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문재인) 역할론? 지금은 바람직하지 않아”
▲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
이러한 절체절명의 위기 속에서 지난해 12월 28일 선출된 박기춘 원내대표는 당의 ‘쇄신’과 ‘생존’이라는 숙제를 동시에 떠안고 있다. <일요신문>은 지난 1월 16일,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박 원내대표를 직접 만났다. 이날 그는 광주 회초리 민생투어를 마치고 항공편을 통해 서울로 돌아와 바로 본지와의 인터뷰를 이어갔다. 박기춘 원내대표는 차분한 언변 속에서도 현재 당이 직면한 상황에 대해 솔직 담백하게 털어놨다.
―원내대표에 취임한 지 어느덧 3주가 넘었다.
▲그렇다. 취임한 지 고작 2~3주밖에 안됐지만, 소통은 1년 넘게 한 사람만큼 하고 있다. 참 느낀 게 많다. 지난 대선을 생각해보면, 우리는 정말 이긴다는 자만심에 빠져있었던 것 같다. 지금 돌이켜보면 보다 치밀한 전략과 준비가 필요했다고 생각한다. 그런 지적 많이 받고 있다.
―무척 바빠 보인다. 지금도 광주에서 올라오는 길이라고 들었다.
▲지금 당 비대위에서 이끌고 있는 ‘회초리 민생 투어-광주’ 일정을 소화하고 막 올라왔다. 오늘 광주에서 정말 매서운 얘기 많이 들었다. 지난 대선기간 그 지역 캠프에서 함께했던 분들과 자리를 가졌는데, 정말 쓴소리 많이 하시더라. 구구절절한 말씀에 내 목도 메었다.
―현장에서 가장 많이 나온 질책은 무엇인가.
▲결국 계파 간 싸움과 갈등이 결과로 나왔다는 얘기였다. 어떤 분은 이를 두고 지난해 총선 공천 과정에서부터 이미 문제는 시작됐다고 지적하더라. 당시 공천 과정에서 ‘여론조사’가 도입됐는데, 충분한 명분 없이 차등 후보가 공천을 받는 경우가 꽤 있었다. 이는 광주뿐 아니라, 수도권에서도 있었던 얘기다. 결국 정당이 국민 눈높이를 맞추지 못했다는 얘기고, 특정 계파의 입맛에 맞는 식의 공천을 했다는 것이었다. 결국 총선에서부터 정신 못 차리다, 대선에서 당했다는 얘기다.
―특정 계파라면, 친노 계파를 지칭하는 것인가.
▲그런 얘기가 현장에서도 많이 나왔는데, 꼭 그렇게 말할 수는 없지 않느냐. 대선 패배는 우리 구성원 모두의 책임이다. 저마다 무거운 책임을 짊어져야하는 몫이다.
―본인이 생각하는 당내 ‘쇄신’은 뭔가.
▲참고로 난 개인적으로 계파도, 학연도, 지연도, 그리고 사심도 없는 사람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구성원 스스로 사심이 결부되면 안 된다는 것이고 진심으로 소통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시다시피 우리 당 스펙트럼은 매우 넓다. 생각이 서로서로 다 다르다. 한편으로는 각자 지나치게 계산적이고 자기중심적인 면이 있다. 사심이 많다는 얘기다. 안타깝다. 내 입장에서도 리더십을 발휘하기가 참 쉽지만은 않다. 하지만 결국 이러한 사실들을 다 인정해야 한다.
―요즘 들어 부쩍 ‘현장’ 활동이 많다. 심지어 얼마 전에는 당 지도부 인사들이 현충원 앞에서 삼배를 하는 퍼포먼스도 있었다. 보여주기식 아니냐.
▲ 왼쪽부터 민주통합당 의원총회에서 신임 원내대표로 선출된 박기춘 의원(가운데)과 박 원내대표가 문희상 비대위원장과 나란히 걸어가는 모습.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
―최근 추대된 문희상 비대위원장의 ‘적절성’을 두고도 비판이 많다. 심지어 쇄신과는 동떨어진 ‘구태인물’이라는 평가도 많은데.
▲그렇다. 하지만 비판이 많은 반면, 긍정적인 평가와 지지도 많다. 어차피 누가 되든 비판은 다 나온다. 언론에서 거론됐던 비대위원장 후보자들을 살펴보자. 박병석, 원혜영, 이낙연, 박영선, 이석현 등등이다. 문제는 위 사람들 모두 당내 적극적인 반대세력이 존재한다는 것이었다. 위 사람들은 크게 두 가지 점에서 취임이 어려웠다. 일단 ‘추대’ 자체가 어려웠다. 만약 ‘추대’가 안 되고 ‘경선’으로 갔다면 이는 국민의 기대에 어긋나는 것이었다. 정말 난파선으로 가는 거지. 만약 경선으로 갔다면, 초상난 집에서 3일도 안됐는데, 재산싸움이나 하는 꼴 아니냐. 위의 분들은 모두 현실적인 비판, 그 선을 못 넘었던 것이다. 당 내부 인사들이 겉으로는 말을 안 해도 당 안에서 슬쩍슬쩍 (OOO는 안 된다는 식으로) 내게 얘기하더라.
―두 번째 이유는 뭔가.
▲그런 갈등이 있더라도 누군가 비대위원장이 됐다고 치자. 그렇게 되면 그 위원장은 계속 강한 반대에 부딪히게 될 것이고 소신껏 일도 할 수 없다. 당 업무도 진도도 안 나갈 것이다. 국민들 눈에는 싸움만 한다고 비춰질 것이다. 결국 강한 반대론자들, 우리 당의 계파 갈등 문제다. 그래서 결국 모든 계파를 아우를 수 있는 사람이 필요했다. 적임자는 문희상이었다. 그는 노무현 대통령 시절 비서실장을 역임했으면서도, 비노 의원들과 개인적인 친분이 두터운 사람이다.
―비대위 외부인사 추가 영입은 어떻게 돼 가나.
▲뭐 비대위원장이 하는 일이니까, 구체적으로 언급할 수는 없다. 다만 활발하게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외부인사 영입은 조만간 결정될 것 이다.
―향후 야권 내 ‘핵폭풍’이라 일컬어지는 안철수 전 대선 후보의 귀국 이후에 대해 생각해봤나. 안 전 후보와의 관계설정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일단 안 전 후보가 귀국을 한다고 해도, 당장 우리 당에 들어오지는 않을 것이다. 결국 우리 스스로 혁신하고 환골탈태해서 진정성을 보여줘야 한다. 그렇게 어느 정도 자리를 잡으면 그와 대화할 수 있는 기회는 열리리라 본다. 지금 당장은 그런 외부 일에 대해 생각할 여지가 없다.
―대선에서 패한 문재인 전 후보의 향후 당내 역할에 대해서도 주목하고 있다. 일단 회초리 민생투어에는 동행하지 않았다.
▲(회초리 민생투어에) 뭐 그 분이 함께해서 좋은 점도 있고, 나쁜 점도 있다. 여러 가지 의견이 존재한다. 하지만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본인 생각이다. 본인이 ‘함께하기’를 거절했다. 문 전 후보의 생각이기 때문에 일단 존중해줘야 한다고 본다. 다만 문 전 후보는 이제 당원일 뿐이다.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지금 그 이상의 역할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본인에게 주어진 당원으로서의 역할만 하면 된다. 그래야 당이 거듭나지 않겠나.
―최근 당내에서 박근혜 인수위에 대한 비판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기본적으로 우리 당은 진심으로 새 정부가 성공하기를 바라고, 국민을 위해 협력할 것은 협력하겠다는 입장이다. 인수위 67일이 정권의 운명을 좌우한다. 그런데 해도 너무한다. 무엇보다 인수위 불통인사에 대한 우려가 크다. 헌재 소장(이동흡 후보자)에 ‘초강경 보수인사’를 지명하고 밀봉 대변인 윤창중은 언론 취재까지 쥐락펴락하고 있다. 또 ‘국정운영 프로페셔널’ 대신, 교수들이 너무 많다. 짧은 기간에 국정을 인수하고, 곧장 국정을 이끌 수 있을지 의문이다.
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
박기춘 원내대표는?
‘독고다이’ 비주류서 ‘구원투수’로 나섰다
1956년 경기 남양주에서 태어난 박기춘 민주통합당 원내대표(56·경기 남양주을)는 13~14대 국회 입법보좌관으로 정치계에 발을 들였다. 1995년 제4대 경기도의원에 당선돼 지역적 기반을 다진 그는 2002년 노무현 당시 후보의 경기도 특보를 거쳐 지난 2004년 17대 국회에 처음 입성했다. 이후 내리 삼선을 지낸 그는 18~19대 국회에서 원내수석부대표를 역임했다. 중고교 시절에는 배구선수로 활약했으며 한때 농협에서 평범한 행원생활을 했던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기도 하다.
인터뷰에서 본인이 밝혔듯, 박 원내대표는 사실 계파도, 마땅한 학연도 지연도 없는 인사다. 수도권 태생인 그는 그 흔한 ‘지역색’조차도 없다. 심지어 남들보다 훨씬 늦은 나이에 대학(대진대, 방통대 학사)과 대학원(고려대 대학원 석사, 경희대 대학원 박사)을 수료한 만학도이기도 하다. 대한민국 스펙의 산실이라는 국회에서도 ‘스펙꽝’에 가깝다. 그는 일개 입법보좌관에서 기초의원을 거쳐 국회의원과 제1야당 원내대표직에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인 셈이다.
이런 배경 탓에 당내에서는 말 그대로 ‘비주류 중 비주류’에 속한 인사라 할 수 있다. 그나마 가까운 인사로는 18대와 19대에서 원내대표로 보좌한 박지원 의원이다. 박 원내대표는 지난해 4월 원내대표 경선 참여의사를 밝혔지만, 돌연 박지원 의원 지지를 선언하며 후보직을 사퇴한 바 있다. 그렇다고 박지원계 핵심이라고 보기도 어렵다는 평가다.
그는 지난해 12월 28일 친노 계열인 신계륜 의원과 1차경선 동점을 이룬 뒤, 2차경선 끝에서 간발의 차로 원내대표직에 올랐다. 박지원 의원의 지지와 더불어 2차 결선 투표에서 당내 쇄신파 표 다수가 몰리면서 극적인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 사실 그의 원내대표 선출을 두고 당내에서는 평가가 엇갈린다. 무엇보다 ‘시대’와 ‘운’이 만든 원내대표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그에게 표를 던진 한 쇄신파 의원은 “사실 그가 원내대표 ‘깜’은 아니지 않나. 친노 계파는 도저히 안 되겠고, 결국 ‘어쩔 수 없이 던진 표’로 당선된 인물로 인식될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앞서의 의원은 “다만 ‘비주류’라는 얘기는 그 만큼 ‘중립’을 기대할 수도 있다는 얘기 아니냐. 당내에서 잘만 소통하고 호흡한다면 충분히 다각적인 목소리를 담을 수 있겠다는 기대감도 있다. 결국 박기춘하기 나름이다”고 덧붙였다. 비록 전당대회 전까지 약 4~5개월짜리 시한부 원내대표직이지만, 당의 운명이 좌지우지될 형국에서 잡은 ‘패’이기에 박기춘 원내대표의 역할은 중요할 수밖에 없다.
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
‘독고다이’ 비주류서 ‘구원투수’로 나섰다
▲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
인터뷰에서 본인이 밝혔듯, 박 원내대표는 사실 계파도, 마땅한 학연도 지연도 없는 인사다. 수도권 태생인 그는 그 흔한 ‘지역색’조차도 없다. 심지어 남들보다 훨씬 늦은 나이에 대학(대진대, 방통대 학사)과 대학원(고려대 대학원 석사, 경희대 대학원 박사)을 수료한 만학도이기도 하다. 대한민국 스펙의 산실이라는 국회에서도 ‘스펙꽝’에 가깝다. 그는 일개 입법보좌관에서 기초의원을 거쳐 국회의원과 제1야당 원내대표직에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인 셈이다.
이런 배경 탓에 당내에서는 말 그대로 ‘비주류 중 비주류’에 속한 인사라 할 수 있다. 그나마 가까운 인사로는 18대와 19대에서 원내대표로 보좌한 박지원 의원이다. 박 원내대표는 지난해 4월 원내대표 경선 참여의사를 밝혔지만, 돌연 박지원 의원 지지를 선언하며 후보직을 사퇴한 바 있다. 그렇다고 박지원계 핵심이라고 보기도 어렵다는 평가다.
그는 지난해 12월 28일 친노 계열인 신계륜 의원과 1차경선 동점을 이룬 뒤, 2차경선 끝에서 간발의 차로 원내대표직에 올랐다. 박지원 의원의 지지와 더불어 2차 결선 투표에서 당내 쇄신파 표 다수가 몰리면서 극적인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 사실 그의 원내대표 선출을 두고 당내에서는 평가가 엇갈린다. 무엇보다 ‘시대’와 ‘운’이 만든 원내대표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그에게 표를 던진 한 쇄신파 의원은 “사실 그가 원내대표 ‘깜’은 아니지 않나. 친노 계파는 도저히 안 되겠고, 결국 ‘어쩔 수 없이 던진 표’로 당선된 인물로 인식될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앞서의 의원은 “다만 ‘비주류’라는 얘기는 그 만큼 ‘중립’을 기대할 수도 있다는 얘기 아니냐. 당내에서 잘만 소통하고 호흡한다면 충분히 다각적인 목소리를 담을 수 있겠다는 기대감도 있다. 결국 박기춘하기 나름이다”고 덧붙였다. 비록 전당대회 전까지 약 4~5개월짜리 시한부 원내대표직이지만, 당의 운명이 좌지우지될 형국에서 잡은 ‘패’이기에 박기춘 원내대표의 역할은 중요할 수밖에 없다.
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
민주당 또 DJ묘역만 참배 논란
‘모든 이 껴안는 게 어떨지…’
지난 1월 14일, 문희상 비대위원장을 비롯한 민주통합당 지도부 인사들은 국립현충원을 찾았다. 당시 문 위원장은 현충원에서 “정권교체에 실패했다. 민주당의 책임이다. ‘사즉생’의 각오로 거듭나겠다. 국민 여러분 민주당을 살려 달라. 참회의 삼배를 올리겠다”며 집단 삼배를 올렸다.당시 또 하나의 관심사는 민주통합당 지도부의 이승만, 박정희 전 대통령 참배 여부였다. 지난 대선 당시 문재인 전 후보는 이승만, 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 참배를 거른 채 DJ 묘역만 참배해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하지만 이번에도 민주통합당 지도부는 이승만, 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은 가지 않고 DJ 묘역에만 참배를 올렸다.
당의 정신적 지주라 할 수 있는 DJ 묘역만 참배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입장이 있는 반면, 일각에서는 ‘쇄신과 혁신’의 기로에 선 당 입장에서 적절치 않다는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한 원로 언론계 인사는 “결국 변하지 않았다는 것을 방증하지 않나. 진정한 국민의 정당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모든 이들을 껴안아야 한다. 그렇지 못해서 민주당은 진 거다. 민주당 지도부들은 이번 현충원 방문에서 DJ 묘역뿐 아니라 이승만, 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도 참배했어야 한다.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고 지적했다.
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
‘모든 이 껴안는 게 어떨지…’
당의 정신적 지주라 할 수 있는 DJ 묘역만 참배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입장이 있는 반면, 일각에서는 ‘쇄신과 혁신’의 기로에 선 당 입장에서 적절치 않다는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한 원로 언론계 인사는 “결국 변하지 않았다는 것을 방증하지 않나. 진정한 국민의 정당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모든 이들을 껴안아야 한다. 그렇지 못해서 민주당은 진 거다. 민주당 지도부들은 이번 현충원 방문에서 DJ 묘역뿐 아니라 이승만, 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도 참배했어야 한다.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고 지적했다.
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