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용계약 연장 만료 앞두고 국가 물류기지 재편 혼선…지방선거 거치며 복합개발안 부상

코레일은 철도청 시절 주요 물류기업들이 참여해 설립한 (주)의왕아이시디와 의왕ICD 부지에 대한 30년 점용계약을 맺었다. 이 계약은 2023년 6월 말 종료됐지만 코레일은 새 입주자 공모나 운영구조 개편 대신 기존 업체들과 3년 연장 계약을 체결했다. 연장 계약 만료가 다가오면서 코레일은 의왕ICD 운영구조와 부지 활용 방안을 다시 검토하고 있다.
코레일이 의왕ICD 재편을 검토한 배경에는 물동량 감소와 수익성 악화가 있다. 의왕ICD 육철송 반출입 실적에 따르면 철송 반출입 실적은 2008년 62만 2217 TEU(1TEU는 20피트 길이 컨테이너 1개)에서 2025년 29만 6830 TEU로 52.3% 줄었다. 같은 기간 육송 반출입 실적은 126만 3928 TEU에서 97만 2272 TEU로 23.1% 감소했다. 전체 반출입 실적은 188만 6145 TEU에서 126만 9102 TEU로 32.7%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국내 컨테이너 물류시장이 커진 흐름과 달리 의왕ICD 물동량이 감소했고 특히 철송 감소폭이 육송보다 커 철도 물류기지로서 기능 약화가 두드러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코레일은 의왕ICD 부지에 냉동창고와 콜드체인 시설을 조성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예비타당성조사(예타)를 신청했지만 이를 자진 철회했다. 코레일 내부 사정을 아는 한 관계자는 “도면에 직원과 운영차량이 쓸 주차장 계획 등이 누락돼 있어 빈축을 샀던 것으로 안다. 현장 운영 동선과 교통 문제를 충분히 따지지 않는 등 미비점이 상당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냉동창고·콜드체인 조성 구상이 완전히 접힌 것으로 보기도 어렵다. 복수의 관계자에 따르면 코레일 내부에서는 예타 철회 뒤에도 콜드체인 시설 조성안을 보완해 다시 추진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의왕ICD 개발 논의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23년에는 의왕ICD 1·2터미널을 1터미널로 통합하고 도로수송체계를 효율화한 뒤 2027년부터 비는 2터미널 부지에 미래 그린 모빌리티 클러스터를 조성하는 안이 제시됐다. 당시 선로·장비 개량과 정보시스템 구축 등에 약 1500억 원이 필요하다는 내용도 나왔으나 실제 사업 추진으로 이어지진 못했다.
최근 지방선거를 거치면서 개발안이 힘을 얻고 있다. 김성제 의왕시장 당선인(국민의힘)은 지난 5월 의왕ICD 1·2기지 재편과 통합개발 방침을 내세우며 AI·R&D·첨단지식산업·미래형 업무시설 유치와 의왕역 철도 상부 데크화 구상을 밝혔다. 추미애 경기도지사 당선인(더불어민주당)도 후보 시절 “의왕은 수도권 물류를 위해 땅을 내주고 발전에 제약을 받아왔기 때문에 특별한 보상이 주어져야 한다”며 “물류 기능도 중요하지만 의왕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면 제대로 된 복합개발을 검토해야 한다”며 의왕ICD 복합개발을 언급했다.
물류 기능을 통합·축소하고 유휴 부지를 복합개발한다는 점에서 두 당선인의 구상이 맞닿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의왕ICD는 철도와 도로를 연결하고 수출입 컨테이너의 보관·하역·통관 기능을 맡는 국가 물류기지다. 단순 수익성만 앞세워 기능을 변경할 경우 설립 취지와 충돌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의왕ICD는 수도권 화주와 항만을 잇는 내륙컨테이너기지다. 부산항·광양항 등 항만에서 수도권으로 올라오는 수입 컨테이너와 수도권에서 항만으로 내려가는 수출 컨테이너를 보관·하역·통관하고 철도와 도로 운송으로 연결하는 역할을 한다. 인근 군포 복합화물터미널이 국내 화물 처리에 무게를 둔다면 의왕ICD는 수출입 컨테이너를 처리하는 시설이라는 점에서 성격이 다르다.
의왕ICD의 핵심 기능 중 하나는 공컨테이너 장치장이다. 항만에서 올라온 수입 컨테이너는 화물을 내린 뒤 빈 컨테이너 상태로 의왕ICD에 보관된다. 수도권 수출화주는 이 빈 컨테이너를 활용해 다시 수출화물을 실을 수 있다. 화주가 부산항 등 항만까지 빈 컨테이너를 되돌려 보내거나 항만에서 다시 가져오지 않아도 되는 구조라 컨테이너 왕복 운임 부담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 공컨테이너 장치장이 축소되면서 현재의 편도운임구조가 깨지면 물류비가 오를 수밖에 없다. 이 경우 수출 경쟁력 약화와 수입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와 관련, 구교훈 한국국제물류사협회장은 “의왕ICD는 수도권의 중요한 수출입 컨테이너 기지인 만큼 복합개발이나 냉동창고 조성도 기존 기능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검토해야 한다”며 “수출입 기능을 보강하는 방향이라면 논의할 수 있지만 국내 화물용 냉동창고나 부동산 개발로 흐르면 설립 취지와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태황 명지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도 의왕ICD 기능을 유지한 상태에서 재편 방향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의왕ICD는 항만의 기능을 일부 맡으면서 철도와 도로를 연결하는 넥서스 역할을 해온 시설”이라며 “노후화가 문제라면 리모델링이나 재건축을 검토할 사안이지 냉동창고 등으로 대체하는 방식이 타당한지는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운영구조 개편 필요성도 제기된다. 의왕ICD는 (주)의왕아이시디가 코레일과 점용계약을 맺고 여러 물류기업이 주주사로 참여해 부지를 나눠 쓰는 구조로 운영돼 왔다. 철도 수송을 늘리려면 컨테이너를 한곳에 모아 하역·보관·철송을 효율적으로 처리해야 하는데, 여러 업체가 구역을 나눠 쓰면서 장비와 야적장 활용이 분산되고 효율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물류업계에서는 3년 연장 계약 만료를 계기로 단순 재연장보다 운영 주체를 다시 짜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철도 수송 실적과 물량 유치 능력을 기준으로 운영사를 평가하고, 장비와 야적장 등을 공동으로 활용하는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는 취지다.
구교훈 한국국제물류사협회장은 “코레일이 부지를 직접 회수해 운영한다고 해도 화주가 곧바로 물량을 맡기는 구조가 아니다. 철도 물량을 실제로 늘릴 수 있는 물류기업과 코레일이 공동 운영하는 방식으로 재편해야 한다”며 “철도 수송을 하지 않으면서 부지만 점유하는 물류기업들이 다수 있는데 계약 만료 이후 공개입찰 방식으로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지역 민원도 풀어야 할 과제다. 의왕ICD 주변에서는 대형 화물차 통행에 따른 소음과 교통 불편, 보행 단절 문제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한대석 심플렉스컨설팅 대표는 박사는 “의왕ICD를 없애거나 줄이는 방식은 중장기적으로 리스크가 크다”며 “철도 물동량이 줄었다는 이유만으로 부지를 덜어내면 향후 철도운송 수요가 회복되거나 대륙철도 연결 가능성이 열릴 때 다시 만들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부지를 축소하는 것보다 철도운송 의지가 있는 운영 주체를 중심으로 통합 운영하는 방식이 현실적”이라며 “지역 민원은 기지 축소나 용도 전환보다는 지역 환원, 세제 혜택 등으로 풀어가는 것이 낫다”고 제언했다.
이와 관련, 코레일은 “우선 시급한 ICD의 물류기능 개선을 위해 추진했으나, 지역상생에 대한 감안이 필요함에 따라 예비타당성조사를 철회했다. 이후 물류 기능 유지와 교통혼잡 완화 등 지역상생 방안을 함께 검토하는 보완용역을 2026년 말까지 진행하고 있다”며 “점용기간이 만료되어도 의왕ICD를 수도권 내륙컨테이너기지로 활용하는 것에는 변화가 없으며, 향후 의왕ICD의 역할도 충실히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정민 기자 hurrymi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