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주의의 핵심 가치는 소수 의견이나 반대의견까지도 제도 형성 및 운영 과정에 반영하는 데 있으며 이는 곧 ‘다양한 의견과 생각을 가진 국민’을 인정하는 데서 출발한다. 그러나 최근 정치권에서 ‘국민’이라는 표현이 마치 자기 진영의 지지자들만을 지칭하는 듯한 방식으로 사용되고 있는 점은 심히 우려스럽다.
제22대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254개 지역구에서 얻은 득표율의 총합 차이는 5.2%p에 불과하다. 비록 국회 내 의석수는 약 1.7배의 차이를 보이지만 정작 득표율 차이는 근소한 수준인 것이다. 이는 현재의 국회 구성을 단순히 국민의 뜻으로 일반화하기 어렵다는 점을 시사한다. 그렇기 때문에 국민의힘을 선택한 40%가 넘는 유권자의 목소리 역시 국정 운영에 반영되어야만, 국회가 진정한 의미에서 ‘민의의 전당’ ‘민주주의의 전당’이 될 수 있다.
그러나 현재의 국회가 과연 그러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일각에서는 다수결을 민주주의 그 자체로 인식하지만 다수결은 민주주의의 가치를 실현하는 여러 수단 중 하나일 뿐이다. 더구나 다수결로 결정을 내리기 전, 의견이 다른 상대와 합의를 도출하려는 노력은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 이런 과정 없이 단순히 수적 우위로 결정을 밀어붙인다면, 그것은 곧 ‘다수의 횡포’에 지나지 않는다.
또 하나 우려스러운 점은 우 의장의 이 같은 발언이 이재명 대통령의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의 발언과 맥을 같이하는 것은 아닌지 하는 부분이다. 당시 이 대통령은 “대한민국에는 권력의 서열이 분명히 있다. 최고 권력은 국민·국민주권, 그 다음이 직접 선출 권력, 간접 선출 권력이다”라면서 “사법부는 입법부가 설정한 구조 안에서 헌법과 양심에 따라 판단하는 것이며, 사법부 구조는 사법부가 마음대로 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 발언은 논란의 소지가 있다. 만일 우 의장이 이러한 대통령의 인식에 동조하며 앞선 발언을 한 것이라면, 그 역시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판단한다. 대통령의 발언은 아마도 ‘국민주권’을 강조하기 위한 의도로 보이지만, 동시에 다음과 같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권력에 서열이 존재하며, 국회가 설정한 틀 안에서 사법부가 판단하고, 사법부의 구조 역시 사법부 마음대로 할 수 없다는 해석은, 권력 분립과 견제 및 균형이라는 민주주의의 핵심 원리를 훼손할 우려가 있다.
물론 사법부 구조를 사법부 스스로 자의적으로 구성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그러나 사법부의 구조는 입법부가 설정한 틀 속에서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헌법 그 자체에 의해 정립되어야 한다.
현재 민주당은 조희대 대법원장에게 사퇴를 요구하고, 청문회 개최를 추진하고 있다. 심지어 “대법원장이 뭐라고”라는 표현까지 등장하고 있다. 이와 같은 발언이나 청문회 추진은 삼권분립과 권력 간 견제 및 균형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충분히 논란의 대상이 될 수 있다. 견제와 균형은 상대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데서 출발한다.
민주당이 사법부나 대법원장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더라도,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헌법이 정한 절차를 따라야 한다. 구체적인 증거를 제시해 국민적 동의를 이끌어 낸 뒤에, 탄핵 절차를 밟는 것이 헌법에 입각한 접근이라는 것이다. 지금과 같은 방식은 오히려 국민의 오해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오해는 역풍을 부를 수 있음을 명시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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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율 명지대 교수 maste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