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칙’ 택한 주호영…‘봉투 문화’에 경종
- 계좌번호 내밀던 관행 깨고…'깨끗한 정치' 위해 출판사가 직접 판매
- '자발적 투명성' 확보…6·3 선거 국면 정치권 개혁 화두로 부상
[일요신문] 주호영 대구시장 출마예정자(국회부의장)가 웃돈 봉투를 사양하고 정가 판매 원칙을 관철해 '깨끗한 정치'의 기준을 새로 세웠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야 정치인들의 출판기념회마다 책값을 훨씬 웃도는 현금 봉투가 오가는 관행이 반복되는 점에서 나온 평가라 그 의미가 남다르다.

유력 지방선거 후보인 민주당 A의원은 행사 당일 자신의 농협 계좌번호가 적힌 서류봉투를 참석자에게 내밀었고, 조국혁신당 B의원의 출판회에서는 아예 판매대에 개인 계좌번호가 공지되기도 했다.
특히 국민의힘의 경우 '원스트라이크 아웃제' 가 도입된 후에도 당협위원장들의 공동 출판회에서는 5만원권 다발이 모금함으로 쏟아지기도 했다고 이 신문은 보도했다.
이와 관련 지역 한 변호사는 "책값을 크게 웃도는 출판회 축하금이 '정치활동을 위해 제공된 것'으로 인정되면 정치자금에 해당할 수 있다"며, "특히 후원회를 거치지 않고 의원이 개인 계좌로 직접 입금받는 행위는 정치자금법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 출판사 직원들이 직접 책 판매 나선 '북콘서트'
이런 관행이 판치는 가운데 지난달 22일 대구지역 모 호텔에서 열린 주 출마예정자의 북콘서트 현장에서는 기존 정치권의 출판기념회 관행을 깨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저자인 주 출마예정자측 관계자가 모금함 앞에 서는 대신 출판사 직원들이 직접 책 판매에 나섰기 때문이다.
주 출마예정자측에 따르면 장소만 제공했을 뿐, 책 판매와 관련해 일체의 금전 거래에는 철저히 선을 그었다.
불필요한 정치자금 모금이라는 오해의 소지를 차단하는 동시에 순수하게 시민 소통의 장을 마련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조치다.
행사장 입구에 길게 늘어선 도서 판매대에는 정가 판매를 위해 무려 10대의 신용카드 결제 단말기가 마련됐다.
출판사 관계자는 "과거 정치인 행사의 관행에 익숙한 지지자분들 중에는 책값보다 훨씬 많은 웃돈이 든 현금 봉투를 '응원금' 명목으로 건네려는 분들이 적지 않았다"며, "하지만 예외 없이 정가로만 판매했고, 이를 위해 거스름돈으로 돌려드릴 현금 지폐를 사전에 넉넉히 준비했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굳이 봉투를 쥐여주려는 손님에게 책값을 제외한 거스름돈을 정중히 돌려주는, 낯설고 훈훈한 실랑이가 연출되기도 했다는 것이 주 출마예정자측의 설명이다.
한편 출판회 투명성을 높이는 법안은 이미 국회에 발의됐지만 여전히 계류 중이다. 현행법상 출판회 수익은 정치자금으로 분류되지 않아 신고·공개 의무가 없다.
여권 원로인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은 "봉투 내고 책 한 권 받아 가는 건 불법 아니냐"며, "지금부터라도 선관위가 정치인 출판회에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정치자금 투명성이 화두로 떠오른 이번 6·3 선거 국면에서, 주 부의장이 보여준 '원칙 있는 행보'는 정치권에 신선한 메시지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김은주 대구/경북 기자 ilyo0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