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임한 대학병원 명의 교수’ 검은 거래 논란

60대 의사 A 씨는 부산지역 모 대학병원에서 퇴임 후 지난 몇 년간 세 곳의 종합병원에 순차적으로 부임했다. 그런데 모 병원 관계자들에 따르면 A 씨는 새 병원으로 옮길 때마다 “간질환 치료에 쓰이는 특정 비급여 의약품의 납품을 D 사에 맡겨 달라”는 조건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D 사는 A 씨가 대학병원 재직 시절부터 해당 제품을 납품해온 ‘의약품 판촉영업자(CSO)’로 등록된 업체다.
부산지역 한 의약품유통회사와 의료기관에 따르면 A 씨는 최근 5년간 세 군데의 의료기관에서 진료하면서 CSO인 D사가 납품하는 특정 의약품을 50억여 원어치를 처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의약품판촉영업자는 약사법에 따라 제약사 또는 의약품 도매상으로부터 의약품의 판매촉진 업무를 위탁받아 수행하는 자를 의미한다. 제약사를 고객으로 두고 제약사를 대신해 영업하며 판촉수수료를 받는 회사나 조직인 것이다.
의료인에게 리베이트 제공 등 불법 영업 행위 방지 및 의약품 판매 질서 유지를 목적으로 도입된 의약품 판촉영업자는 2024년 10월 19일부터 신고제로 바뀌어 엄격하게 관리되고 있다.
의료계 한 관계자는 “A 씨가 자신이 처방하는 비급여 약품을 특정 업체에만 맡기도록 요구한 것은 명백한 이해충돌 가능성이 있는 행위”라며 “환자 치료보다는 거래 관계가 우선되는 구조가 형성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의료인이 의약품 판촉영업자 제도를 악용해 리베이트를 우회해서 받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며 “이게 사실이라면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길 꼴”이라고 우려했다.
실제로 부산지역 한 병원에서는 내부 의약품 교체 검토 과정에서 논란이 폭발했다. 병원 측이 다른 약제의 효능과 납품 조건을 비교하기 위해 공급업체 변경을 논의하자, A 씨가 강한 반발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전부터 해당 병원 내부에서는 ‘A 씨와 D 사 간에 매달 수천만 원씩 금전 거래가 오간다’는 의혹이 퍼진 상태였다. A 씨는 관련 의혹에 대해 “왜 의료진의 진료와 관련한 일에 행정부서장이 나서느냐”고 강하게 반발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D 사와의 거래와 관련해 구체적인 해명은 내놓지 않았다.
A 씨는 D 사와의 관계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다른 부분에는 언급을 피하면서도 “내가 눈이 어두워 D 사 대표가 대신 운전을 해준다”고 말했다. A 씨와 D 사와의 밀접한 관계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D 사 대표는 A 씨와의 관계를 묻는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부산지역 의료계나 의료소비자단체 관계자들은 이번 사안이 단순한 개인 문제를 넘어 의료기관의 구조적 허점을 드러낸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대학병원 교수가 퇴직 후 명성과 영향력을 이용해 병원 납품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의료의 공공성과 투명성을 무너뜨리는 행위”라며 철저한 조사를 촉구했다.
한편 올해 8월까지 수사당국이 보건복지부에 통보한 불법 리베이트 수수자는 2,763명(의사 2 758명, 약사 5명)으로 나타났다. 수수금액은 총 약 100억 2천700만원 규모였다. 판촉영업자(CSO)가 제약사의 리베이트 제공 통로로 활용된 정황이 지속적으로 보고되고 있다.
보건당국은 현재 CSO와 의사 간 유착관계를 끼고 일어나는 유사 사례 재발 방지를 위해 강력한 ‘CSO신고제’까지 도입했으나, 금전수수 행위가 워낙 은밀히 이뤄지는 바람에 근절하기가 쉽지 않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대해 의사단체 등이 관행처럼 이어져온 ‘비급여 납품 유착’ 고리를 끊기 위해선 강제적 제재와 투명한 감시체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하용성 부산/경남 기자 ilyo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