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의 논리를 넘어 사회적 책임 강조해 온 두 사람, 극저신용대출로 재기의 발판 만들어

일단 갚지 못한 사람이 4분의 3이라는 주장부터 바로 잡아야 한다. 74% 연체율이라는 숫자는 대출연장 등의 재약정(35.3%)에 연체자(38.3%)를 더한 것이다. 경기도에 따르면 갚을 의지를 갖고 대출 연장을 신청해 상환 기간을 재설정한 사람들이 3분의 1이 넘는다. 대출 연장과 연체는 엄연히 다르다.
대출금을 모두 갚은 완전 상환자가 24.5%라는 비율 역시 마찬가지다. 아직 대출 만기가 도래하지 않은 이들까지 포함한 수치다. 11만 명이 동시에 대출한 것이 아닌데 특정 시점의 상환자 비율만을 따진 것이다.
사실 관계를 바로잡는 것보다 이번 논란이 씁쓸한 것은 우리 사회가 타인의 고통에 무뎌져 있다는 점이다. 극저신용대출의 대출 한도는 300만 원이다. 최대 300만 원 까지 밖에 못 빌린다. 대출자 상당수가 50만 원, 100만 원을 빌렸다. 갚을 의사가 없었다면 300만 원을 빌려 잠적했겠지만, 대출자들은 자신이 갚을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대출을 받았다.
못 갚은 사람들 때문에 도민의 세금이 들어갈 우려가 있다는 경기도의원의 말도 일리는 있다. 경기도 살림을 살펴야 하는 도의원의 관점에서 할 수 있는 지적이다. 다만 재정의 건전성만큼 중요한 것이 있다. 사람이다. 전국 지방의회 중 가장 많은 연봉을 받고 겸직으로 또 다른 수익을 올리는 도의원이 있는 반면 그들의 한 달 월급도 못 되는 300만 원을 5년 동안 갚기 어려운 사람도 있다. 그 300만 원을 빌려야 하는 사람들의 처지도 헤아리는 것. 그것 또한 정치의 역할이다.
현금 50만 원이 없어서 불법 사금융을 이용하는 사람도 있다. 단돈 1만 원이 없어서 밥을 굶고 병원에 가지 못하고 약을 사지 못한다. 그들은 누워서 앓을 뿐이다. 기초생활수급자 제도나 신청 방법도 알지 못해 수급자보다 어렵게 사는 이들도 존재한다.
2020년도에도 끼니를 걱정하는 이들, 다중채무를 떠안은 채 빚에 눌려 살아가는 사람들, 불법채권추심에 고통받는 사람들, 그동안 정치가 살피지 못한 그들이 이재명과 김동연의 눈에는 보였다. 쓰러진 사람에게 손을 내미는 것, 다시 할 수 있다고 격려하고 이끄는 일, 그것의 극저신용대출의 목적이었다.

김 씨는 “어린 손주들이 슈퍼에서 뭘 사달라고 해도 내 수중엔 단돈 천 원이 없었다”라고 했다. 김 씨는 경기도 극저신용대출 50만 원을 빌렸다. 그 50만 원을 아끼고 아껴 두 달을 썼다. 경기도의 도움으로 기초생활수급자가 된 김 씨는 급여를 한푼 두푼 모아 지난 9월 18일 50만 원을 모두 갚았다.
초등학생 두 아이를 혼자 키우는 B 씨(여성)는 공공근로로 월 100만 원 정도를 벌었다. 하지만 신용카드대금과 통신비를 3,000만 원 가까이 연체하고 있었고 고금리(연 20% 이상)의 부채도 2,500만 원이나 있었다.
코로나 팬데믹 시절 공공근로 일자리마저 잃은 B 씨는 실업급여로 생활했지만, 지급일수는 점점 줄어 들었다. 실업급여가 끝나면 뭘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이 오지 않았다. 안정적인 직장을 갖고 싶었지만 어떻게 해야 하는지 뾰족한 수가 보이지 않았다.
그러던 중 B 씨는 경기도 극저신용대출에 대해 알게 됐고 급하게 50만 원을 빌려 아이들 교육비, 의료비, 통신비, 생활비에 보탰다. 그리고 이를 계기로 경기도 상담사를 통해 직업전문학교와 국민취업지원제도를 알게 됐다. B 씨는 고용노동부가 지원하는 6개월의 교육과정을 수료하고 취업에 나섰다. 50만 원의 대출이 디딤돌이 된 셈이다. 숨통이 트인 B 씨는 극저신용대출금 50만 원을 완납했다.

이자까지 받는 ‘대출’임에도 공격 수단으로 쓰는 비정한 정치판이지만, 민주당 경기도지사들에게는 공통된 신념이 있었다. 돈의 논리를 넘어 우리 사회가 어려운 사람을 도울 수 있다는, 도와야 한다는 생각이 이재명과 김동연 두 사람에게 공명하고 있었다.
이재명이 시작한 극저신용대출을 지금 김동연이 보완하려 한다. 김동연은 극저신용대출 2.0을 선언했다. 그는 “극저신용대출은 단순한 금융지원이 아니다. 금융지원은 물론 채무관리·상담·사회복귀 지원까지 포함한 것이 프로그램의 핵심”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살면서, 어떤 고비에 조금만 누가 손을 뻗쳐주면 좋은 계기가 만들어질 수 있다. 극한의 상황속에서도 나를 생각해주는 제도와 나라가 있다는 걸 생각했으면 한다”라고 했다.
김창의 경인본부 기자 ilyo2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