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돈 구정물만 튀어도 날마다 주가 ‘널뛰기’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주식시장에서는 이른바 이명박 수혜주로 불리며 주가가 급상승하다가 곧 하한가로 추락하는 회사들이 속출했다. 대운하 수혜주로 분류됐던 특수건설, 홈센타, 삼호개발, 동신건설, 삼목정공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한동안 무섭게 상승했던 이 회사들은 그러나 증권선물거래소가 이명박 관련주의 불공정거래 여부를 집중 조사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줄줄이 하한가로 주저앉았다.
하지만 기존 이명박 수혜주들이 하한가 날벼락을 맞는 동안 새롭게 부상한 기업들도 있다. 이른바 ‘이명박 인맥 관련주’들이다.
이명박 후보의 셋째사위인 조현범 한국타이어 부사장과 사촌간인 조현준 씨가 최대주주(지분율 55.6%)인 효성ITX는 ‘신 이명박 테마주’로 불리며 12월 3일부터 7일까지 연속 상한가를 이어갔다. 이후 이틀 연속 하한가를 기록했다가 다시 이틀간 상한가를 치는 등 주가가 요동을 쳤다.
혈연관계가 주가 상승에 한몫을 하자 “대표이사가 이 후보와 친하다”는 주식들도 일제히 상한가 대열에 뛰어들었다. 이내흔 대표이사가 이 후보와 현대건설 시절 함께 일한 동료라는 점이 부각된 현대통신이 12월 6일부터 13일까지 하루를 제외하고 매일 상한가를 쳤다. 천신일 회장이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후보와 대학 동기라는 사실이 알려진 세중나모여행도 12월 4일과 12일 상한가까지 오르는 등 상승세를 이어갔다.
실제로 1970년부터 96년까지 현대건설에 근무한 이내흔 사장은 1965년부터 88년까지 근무한 이명박 후보와 20년 가까이 한솥밥을 먹었다. 반면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출신인 천 회장은 경영학과를 나온 이 후보와 대학동기임은 분명하지만 출신 학과는 다르기 때문에 친분이 어느 정도인지는 불확실하다.
하나금융지주의 주가 오름세도 이명박 테마와 연계돼 있다. 12월 초만 해도 4만 3000원대에 머물던 하나금융의 주가는 10일을 넘어서면서 5만 원을 돌파했다. 하나금융의 주가가 5만 원을 돌파한 것은 지난 7월 31일 이후 처음이다.
시장에서는 이를 은행주 반등 효과와 더불어 하나금융지주가 이명박 수혜주로 분류됐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이명박 후보와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대학 동문이란 이유에서다. 이쯤 되면 사돈의 팔촌을 넘어 옷깃만 스쳤어도 ‘이명박과 친분’이 있는 셈이다.
초록뱀미디어와 리젠도 이런 식으로 이명박 테마 대열에 올라탄 경우다. 초록뱀은 12월 7일과 10일, 12일 사흘간 상한가를 쳤고 13일에도 9% 가까이 올라 12월 초 700원도 안 되던 주가가 1000원을 훌쩍 넘어섰다. 이 회사 주가가 갑자기 급등한 이유는 김기범 대표가 한나라당 선대위 문화예술정책위의 문화위원으로 위촉됐다는 소식이 알려졌기 때문.
리젠이라는 회사 역시 비슷한 이유로 12월 3일부터 7일까지 5거래일 연속 상한가 행진을 벌였다. 이 회사는 자회사인 리젠바이오텍 배은희 대표가 이명박 후보 공동선대위 미래신산업 분야 위원장을 맡고 있다는 이유로 이명박 테마주로 분류됐다. 하지만 리젠은 이후 이틀 연속 하한가로 곤두박질 쳤다가 다시 10% 이상 급등하는 등 롤러코스터를 탔다.
그나마 이런 회사들은 다소 억지스럽기는 해도 이 후보와 인간관계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일부 기업들은 그야말로 황당한 내용으로 이명박 테마에 편승하기도 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12월 초 증권가에 퍼진 ‘이명박 딸 서울증권 입사설’. 지난 12월 5일 여의도 증권가에는 “이명박 후보의 셋째딸이 서울증권 컴플라이언스부에 발령을 받았다”는 소문이 메신저를 타고 급속도로 퍼졌다.
인물이 구체적일 뿐 아니라 해당 회사와 소속부서까지 명시된 탓인지 이 루머는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며 서울증권 주가를 순식간에 5%가량 끌어올렸다. 이로 인해 서울증권은 이날 사실여부를 묻는 투자자와 언론 등의 문의가 폭주하면서 업무가 마비되다시피 했다.
소동이 벌어지자 서울증권 측은 즉시 확인에 들어갔고 “인사팀에 확인한 결과 사실무근으로 밝혀졌다”며 ‘이명박 딸 입사설’을 전면 부인했다. 하지만 회사 측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이날 서울증권의 주가는 4.1% 급상승, 1905원까지 올라갔다.
새로닉스도 비슷한 케이스다. 코스닥에 상장된 IT 장비업체인 이 회사는 대표이사가 이명박 후보의 처조카라는 헛소문이 퍼졌다. 회사 측은 이에 대해 “루머일 뿐 해당사항 없다”고 잘라 말했지만 한번 지펴진 불길은 멈추지 않았다. 새로닉스는 12월 4일부터 7일까지 사흘연속 상한가 행진을 벌였다.
새로닉스 관계자는 “최근 이명박 수혜주로 알려져 있지만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 회사는 LG그룹 공동창업주인 고 허만정 씨의 차남 고 허학구 회장이 설립한 회사. 현 대표이사인 허전수 사장은 허학구 회장의 장남이며 허 사장의 두 아들인 제현과 제홍 씨는 각각 새로닉스의 비상근이사와 LG필립스LCD 연구원으로 일한 경험이 있다. 소문의 내용대로라면 허전수 사장이 이명박 후보의 부인인 김윤옥 씨의 조카라는 뜻이 되는데 두 사람은 아무런 관계가 없는 남남일 뿐이다.
광고 하나로 이명박 수혜주 대열에 합류한 회사도 있다. 코스닥 상장 업체인 국순당은 “열둘보다 나은 둘도 있소”라는 신문 광고를 낸 다음날인 지난 13일 상한가 근처까지 치솟았다가 6.48%가 상승한 상태로 마감했다. 국순당은 광고에서 어깨띠를 두른 열두 자루의 연필과 국순당 제품 두 개의 사진을 게재했는데 문구와 사진 등을 본 정치권과 투자자들이 “기호 12번인 이회창 후보보다 기호 2번인 이명박 후보가 좋다는 뜻”이라고 해석한 것.
광고가 나오자 무소속 이회창 후보 측에서는 “국순당이 자사 생산 술 광고를 가장해 공개적이고 노골적인 방법으로 특정 후보 지지를 선동했다”며 ‘불법 선거 광고’라며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고발했다. 이렇게 되자 중앙선관위에서 광고 중단 명령이 내려졌고 광고를 하게 된 배경과 이유에 대해 조사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오히려 궁금증과 억측을 불러일으키는 효과를 낳고 말았다.
이에 대해 국순당 측에서는 “대선정국에 맞춰 입소문을 노리고 만든 광고일 뿐”이라며 의혹을 일축하면서도 광고가 입소문을 탄 것에 대해서는 내심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영복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