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채 회장이 호감…“그러나 타이밍 아냐”
▲ 수원 KT가 10구단 주인공으로 선정되면서 김성근 감독 영입설이 나오고 있다.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
수원 KT가 10구단의 주인공으로 최종 선정되면서 가장 큰 관심을 모으는 부분이 코칭스태프 인선이다. 창단 팀의 초대 감독이 누가 될지에 대한 후보군들의 하마평이 무수한 가운데 독립리그 고양 원더스를 이끄는 김성근 감독이 스포트라이트의 중심에 있다. KT 이석채 회장이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리더십 강연에서 김성근 감독을 언급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김 감독의 KT행이 자연스레 점쳐졌지만, 김 감독은 지난해 고양 원더스와 2년 계약을 맺으며 앞으로 프로행은 없을 것이라고 잘라 말한 적이 있다. 과연 10구단 KT의 의중과 김 감독의 속마음은 무엇일까. 양쪽 인터뷰를 통해 김 감독의 KT행에 대한 진실과 오해를 알아본다.
김성근 감독은 10구단뿐만 아니라 프로팀 감독이 도중하차하거나 경질될 때마다 영입 후보에 오르는 ‘단골’ 인사다. 10구단이 창단된다고 했을 때 김 감독의 이름이 가장 먼저 거론되는 건 어찌 보면 당연지사. 그러나 고양 원더스 감독인 김 감독 입장에선 KT 초대 감독 후보로 점쳐지는 부분이 불편하기만 하다.
김 감독은 지난 15일 일본 고치로 전지훈련을 떠나기 전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KT 감독설과 관련된 질문에 대해 “쓸 데 없는 얘기”라고 단호한 입장을 나타냈다. 김 감독은 “나한테 직접 들어온 얘기가 전혀 없다. 그런 상황에서 이런 질문이 나오는 건 어불성설이다. 나보다는 언론에서 더 흥미를 나타내는 모양이다”라며 불쾌한 감정을 드러냈다.
김 감독은 KT와 상관없이 프로로 돌아올 계획은 없느냐는 물음에 대해선 ‘기회’가 중요하다고 대답했다. 즉 ‘타이밍’이 어떠하느냐에 따라 프로로 갈 수도, 안 갈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김 감독은 KT 이석채 회장이 평소 자신에 대해 관심이 많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어느 강연에 갔을 때 KT 임원이 김 감독을 찾아와 이 회장이 김 감독의 리더십에 대해 호감을 갖고 있다고 귀띔했기 때문이다. 김 감독은 “그렇다고 해서 내가 그 팀의 감독으로 거론되는 건 억지스런 면이 있다”면서 “올 시즌을 준비하는 감독 입장에서 KT 문제를 입에 올리는 건 이치에 맞지 않는다”며 발을 뺐다.
KT도 곤란하긴 마찬가지다. KT 10구단의 한 관계자는 “아직 우리 쪽에선 단 한 번도 김성근 감독의 이름을 거론한 적이 없다”면서 “언론에서 너무 앞서 나가는 바람에 우리도, 김 감독도 입장만 애매해졌다”고 입을 열었다. 그 관계자는 이런 설명을 곁들였다.
“어제(17일) KBO 총회에서 창단 승인이 났고, 오늘까진 그 여운이 있는 상태다. 본격적으로 창단 준비를 하는 시기는 다음 주 월요일(21일)이 될 예정이기 때문에 감독 후보로 어떤 분이 거론될지는 우리도 전혀 모른다. 따라서 김성근 감독이 그 후보군에 포함될지, 어떨지에 대해선 말할 수가 없다.”
KT 관계자는 창단팀의 가장 중요한 과제가 감독 인선이라는 점에 대해선 절대 공감했다. 어떤 감독을 영입하느냐에 따라 KT의 색깔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KT는 곧 창단팀을 위한 TF팀을 구성, 여러 명의 감독 후보군을 올려 놓고 다양한 각도로 검증과 조사, 연구를 거친 끝에 최종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후보군에 대해서 그 관계자는 “아무래도 창단팀이다보니 야구계에서 지도력을 인정받았던 분이 후보에 오르지 않겠느냐”면서 “KT는 단기간에 성적을 내기보단 10년 이후의 우승을 바라보는 장기 계획을 세울 것이다. 그런 구단 입장에 부합하는 인물을 감독으로 모시고 싶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분명한 것은 KT가 10구단 창단을 공식적으로 발표하기 전까지만 해도 KT 고위 관계자들 사이에선 ‘KT가 야구단을 창단하면 김성근 감독을 모실 것이다’라는 얘기가 공공연히 나돌았다는 사실이다. 김 감독 또한 사석에서 KT 관계자로부터 그런 얘기를 전해 들었지만, 이런저런 반응을 나타내진 않았다. 앞으로 KT가 김 감독의 손을 잡을지, 아니면 새로운 인물을 내세울지, 관심있게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이영미 기자 riverofly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