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 실패 이유로 수면제 등 미리 준비해 계획 범행…법원 “검찰 ‘사형’ 의견 수긍하지만 정당한 사정 없어”

재판부는 "피고인은 살해에 사용할 수면제를 미리 준비했고 범행 날짜까지 정해뒀다가 기회가 오자 실행하는 등 우발적이 아닌 계획적 범행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5명의 가족이라는 피해자의 숫자 등을 고려하면 피고인을 형법이 정한 가장 무거운 형이 사형에 처해야 한다는 검사의 의견에 수긍할 만한 것도 사실"이라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다만 사람의 생명을 빼앗는 사형에 대해서는 매우 신중한 판단이 요구된다"면서 "과거 사형이 확정됐던 사건들을 고려해보면 사형에 처할 만한 정당한 사정이 명백하게 존재한다고 보긴 어렵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이 씨는 지난 4월 14일 밤 경기 용인시 수지구의 아파트 자택에서 80대 부모와 50대 아내, 10~20대 두 딸 등 자기 가족 5명에게 수면제를 먹여 잠들게 한 뒤 이들을 차례로 목을 졸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범행 뒤 이 씨는 "가족을 죽이고, 나도 죽겠다"는 취지의 메모를 남기고 4월 15일 새벽 승용차를 이용해 사업차 머무는 거주지였던 광주광역시 동구 소재 오피스텔로 달아났다가 같은 날 오전 경찰에 검거됐다.
이 씨는 올해 1~3월 병원에서 처방받아 보관 중이던 수면제 등을 가루로 만들어 가족이 마실 요구르트와 요플레 등에 섞어 놓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주택건설업체 대표였던 이 씨는 광주 일대 민간아파트 신축 및 분양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민·형사 소송에 휘말렸고, 이때 수십억 원 상당의 채무를 부담하게 되자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검찰은 "피고인은 일부 피해자들의 저항이 있었음에도 범행을 멈추지 않았다"면서 "여느 가족 간 살인사건과 비견되기 어려울 정도로 지극히 반인륜적이고 반사회적인 범행"이라면서 이 씨에 대해 사형을 구형한 바 있다.
손우현 기자 woohyeon1996@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