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진함과 음침함 오가며 허문호 홀린 ‘마성의 소년’ 열연…“엔딩 이후 두 사람? 2차 갔을 수도”

'맨 끝줄 소년'은 실패한 작가이자 국문학과 교수인 허문오가 강의실 맨 끝줄에 앉은 소년 이강의 천재성을 발견하고 그의 글에 집착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서스펜스 드라마다. 천재적인 글솜씨로 허문오의 욕망을 자극하는 이강은 순수한 문학청년처럼 그에게 다가오지만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마음속 깊이 감춰 뒀던 어둡고 눅눅한 목적과 과거가 드러난다. 반전을 가진 인물인 만큼 최현욱은 그의 속내를 미리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시청자들이 볼 때 어딘가 불편한 기운이 남도록 특유의 자세와 걸음걸이, 타인을 바라보는 방식까지 세밀하게 쌓아갔다.
"극 중에서 이강은 굉장히 어수룩한 모습을 하고 있어요. 추격전 때도 달리는 자세를 보면 무척 엉성하죠. 아무래도 운동을 많이 안 했을 법한 친구라 뛰는 것에 익숙하지 않았을 테니까요(웃음). 평소에는 거북목이 눈에 띄는 자세인데 이강을 상상했을 때 떠오르는 음침하고 어두운 면모를 표현해 내기 위해서 생각해 낸 거예요. 세윤이의 집에 들어가서 관찰할 때도 화목한 가족을 흐뭇하게 바라보는 게 아니라 아주 사소한 변화도 예민하게 받아들이며 훔쳐보는, 건강하지 않은 인물이라는 점을 시각적으로 보여주고 싶었거든요."

"그건 허문오의 상상이에요. 이전에도 허문오는 이강이 자기가 만든 게임 장면을 설명한 걸 듣고 나서 악몽을 꾸기도 하잖아요. 아마 허문오는 MBTI로 따지면 F 성향이라 별별 상상을 많이 하는 타입일 거예요(웃음). 사실 그 신도 여러 상상을 하게 만드는 장면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방에 들어가 보니 이불은 널브러져 있고, 현숙은 화장을 하고 있고, 그 주변엔 와인잔이 있으니 충분히 그런 상상을 할 수 있죠."
허문오의 상상이 폭주할수록 이강이 설계한 복수는 피날레를 향해 간다. 어린 시절 큰 상처를 남긴 어른에게 그가 가장 갈망하는 글을 미끼로 내밀고, 그 욕망을 이용해 삶 전체를 무너뜨리는 방식이다. 다만 최현욱은 이강이 처음부터 끝까지 복수만을 위해 계산적으로 달려온 것은 아니라고 봤다. 개인 수업을 거치며 가까워진 두 사람 사이엔 계획하지 않은 감정도 생겼다는 것. 복수를 마친 뒤 이강이 다시 허문오를 찾아가 수업을 청하는 엔딩에는 그 관계와 함께 '진짜 이야기'를 쓰고 싶다는 공통의 열망이 남아있었다.
"이강의 삶의 목표는 복수만이 아니었을 거예요. 복수보단 그걸 해 나가는 과정을 거치며 정말 말도 안 되는 재미를 느낀 거죠. 제 생각에 이강이 정말 사이코패스가 아니라면, 허문오란 인물과 개인 레슨을 하면서 시간이 지나며 가까워지는 관계 속 어쩔 수 없이 주고받는 감정도 있었을 거예요. 그래서 마지막에 다시 허문오를 찾아간 거겠죠. 저도 이 엔딩신이 가장 짜릿하게 느껴졌어요. 그 복수를 해내면서도 이강은 결국 진짜 글, 진짜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는 거니까요. 이후에 둘은 어떻게 됐을까요? 최민식 선배님은 '자리를 옮겨서 2차 가지 않았을까?'라고 하시더라고요(웃음)."

"제가 초등학생 때부터 최민식 선배님의 영화를 보고 자랐거든요. 너무나 대단한 대선배님이시니까 제가 부딪쳐 볼 작품이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이번에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이 정말 엄청난 영광이었죠. 선배님은 현장에서 지금도 굉장히 에너지가 넘치시고 모든 사람들을 다 행복하게 만들어주시는 분이에요. 저도 선배님처럼 항상 연기를 재미있어하며, 좋은 연기자와 좋은 작품을 만나 현장에서 저 역시 좋은 기운을 불어넣어 주고 싶어요. 이건 옛날부터 제 꿈이기도 하고요."
최현욱이 말한 '좋은 배우'의 기준은 연기력에만 머물지 않았다. 여러 작품을 거치며 주연으로서 단단히 자리매김한 만큼 현장에서 보여주는 태도와 작품 밖에서의 행동까지 스스로 감당해야 할 몫이라고 여겼다. 업계에서 가장 눈에 띄는 활약을 이어온 20대 남배우로 꼽히지만 동시에 2023년부터 2025년까지 매년 사생활과 태도 문제로 구설에 올랐던 그다. 그런 지난 논란을 에둘러 피하지 않으면서 최현욱은 좋은 배우로 오래 남기 위해 먼저 자신의 행동부터 바로잡겠다고 강조했다.
"앞으로 좋은 사람으로 크고 싶고, 좋은 배우로서 연기를 계속하고 싶기 때문에 제가 연기를 꾸준히 하려면 행동을 잘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말 책임감 있는 모습으로 작품에 임하고 누구보다 진심으로 연기하고 싶어요. 예전에 한 선배님이 그러셨는데 배우는 연기에 100% 만족하는 순간 은퇴해야 한대요. 연기에 대한 고민을 계속해 나간다는 것 자체가 반대로 보면 연기가 주는 재미일 수 있거든요. 저도 스스로 계속 연구하면서, 선배님들께 여쭤보기도 하고, 주변 사람들을 많이 보며 그 고민에 대한 답을 찾아 나가려고 해요."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