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어게인 세력 결집 노림수? 효과 적고 양형에 악영향 줄 수 있어…정치사건 재판 장기화 우려만 키워
오히려 윤 전 대통령 측의 이런 재판 비협조 태도가 판사들에게 “뉘우치지 않고 있다”는 인상을 받게끔 하고, 결과적으로 양형에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법조계에서 나온다.

윤석열 전 대통령 측은 결심공판에서 ‘재판 지연’ 논란에 대해 억울하다고 반발했다. 정당한 변론 활동에 대한 악의적 공격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사건의 본질과 관계없는 이재명 대통령 사건들을 언급하며 “이재명 대통령의 과거 재판을 재개해야 한다”는 정치적 주장도 펼쳤다.
결국 재판부도 “가급적 오후 5시까지 변론을 마무리해 달라”며 시간 안배를 당부했을 정도다. 하지만 윤 전 대통령 측은 정해진 시간을 지키지 않았고, 결국 지귀연 재판장은 “5시 30분 전후까지 6시간 정도 소요됐다”며 “7시 30분까지는 마쳐주셔야 할 것 같다. 무조건 구형과 최후변론까지 오늘 중 끝낼 것”이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윤 전 대통령은 “저희가 헌법 전문가를 증인으로 세웠으면 안 해도 될 절차인데, 이런 것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없었다. 부득이 시간이 들어간 점을 재판장님이 양해해 달라”고 말했다.
#시간 끌기의 진짜 목적은 무엇?
결심공판은 검찰의 구형과 피고인 측의 최종 변론이 이루어지는 단계로, 사실상 선고 전 마지막 관문이다. 이 시점에서 시간을 끄는 행위는 상당히 ‘이례적’이다. 재판 진행 과정에서 ‘불신’을 드러내며 불참한 경우(박근혜 전 대통령)나 재판 진행 과정 지연을 시도한 경우(사법행정권 남용 관련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는 있지만, 재판 도중에는 적극적으로 다투다 말미가 돼 지연 전략을 선택한 경우는 없기 때문이다.

또 언론의 관심을 극대화해 법정이 아닌 거리의 여론을 통해 사법부를 간접적으로 압박하려는 의도도 숨어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재판부 일정대로라면 지난주 금요일 피고인 측 의견 진술과 특검 구형이 같은 날에 이뤄져 특검 구형에 더 관심이 쏠렸을 텐데, 김용현 전 장관 측이 결심 첫날 대부분의 시간을 쓰면서 자신의 입장을 더 부각시킬 수 있었다는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 측 역시 13일 결심공판 때 사실상 하루를 독점하면서 비상계엄의 적법성을 반복적으로 주장해 지지층을 향한 메시지를 강화할 수 있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각에서는 2월 예정된 재판부 인사 이동 시점까지 고려했을 가능성도 제기됐지만, 윤 대통령 측 변호인은 “변론 종결을 지연해 얻을 것이 없다. 2월에 (법관) 정기인사가 있어서 선고 시점은 정해져 있다”며 반박한 바 있다.
#재판부 일정 변경도, 선고 결과도 영향 못 미쳐
하지만 법원 안팎에서는 “성공할 가능성이 없는 전략”이라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고등법원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정치, 사회적 이목이 쏠린 사건일수록 재판부는 ‘재판 지연에 동조한다’는 비판도, ‘피고인의 방어권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비판도 피하려 한다”며 “국회 계엄군 투입 등이 영상으로 명확하게 남아 있고 관련 군인들의 증언도 나온 상황에서, 막연한 무죄 주장과 재판 지연 전략은 논리적 허점을 드러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익명의 한 서울고등법원 판사는 “결심을 두 차례로 나눠 진행해 3~4일 정도 일정이 지연됐다고 해서 판결 시점을 더 늦추지 않는다”며 “오히려 시간을 지연하기 위한 과정에서 나온 말들이 되레 독이 돼 양형에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더 크다”고 비판했다.
그럼에도 많은 정치인들의 재판 장기화 전략이 반복되는 이유는 ‘시간이 흐르면 정치가 사법을 덮을 수 있다’는 믿음이 생겼기 때문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재판부 기피 신청, 방대한 서류 증거 조사, 건강 문제 제기 등을 통해 철저히 시간을 끌었고, 그사이 문재인 정부를 거쳐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며 언론의 관심은 급격하게 식었다. 특히 정권이 바뀌면서 수사의 정당성에 대한 담론도 변했다. 결국 1심에서 대규모 무죄 판결이 나왔는데, 이를 두고 “문재인 정부 당시 재판을 받았다면 1심에서 유죄가 나왔을 수도 있다”는 말까지 나왔다. 장기화가 법리적 무죄를 만들어낸 것은 아니지만, 판결의 사회적 충격을 흡수하는 ‘완충제’ 역할은 했다는 분석이 나오는 대목이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비록 재판 지연을 하는 당시에는 비판을 받을 수 있지만 정권의 교체와 함께 여론 지형이 바뀌면 법원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며 “시대적 상황이 변하면 정치적 평가도 달라지다 보니, 재판 지연으로 득을 본 경우들이 나오면서 거물 정치인들이 앞으로 재판에서 ‘장기화 전략’을 가져가는 게 뉴노멀이 되지 않을까 싶다”고 우려했다.
서환한 객원기자 maste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