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슈퍼사이클’ 내년까지 훈풍 기대…‘자동차’ 끌고 ‘AI’ 밀면 5000 가능, ‘고령화’ 숨은 기대주

최근 지수 상승은 외국인이 삼성전자 등 시가총액 상위 주식을 ‘바구니’(프로그램 비차익매수)로 쓸어 담은 결과다. 대형주 중심 코스피200의 연초 이후 상승률이 51.51%로 코스피(45.29%)를 웃돈다. 시총 1위 삼성전자는 9월에만 23% 급등하며 연간 상승률이 벌써 62%를 넘었다. 2009년(77.16%) 이후 최대다. 시총 2위 SK하이닉스도 6월 42.8% 오른 데 이어 9월에도 33% 급등하며 연간 상승률이 104%에 달한다. 역시 2009년(245%) 이후 최대폭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동시 질주는 이른바 반도체 ‘슈퍼사이클’ 기대 때문이다. 상반기까지 반도체는 인공지능(AI)이 주도했다. 코스피에서는 엔비디아의 AI칩에 들어가는 HBM을 만드는 SK하이닉스에 수혜가 집중됐다. 하반기 들어 D램이나 낸드(NAND) 등 범용 메모리 반도체로 수혜가 확장되고 있다. 2017~2018년 지어졌던 클라우드 서버의 반도체 교체가 본격화된 데다 AI 생태계 확장으로 새로운 서버 수요도 크게 늘어난 결과다.
미국 마이크론과 중국 CXMT의 증설 제한으로 공급까지 부족한 상황이다. 특히 2020년 인텔 낸드 사업부를 인수한 이후 업황 부진으로 이 부분에서 고전했던 SK하이닉스는 반전의 최대 수혜를 누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HBM 시장 진입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반도체 산업이 코스피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점을 고려하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주도하는 랠리로 4000선까지는 도전할 만하다. 과거 스마트폰이 주도한 반도체 슈퍼사이클은 소매(B2C)시장 흐름을 반영해 보통 2년에서 2년 반 정도 상승세를 이어갔지만 서버나 데이터센터 같은 도매(B2B) 시장 흐름은 이보다 짧다. 12~18개월가량이다. 지난 6월부터 반도체 랠리가 시작된 점을 고려하면 내년 상반기에 고점을 기록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반도체를 이어갈 다음 동력이 중요한데 후보군이 불투명하다. 반도체 다음으로 코스피 영향력이 큰 자동차(배터리 포함)는 미국과의 통상협상에 손발이 묶인 모양새다. 변수는 완성차의 경우 관세를 좌우할 한미 통상협상, 2차전지의 경우 경쟁 환경을 새롭게 할 미중 관세 협상 결과다.
미국 시장에서 현대차와 기아의 주요 경쟁 상대는 일본이다. 3500억 달러의 대미 투자 계획을 두고 한미 통상협상이 지연되면서 한국산 자동차는 미국에 들어갈 때 25%의 관세를 내고 있다. 대미 투자계획을 약정한 일본의 15%보다 많다. 가장 수익성이 좋은 미국 시장에서 일본에 밀리면 실적 개선이 쉽지 않다. 그렇다고 외환위기 위험까지 감수하며 일방적인 요구를 수용하기도 어렵다. 미국 연방대법원이 내년 초 트럼프의 상호관세에 대한 위법 여부를 판결하기 전까지 상당기간 협상이 지연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배터리는 중국산과의 경쟁이다. 중국산 배터리는 여전히 미국 전기차 업체에 납품되고 있다. 미중 관세 협상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이를 얼마나 막을지가 관건이다. 중국산 배터리의 미국행이 어려워질수록 우리 업체에 유리하다. 국내 주요 배터리 업체들은 중국산에 밀려 이미 최악의 부진에 빠져있다. 상황 반전의 정도에 따라 반등 강도도 달라질 수 있다. 저가 중국산 전기차의 시장 잠식을 경계한 유럽연합(EU)의 무역 장벽도 변수다. 높을수록 우리에겐 호재가 될 만하다.
방위산업과 금융주도 그동안 주가가 많이 올랐다. 추가적인 실적 개선 모멘텀이 필요하다. 전망이 그리 어둡지는 않다. 러시아가 폴란드를 비롯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동맹국 영공을 잇따라 침범하면서 유럽 각국의 방위비 지출은 가파르게 늘어날 전망이다.
국내 방산주들이 미래 실적 개선을 충분히 반영하고 있지만 수주가 늘어난다면 가격 부담은 줄어들 수 있다. 설비투자가 늘어나는 점도 긍정적이다. 무기체계는 안정적인 공급망 관리가 생명이다. 최근 현대로템의 폴란드 수출 사례나 한화오션의 해외 조선사 인수처럼 수주와 함께 생산이 늘어난다면 지속적인 이익 창출이 가능하다.
금융주는 적극적인 주주환원에도 저평가는 여전하다. 아직도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 미만이 대부분이다. 증권사들은 주가와 채권 값이 동시에 오르는 수혜도 누릴 것으로 보인다. 변수는 가계에서 기업과 모험자본 쪽으로 자금의 물꼬를 바꾸려는 정부 정책이다. 증권사의 경우 위험 부담이 커지고, 은행은 ‘노다지’였던 가계대출에서 이전처럼 큰돈을 벌기 어려울 수 있다. 특히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하 기조를 이어가는 국면에서 대출을 늘리지 못하면 낭패다.

4분기부터 두 회사 모두 반전을 준비 중이다. 네이버 자회사인 네이버파이낸셜은 9월 초 국내 최대 가상자산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의 자회사인 증권플러스비상장주식회사를 686억 원에 인수했다. 이어 네이버파이낸셜이 신주를 발행해 두나무 주주들의 지분과 바꾸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소문에 대해 일단 두나무 측은 “다양한 협력은 논의하고 있으나 확정된 바 없다”는 모호한 입장을 내놨다.
두나무의 순이익은 지난해 연간 9838억 원에 달했고 올 상반기에도 4182억 원을 기록했다. 이익 대부분이 업비트에서 나온다. 만에 하나 주식 교환이 성사된다면 네이버 입장에서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현금 투입 없이 품게 되는 셈이다. 네이버파이낸셜에는 미래에셋도 지분 맞교환 방식으로 주주로 참여하고 있다. 카카오톡은 출시 15년 만에 가장 큰 변화를 시도한다. ‘챗GPT’를 비롯한 다양한 AI 기능을 적용해 이용자 편의 기능을 대폭 강화하는 이른바 ‘슈퍼앱’이다.
이재명 정부는 내년부터 AI 생태계에 대대적으로 투자할 계획이다. 150조 원+α로 조성될 국민성장펀드에서도 AI는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할 가능성이 크다. 과거 김대중 정부 때 인터넷 투자를 떠올리면 쉽다. 상당한 변동성이 예상되지만 그 가운데 ‘스타’가 탄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코스피가 아닌 코스닥도 눈여겨봐야 할 이유다.
고령화 관련주도 주목할 분야다. 특히 노화방지(Anti-aging)를 중심으로 한 피부 미용은 ‘K-뷰티’의 한 부분이 되면서 우리나라가 가장 경쟁력을 가진 분야다. 고령화는 전세계적인 현상이다. 특히 자산 축적이 이뤄진 베이비부머들의 은퇴는 상당한 구매력을 가진 수요자들의 시장 형성을 뜻한다.
에이피알, 파마리서치 등이 가볍게 조 단위 시총으로 올라선 것은 그 방증이다. 노화방지 시장은 일반 미용과 달리 남녀를 구분하지 않는다. 세계 최대 시장조사기관인 리서치앤마켓(Research And Market)은 2025년 보고서에서 2024년 757억 달러인 노화방지 시장이 2033년 1229억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노화 방지 시장의 상당부분이 한국이 경쟁력을 가진 피부미용 시장이다.
최열희 언론인 maste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