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이냐 불구속이냐’ 김 시의원 신병 처리 방향에 관심…강선우·김병기로 이어질 수사 가늠자
수사의 첫 번째 분수령은 김 서울시 의원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여부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사건의 핵심 키맨인 김 시의원에 대한 신병 처리 방향이 그의 수사 협조 여부를 가늠할 결정적 신호탄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김경 시의원이 미국에 아무런 제지 없이 출국하는 등, 조치가 뒤늦게 이뤄진 점에 대해 경찰은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이후 경찰은 강선우 의원을 출국금지 조치했다. 동시에 김경 시의원과 강 의원의 전 보좌진 남 아무개 씨도 함께 출국금지했는데, 2022년 지방선거 전 공천헌금 1억 원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지 약 2주 만이다. 경찰은 이들 3명의 집과 사무실, 차량 등도 압수수색했다.
강선우 의원의 경우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과 자택 등에 대해 전격적인 압수수색이 이뤄졌으며, 현장에서 확보된 휴대전화와 PC 등 관련 자료를 정밀 분석 중이다. 압수수색영장에는 뇌물죄와 정치자금법 위반,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가 적시됐다. 경찰은 김 시의원 건넸다는 ‘1억 원’을 공천 대가로 보고 압수물을 통해 이를 입증한다는 계획이다.
#김경은 자수서 제출 후 수사 협조, 영장 청구할까?
귀국 후 임의동행 형식으로 경찰 조사를 받은 김 시의원은 경찰 조사에서도 강 의원에게 1억 원을 건넸다는 자수서 내용을 대체로 인정했다고 한다. 다만 김 시의원 첫 조사는 3시간 반 만에 끝났다. 경찰은 “건강 문제로 장시간 조사가 어려웠다”며 “최대한 신속하게 다시 불러 조사할 계획”이라는 입장이다.
법조계에서는 법리적으로 구속 수사가 당연한 수순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김 시의원이 방미 기간 중 이미 혐의를 인정한 ‘자수서’를 제출했다고는 하지만, 1억 원이라는 금액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중에서도 상당히 큰 규모이기 때문이다.
특히 수사 직전 출국한 행위를 사법 당국이 ‘도주 우려’로 해석할 경우, 법원의 영장 발부 가능성은 크게 높아진다. 서울시의회에서 확보한 김 시의원의 업무용 PC 3대가 이미 초기화된 상태이기에 ‘증거 인멸 우려’도 제기된다. 경찰은 늑장 수사로 김 시의원의 출국을 막지 못한 데다, ‘도피성 출국’ 논란 이후에도 체포영장을 신청하지 않았던 만큼 강한 수사 의지를 보여줄 필요도 있다.
하지만 미국 귀국 전후로 수사에 협조하는 태도는 변수다. 현금으로 전달된 정치 자금의 경우 통상 ‘사용처 입증’이 쉽지 않다. 받는 쪽에서도 현금으로만 사용하지 이를 입금하는 등의 ‘기록’을 남기지 않는 게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경찰 입장에서 김 시의원을 핵심 키맨으로 활용할 가치가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 시의원을 불구속 상태로 두면서 윗선인 강선우 의원과 김병기 전 원내대표의 혐의를 입증할 추가 진술을 이끌어내는 ‘회유 전략’을 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정치 자금 수사 경험이 많은 한 법조인은 “김경 시의원은 1억 원이라는 거액을 건넸기 때문에 특가법(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뇌물이나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게 원칙”이라면서도 “재판까지 수사의 일관성을 위해 불구속을 선택할 수도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혐의 부인 강선우, 영장 청구 불가피?

법적으로는 뇌물이나 정치자금 모두 금품을 주고받은 사실 자체로 범죄가 성립한다. 사후 돈을 돌려준 것은 양형 과정에서 참작돼 처벌 강도를 낮추는 효과 정도에 국한된다. 경찰은 정치인이 당비나 후원금, 기탁금 외의 돈을 받았다면 대가성이 있거나 직무와 관련성이 없더라도 그 자체로 문제가 된다고 봐 정치자금법 위반을 적용할 수 있다.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에서 1억 원은 인신 구속 여부를 결정짓는 ‘데드라인’이다. 대법원 양형 기준에 따르면 1억 원 이상의 불법 자금 수수는 실형 가능성이 매우 높다.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을 받은 하영제 전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해 5월 실형이 확정됐다. 하 전 의원은 2020년 3월부터 2022년 6월까지 국회의원 선거 비용과 지역 사무소 운영 경비 등 명목으로 송도근 전 사천시장과 도의원 그리고 자신의 보좌관으로부터 9750만 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는데, 하 전 의원은 공소 사실을 대부분 인정했고 징역 1년 6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강 의원의 경우 뇌물죄에 해당할 가능성도 있어 양형이 올라갈 수 있다. 법원이 정한 뇌물범죄 양형 기준에 따르면, 수뢰액 1억 원 이상 5억 원 미만의 권고 형량 범위는 기본 징역 7~10년, 가중 영역은 징역 10~15년이다. 경찰이 수사를 통해 1억 원이 국회의원 직무와 관련해 공천을 대가로 오간 돈이라는 점을 입증하면 정치자금법보다 엄중한 처벌이 가능하다. 강 의원의 경우, 영장 청구가 사실상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오는 지점이다.
특수 수사 경험이 많은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뇌물을 전달한 쪽보다, 이를 거절하지 않고 뇌물을 받은 쪽을 더 나쁘게 보는 게 법리적 구조”라고 말했다.
#불구속 가능성 높은 김병기, 다른 의혹들 수사가 변수

다만 김 전 의원은 ‘여론’이라는 거대한 변수에 직면해 있다. 전직 보좌진들의 폭로를 통해 다른 지자체 의원들에게 3000만 원의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이 추가로 제기된 상황에서, 당의 핵심 보직이었던 김 전 원내대표만 구속을 면하는 것은 ‘권력 눈치 보기 수사’라는 비판을 자초할 수 있다.
검사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김경·강선우 의원 사건만 놓고 보면 김병기 전 원내대표는 단순 방조로 보고 불구속 수사하는 게 맞는 것 같다”면서도 “다만 김 전 원내대표의 경우 이 의혹 말고도 가족의 이익을 위해 직과 보좌진을 동원했다는 의혹들이 있지 않느냐. 이 사건과 별개의 건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것은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내다봤다.
서환한 객원기자 maste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