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시플레저·제철코어 트렌드 맞물려 MZ세대 선택…메뉴 취급 음식점 늘어나 ‘금동’ 대란까지

봄동은 배추의 품종 중 하나로, 겨울에 파종해 봄에 수확하며 일반 배추보다 단맛이 강한 것이 특징이다. 비타민A의 전구체인 베타카로틴 함유량이 높은 채소로 항산화 작용으로 인한 노화 방지, 암 예방 등에 효과적이라고 알려져 있다. 또 칼륨, 칼슘, 인 등의 무기질과 함께 빈혈을 예방하고 간장에서의 콜레스테롤 합성 작용을 억제해 동맥경화를 방지하는 효과도 있다. 주로 겉절이를 만들거나 국, 무침의 재료로 사용한다.
강호동이 18년 전 먹은 음식이 ‘봄동’이다, ‘얼갈이’다, 라는 갑론을박도 이어지고 있다. 봄동 배추는 생김새가 납작하게 옆으로 퍼진 특징을 가졌으나, ‘1박 2일’ 영상의 배추는 길쭉하고 비교적 연한 초록색이 나는 얼갈이배추(속이 차기 전에 수확한 배추)에 가깝다는 지적이다. 사실이야 어떻든 봄동비빔밥의 인기는 현재 진행형이다.
봄동비빔밥은 탕후루, 두쫀쿠 등 기존에 인기를 끌었던 음식들과 결이 다르다. 특히 최근 유행한 두쫀쿠가 구운 카다이프(튀르키예식 얇은 면), 화이트 초콜릿, 마시멜로 등이 들어간 자극적인 디저트였다면 봄동비빔밥은 제철 식재료를 활용한 건강한 한 끼에 가깝다. 즐겁게 건강을 관리하는 젊은 층의 ‘헬시플레저’ 트렌드와 ‘제철코어(제철과 코어의 합성어로, 특정 시기에만 즐길 수 있는 음식·장소·콘텐츠를 소비하는 방식)’가 만난 결과로 풀이된다.

비빔밥 메뉴를 취급하지 않던 식당들까지 ‘봄동비빔밥 특수’에 올라탔다. 서울 성북구에서 냉면집을 운영하는 한 자영업자는 “2월 말부터 봄동비빔밥 메뉴를 출시해 운영 중인데 반응이 뜨겁다. 봄동비빔밥을 먹으러 왔다가 저희 냉면 메뉴에 반했다는 반응도 있었다”며 “원래 올해 초부터 메인 메뉴 한 개를 시키면 두쫀쿠 한 개를 주문하실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 최근엔 ‘봄동비빔밥+두쫀쿠’ 조합도 잘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가격 자체는 봄처럼 산뜻하지는 않다. 배달 플랫폼에 등록된 매장들의 봄동비빔밥의 판매가는 1만~1만 5000원이다. 비빔밥 메뉴로는 다소 비싼 편이지만 일부 매장에서는 봄동비빔밥 메뉴만 품절된 경우도 있다. MZ세대가 중요시하는 ‘디토 소비(특정 인물이나 콘텐츠 제안에 따라 제품을 구매하는 습관)’의 특성상 가격 문제보다는 ‘체험해봐야겠다’는 심리가 강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먹방 유튜버들도 가세해 시청자들의 봄동비빔밥 소비 욕구를 자극하고 있다. 구독자 106만 명의 유튜버 ‘돼끼’가 올린 봄동비빔밥 먹방 영상은 조회 수 113만 회를 돌파했다. 또 인터넷 방송인(BJ) 출신 유튜버 ‘슈기님(구독자 149만 명)’이 차돌된장찌개에 봄동비빔밥을 함께 먹는 영상은 조회 수 25만 회를 넘겼다. 이에 따라 봄동의 존재를 몰랐던 젊은 세대까지 매력에 빠지고 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겨울에 주로 먹는 가공식품이나 저장식품과 달리 봄철 채소는 싱싱하고 푸릇한 느낌을 준다”면서 “흔히 ‘제철코어’라고 말하는 봄동의 유행은 이러한 요구와 맞물려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본다”고 분석했다. 이어 “봄동비빔밥 유행을 선도하는 주체는 젊은 층으로, 건강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면서 맛과 영양을 다 갖춘 봄동이 최근 SNS를 중심으로 확산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인기에 힘입어 봄동은 품절 대란을 야기하며 ‘금동’으로 불린다. 3월 2일 농산물유통정보(KAMIS)에 따르면 서울 가락시장 봄동(상 등급) 15㎏ 도매가는 4만 8841원으로 전월 대비 30%가량 올랐다. 봄동은 저장성이 낮고 출하 기간이 짧아 원래 가격 변동성이 높은 채소다. SNS 발 봄동 수요 확대에 더해 주산지인 전남 진도 지역이 한파와 폭설 등 냉해 피해를 입어 가격 상승 요인이 커진 것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제철 채소 특성상 봄동비빔밥의 인기가 오래가진 못할 것으로 본다. KAMIS와 농촌진흥청 등에 따르면 봄동은 중부지방 기준 2~3월 수확이 이뤄진다. 3월 이후부터는 기온 상승 등의 이유로 봄동의 상품성도 낮아지고, 봄동 자체를 재배하기 어려운 환경이 된다. 따라서 살아 있는 채소의 산뜻함을 느낄 수 있는 봄동비빔밥의 전성기는 길어야 향후 2~3주에 그칠 전망이다.
업계에선 영상 플랫폼의 알고리즘에 따른 소비 흐름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본다. 이은희 교수는 “지금은 봄동이 유행하지만 여름이 되면 또 어떤 음식에 대해 관심이 증폭될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면서 “최근 음식 트랜드는 단순히 ‘맛있다’, ‘신선하다’ 정도로만 되는 것이 아니고, 시각적으로 임팩트를 주는 동시에 입소문을 타고 SNS 알고리즘의 선택을 받아야 한다. 뭔가 특별함이 있지 않으면 큰 이슈가 되긴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손우현 기자 woohyeon1996@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