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퇴직 161명으로 10년 새 최대…저연차 퇴직 확대·특검 차출 겹치며 현장 부담 가중

사실 이재명 대통령 취임 후 검찰 안팎에서는 ‘언제 그만둬야 하나’를 고민하는 이들이 늘었고, 검찰 조직 폐지 법안이 통과된 뒤 이를 행동으로 옮긴 검사들이 대거 늘었다.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 7~10월 퇴직 검사 숫자는 4개월 연속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특히 이재명 정부 출범 후 첫 검찰 인사가 있었던 9월에는 퇴직자가 47명으로 정점을 찍었다.
161명이라는 퇴직자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집계일 이후 대장동 항소 포기 사태 관련 노만석 전 검찰총장 대행, 정진우 전 서울중앙지검장, 송강 전 광주고검장, 박재억 전 수원지검장 등의 사표가 수리된 점 등을 고려할 때 180여 명에 육박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한 부장검사급 검찰 관계자는 “검찰이 수사를 하지 않다 보니 로펌들도 검찰 출신들보다 경찰 출신들을 훨씬 더 선호한다. 그런 것을 알면서도 어린 연차의 검사들이 조직을 떠나는 것은 검찰이라는 조직 안에서 배울 것도, 성장할 것도 보이지 않는다는 방증이 아니겠느냐”고 우려했다.
#늘어나는 미제 사건, 커지는 불만
문제는 검사들 내부 분위기가 갈수록 뒤숭숭하다는 것이다. 당장 큰 불만은 극심한 내부 인력난이다. 전례 없는 동시다발적인 특검 차출로 인해 일부 부서는 부장검사와 평검사 2명만으로 구성된 곳도 있을 정도다.
이미 3개 특검에 100여 명이 차출된 데다 ‘관봉권·쿠팡 의혹 상설특검’에도 인력을 파견해야 한다. 상설특검은 특검보 2명, 검사 5명으로 구성돼 수사관까지 고려하면 10여 명 안팎의 인력 차출이 불가피하다.
검사 수가 줄어든 만큼 미제 사건은 늘고 있다.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 8월 말 전국
검찰청 미제 사건 수는 9만 5730건으로, 두 달 전인 6월 말(7만 3395건)보다 30% 넘게 증가했다. 올해 안에 10만 건은 당연하게 넘어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상황이다.
일선 지청에서 일하는 ‘보통 검사들의 불만’이 그 어느 때보다 크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특검 파견 검사 대부분이 특수 수사 경험이 있는 특수통 중심으로 구성되면서, 지방 일선 검찰청을 돌며 형사 사건을 주로 처리하는 검사들에게는 되레 업무가 가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보완 수사권 여부에 촉각
12·3 비상계엄과 관련 불법행위 가담자를 색출하겠다는 취지의 ‘헌법존중 정부혁신 태스크포스(TF)’도 검사 퇴직 규모를 더 확대시킬 변수로 꼽힌다. 국무총리실 결정에 따라 법무부와 대검찰청 등 각 기관에 설치한 TF는 2024년 12월 3일 비상계엄 직전 6개월부터 직후 4개월까지 총 10개월간 비상계엄을 모의·실행·정당화·은폐한 행위를 조사한다.
대검 역시 11월 21일 구자현 검찰총장 직무대행(대검찰청 차장검사)을 단장으로 하는 10여 명 규모의 TF를 꾸렸다. 24일부터는 제보센터를 운영해 관련 제보도 받기 시작했다. 법무부 역시 정성호 법무부 장관을 단장으로 하는 TF를 구성했다.
법무부나 대검에서 ‘당시 핵심 보직’에 있던 이들 가운데 일부가 비상계엄 관련 징계를 받을 가능성이 점쳐지는데, TF 조사 흐름에 따라 퇴직자는 더 증가할 수 있다.

지난 9월 정부조직법 개정으로 검찰청을 폐지하는 법안이 처리된 뒤, 정부와 여당은 국무총리실 산하 범정부 태스크포스인 검찰제도개혁추진단을 중심으로 보완 수사권 등 후속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공소청에 보완 수사권을 줘야 한다고 검사들은 이야기하고 있지만, 다른 결과가 나올 경우 검사들의 사의가 줄 이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고 있다.
차장검사 출신의 변호사는 “지금 검사들이 조직을 떠나는 것은 시작일 뿐, 진짜 엑소더스는 공소청 규모와 보완 수사권 여부에 달려 있다”고 내다봤다.
서환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