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사형 구형...재판부 “사형, 신중한 판단 요구...평생 속죄해야”

재판부는 “피고인은 피해자들을 살해하는 데 사용할 수면제를 미리 준비했고, 범행할 날짜까지 정해뒀다가 기회가 오자 실행하는 등 전체 정황을 살펴봤을 때 우발적이 아닌 계획적 범행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해자가 가족이고 숫자를 고려하면 피고인을 형법이 정한 가장 무거운 형인 사형에 처해야 한다는 검사의 의견에 수긍하지만, 사람의 생명을 앗는 사형에 대해서는 매우 신중한 판단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과거 사형이 확정된 사건을 분석하면 피고인을 사형에 처할만한 정당한 사정이 명백하게 존재한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피고인에게 사형 외에 가장 무거운 형벌인 무기징역을 선고해 영구히 사회로부터 격리하고 평생 가족들에게 속죄하도록 하는 게 맞는다고 봤다”고 판시했다.
A 씨는 올해 4월 14일 밤 경기 용인시 수지구 아파트 자택에서 80대 부모와 50대 아내, 10~20대 두 딸 등 자기 가족 5명의 목을 졸라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그는 떠먹는 요구르트 등에 병원에서 처방받아 보관하고 있던 수면제 제를 타서 먹인 뒤, 일가족이 잠든 틈을 타 범행을 벌인 것으로 조사됐다.
주택건설업체 대표였던 A 씨는 2023년 광주광역시 일대 민간아파트 신축 및 분양 사업을 무리하게 진행하다가 사기 분양으로 민·형사 소송에 휘말렸다. 이로 인해 수십억 원 상당의 채무를 부담하게 되자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조사됐다.
A 씨는 수사 과정에서 범행 동기에 대해 “아파트 분양과 관련한 사업을 하던 중 계약자들로부터 사기 분양으로 고소당해 엄청난 빚을 지고 민사 소송까지 당하는 처지에 몰렸고, 가족들에게 채무를 떠안게 할 수는 없었다”고 진술했다.
그는 범행 직후 “모두를 죽이고 나도 죽겠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긴 메모를 남기고 이튿날인 15일 새벽 승용차를 이용해 사업차 머무는 광주광역시 오피스텔로 도주했다가 같은 날 오전 경찰에 붙잡혔다.
검찰은 지난달 22일 결심 공판에서 “그간 안타까운 심정으로 접해왔던 여느 가족 간 살인사건과 쉽게 비견되기가 어려울 정도로 지극히 반인륜적이고 반사회적이며 그 피해가 매우 막심하다”며 사형을 선고해 줄 것을 재판부에 요청했다.
검찰의 구형 사유를 통해 A 씨의 큰딸이 유학 중 잠시 한국에 방문했다가 살해를 당한 사실도 드러났다. 작은딸은 대학 신입생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편 A 씨는 최후 진술에서 “사형 같은 법정 최고형으로 엄벌을 내려달라. 평생 뉘우치고 회개하며 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재판 기간 내내 반성문은 하나도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한승구 기자 win9@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