그만 만나자’고 하자 격분한 장형준이 폭행을 가했다는 사실을 파악했지만, A 씨가 처벌을 원치 않아 경고 조치만 내렸다.
이후 장형준은 계속 연락하며 괴롭혔다. 7월 3일부터 9일까지 장형준은 A 씨에게 168회 전화를 걸고, 400통가량의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대부분 '계속 만나달라'는 내용으로, 본격적인 스토킹이 시작된 것이었다.

경찰은 곧바로 긴급응급조치를 취했다. 경찰이 먼저 조치를 취한 뒤 법원의 사후승인을 받는 긴급응급조치는 100m 이내 접근과 전기통신 이용 접근을 최대 1개월간 금지한다. 7월 14일 경찰은 검찰에 잠정조치를 신청했고, 23일 법원은 잠정조치 1, 2, 3호를 결정했다.
잠정조치 1호는 서면 경고, 2호는 100m 이내 접근 금지, 3호는 전기통신 이용 접근 금지다. 잠정조치 2호와 3호는 경찰의 긴급응급조치와 동일한 내용이지만 기간이 최대 1개월에서 3개월 이내로 늘어난다. 사실 가장 중요한 경찰의 잠정조치 신청은 4호였다. 이미 장형준은 피해여성 A 씨에게 흉기를 던지며 위협한 사실이 있었기에, 경찰은 ‘유치장 또는 구치소 유치’가 가능한 잠정조치 4호까지 신청했지만 검찰이 반려했다. 검찰은 법원에 잠정조치 1, 2, 3호만 청구했고, 법원은 이를 모두 받아들였다. 만약 검찰이 잠정조치 4호까지 법원에 청구해 법원이 받아들였다면 ‘울산 스토킹 살인 미수 사건’은 발생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잠정조치 1, 2, 3호로 인해 A 씨에게 100m 이내로 접근하는 것과 전기통신 이용 접근이 금지돼 있었지만 장형준은 법원 결정 5일 만에 이를 지키지 않고 병원으로 A 씨를 찾아가 흉기를 수차례 찌르는 범행을 저질렀다.
바로 울산경찰청은 장형준에 대한 신상공개심의위원회 개최 여부를 두고 내부 논의에 돌입했지만 결국 신상공개 없이 8월 4일 살인미수 혐의로 장형준을 구속 송치했다. 사건을 송치받은 울산지검 역시 피의자 신상공개를 두고 내부 논의를 이어가다 신상정보공개심의위원회를 열어 8월 22일 장형준의 신상정보를 공개했다.
경찰이 바로 장형준의 신상정고 공개를 결정하지 못한 이유는 그가 살인범이 아닌 살인미수범이기 때문으로 보인다. 살인범이 아닌 살인미수범 피의자 신상정보가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또한 특정중대범죄 피의자 등 신상정보 공개에 관한 법률이 ‘피해자 보호 필요성, 피해자(피해자가 사망한 경우 피해자의 유족을 포함한다)의 의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피해자 A 씨가 장형준과 과거 연인 관계였기 때문에 장형준의 신상정보 공개로 주위에 A 씨의 신상까지 알려질 수 있다는 부분도 감안해야 했던 것으로 보인다.
한편 울산지검이 장형준은 살인미수 등 혐의로 구속 기소해 9월 12일 오전 울산지방법원 제12형사부에서 장형준의 첫 공판이 열린다.
전동선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