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수사·기소·공소유지 결합된 업무 담당이 옳은지 혼란” 입장문…특검 수뇌부 리더십 문제 지적도
유독 ‘김건희 특검’ 내부 분위기가 좋지 않다. 그 이유로 특검팀 수뇌부의 리더십 문제가 거론되고 있다. 특히 건진법사 사건 등 김건희 씨 관련 수사를 담당했던 서울남부지검 검사들을 대거 파견받았으면서, 서울남부지검 검사들에게 ‘과거 부실수사를 했다’는 뉘앙스로 대하다 보니 강한 불만이 쌓였다고 한다.
#특검 “심정적으로 이해”
9월 30일 김건희 특검은 정례 브리핑에서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된 뒤 검사들이 매우 혼란스러워하는 것은 사실”이라며 “심정적으로 이해할 만하다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김건희 특검팀에 파견된 검사 40명(팀장급 검사 8명 포함) 전원은 원래 소속된 검찰청으로 복귀시켜달라는 입장문을 민중기 특별검사에게 전달했다. 최근 검찰청 폐지와 수사·기소 업무 분리 등의 내용을 골자로 한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함에 따라 특검에서 이전처럼 직접 수사 업무를 하는 게 모순된다는 게 명분이었다.
이들은 입장문을 통해 “직접수사·기소·공소유지가 결합된 특검 업무를 계속 담당하는 게 옳은지 혼란스럽다”며 “최근 수사·기소 분리라는 명분하에 정부조직법이 개정돼 검찰청이 해체되고 검사의 중대범죄에 대한 직접 수사 기능이 상실됐으며 수사검사의 공소유지 원칙적 금지 지침 등이 시행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반발했다.
#검찰 내 불만도 고려
아울러 파견 검사들은 “현재 진행 중인 사건들을 조속히 마무리한 후 파견 검사들이 일선으로 복귀하여 폭증하고 있는 민생 미제 사건 처리에 동참할 수 있도록 복귀 조치를 해 주실 것을 요청드린다”고도 얘기했다.
이에 대해 100여 명이 넘는 검사가 3대 특검에 파견 형식으로 빠져나가면서 ‘손’이 부족해진 검찰 분위기를 반영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100여 명은 서울중앙지검을 제외한 주요 도시 일선청 규모와 맞먹는 수준이다. 거기에 민주당은 개정안을 통해 50명(김건희 특검 30명, 내란·해병대원 특검 각 10명)의 검사 추가 파견을 결정했다. 추가되는 검사 50명만 따져봐도 청주지검(41명)이나 창원지검(44명) 등 웬만한 일선 검찰청의 검사 정원을 뛰어넘는다.
실제로 검찰 내에서는 부서마다 한 명 이상의 검사가 특검에 파견 가면서 일손 부족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상당하다. 특히 과거처럼 ‘정권 후 출범한 특검 파견 후 승진’이라는 특혜도 사라지면서 수사 동력을 잃었다는 분석이다.

파견 검사들이 불만을 제기하는 진짜 이유는 특검 수뇌부의 리더십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그동안 김건희 특검팀은 서희건설과 김건희 씨 사이에 오간 명품 귀금속, 이배용 전 위원장이 전달했다는 금거북이 등을 밝혀냈다. 또 종묘 차담회와 해군함정 파티 의혹 등 대통령실 자원 사적 이용 사건도 본격적으로 파헤쳤다.
이 과정에서 ‘검사들을 대하는 태도’가 문제가 됐다는 것이다. 특히 서울남부지검에서 김건희 씨 주가조작 사건, 건진법사 전성배 씨 관련 의혹 사건을 수사했던 검사들은 대거 파견 형식으로 특검에 합류시켰는데, 특검 수뇌부에서 이들에게 ‘과거 부실수사를 했다’는 뉘앙스로 대했다는 내용이다.
특검 내부 소식에 정통한 한 검사 출신 변호사는 “서울남부지검에서 하고 있던 수사라는 이유로 서울남부지검 검사들을 대거 파견받아서 수사 성과를 내놓고, 정작 서울남부지검 검사들한테 ‘왜 예전에는 제대로 수사를 하지 않았느냐’고 질타를 하니 검사들 사기가 더 땅에 떨어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특검 검사들은 입장문에서 민중기 특검을 향해 “특별검사께서 직접 언론 공보 등을 통해 그간의 특검 수사 과정에서 확인된 중대범죄 수사에 있어서 검사들의 역할, 검사의 직접수사·기소·공소유지 필요성에 대한 의견을 공식적으로 표명해 주실 것을 요청드린다”고 콕 집어 요구하기도 했다.
김건희 특검 검사들을 잘 아는 법조인은 “김형근과 박상진, 오정희 특검보처럼 검찰 출신들이 중간에서 역할을 하려 했지만, 결국 판사 출신의 민중기 특검이 검사들 다수의 분위기를 제대로 읽지 못한 ‘리더십 문제’ 아니겠느냐”고 평가했다. 앞선 변호사 역시 “평검사들이 윤석열 정부 시절 김건희 씨 관련 수사를 안 한 게 아니라 윗선의 지시로 제대로 못한 것인데, 이를 이해하지 못하고 ‘왜 부실수사를 했느냐’고 질책하고 문제 삼는데 더 일하고 싶은 이들이 있겠느냐”고 덧붙였다.
다른 특검들 사이에서도 검사들 불만이 적지 않은 상황이라 추가적인 공개 반발이 나올 가능성도 거론되는 상황이다. 수사 기한과 파견 검사 규모를 연장·확대하는 특검법 개정안이 통과됐지만 이를 그대로 다 반영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현실적인 분석이 나온다.
검사장 출신의 변호사는 “정치권력을 겨눈 수사는 고난도기 때문에 수사팀이 하나로 뭉쳐 밤늦게 잠깐이라도 술 한잔을 하기도 하며 ‘으쌰으쌰’를 해도 힘든데, 팀장급 이하 검사들이 공개 반발한다는 것은 ‘열심히 하고 싶지 않다’고 선언한 셈”이라며 “특검 수뇌부가 수사 진행보다 내부 단속에 훨씬 더 공을 들여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
서환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