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진 동거녀 전화기로 1년간 그녀 가족과 메시지 주고받으며 은폐…시신 보관 위해 거주 않는 빌라 계약 유지
더욱 충격적인 부분은 A 씨의 살인 범행을 신고한 이가 또 다른 동거녀 C 씨의 친언니라는 점이다. A 씨는 C 씨와 10년 동안 사실혼 관계로 동거했는데, 이 가운데 3년 동안은 조촌동 빌라에서 B 씨와도 동거를 했다. 3년 동안 두 집 살림을 하다 한 여성을 살해한 것이다.

군산경찰서는 실종 신고 매뉴얼에 따라 수사에 착수했다. 가장 먼저 B 씨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통화는 이뤄지지 않았다. B 씨가 메시지로 “아무 일 없다”고만 답했다. 경찰이 “실종 사건을 종결하려면 대면해서 직접 생존 확인을 해야 한다”며 재차 통화를 요청하자 B 씨는 메시지로 “직장이라 통화가 어렵다”고 답변했다.
사실 이런 답변을 한 것은 B 씨가 아닌 A 씨였다. B 씨의 휴대폰을 A 씨가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경찰에서 계속 연락이 오자 A 씨는 동거녀인 40대 여성 C 씨에게 “B 씨인 것처럼 경찰과 통화해 달라”고 부탁했다. 지인이 10만 원을 주며 부탁했다는 이유를 댔다. 이런 부탁을 의아하게 여긴 C 씨가 계속 무슨 일 때문이냐고 추궁하자 A 씨는 “내가 1년 전에 사람을 죽였다”고 고백했다. 충격적인 얘기를 접한 C 씨는 경남 지역에 거주 중인 친언니에게 그 사실을 알렸고, 친언니는 29일 저녁 7시께 112에 A 씨를 살인 혐의로 신고했다. 그렇게 B 씨 실종사건은 살인사건으로 전환됐다. 경찰은 20여 분 뒤인 7시 20분께 A 씨를 긴급체포했다.

경찰에 따르면 A 씨와 B 씨는 과거 같은 직장을 다니면서 만난 사이로, 2024년 10월에는 둘 다 퇴직한 상태였다. A 씨와 B 씨는 2024년 10월까지 3년가량 조촌동 빌라에서 사실혼 관계로 동거를 했다. 회사를 그만둔 뒤 A 씨는 다른 회사에 취업하지 않고 별다른 직장 없이 주식 단타 매매로 생계를 유지해왔다. 이 과정에서 B 씨 돈으로도 주식 투자를 했다가 크게 손해를 봤다.
경찰 조사에서 A 씨는 “B 씨 돈 5000만 원으로 주식 투자를 했다가 4000만 원을 까먹었다”며 “주식 투자 문제로 B 씨와 다투다가 홧김에 범행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A 씨는 자신의 범행을 감추기 위해 살인을 저지른 뒤 김치냉장고에 시신을 은닉했다.
B 씨의 휴대폰도 자신이 관리했다. 실종신고를 한 동생 등 B 씨 가족들과 ‘무사히 잘 있다’는 식으로 메시지로 연락을 주고받아 사망 사실을 감췄다. 메시지로만 연락이 될 뿐 전화 통화가 이뤄지지 않는 상황을 가족들이 답답해 하면 ‘바쁘다’ 내지는 ‘연락하지 말라’는 식으로 대응했다. 이런 과정이 1년 가까이 이어졌다.
추가 범행 정황도 드러났다. 경찰은 A 씨가 B 씨 사망 이후 그녀의 신용카드를 사용하고, 5000만 원 상당의 카드론까지 사용한 사실을 파악했다. 경찰은 금융 계좌 압수수색 영장 신청 등을 통해 정확한 대출 규모를 파악할 예정이다.

조촌동 빌라를 떠난 A 씨는 C 씨와 함께 군산 수송동에서 동거해왔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A 씨가 C 씨와 10년 동안 동거해온 사실혼 관계라는 점이다. 이 가운데 3년 동안 A 씨는 조촌동 빌라에서 B 씨와도 동거해왔다. 경찰은 A 씨가 소위 말하는 ‘두 집 살림’을 해왔다고 설명했다.
A 씨는 범행 하루 뒤인 9월 30일 오후 구속됐다. 같은 날 살인 및 사체유기 혐의로 A 씨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한 전주지법 군산지원 김은지 영장전담판사는 “증거인멸 및 도망 염려가 있다”는 사유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전동선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