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리위원 충원 ‘강행’ 의지, 연판장·맞징계 반발에 장외전…내홍 반복되자 지지율 하락

하지만 장 대표는 “아쉬운 선거 결과에 송구스럽다”면서도 “당원들과 함께 새 길을 찾겠다”며 사퇴 요구를 일축했다. 투표용지 부족으로 불거진 선관위 각종 의혹은 장 대표에겐 호재가 됐다. 이런 중요한 사안이 발생했는데, 1야당 대표가 물러나선 안 된다는 논리를 장 대표 측은 내세웠다.
버티기 모드가 어느 정도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오자 장 대표는 사퇴를 촉구하는 반장동혁파를 향해 징계의 칼을 겨누기 시작했다. 장 대표는 ‘당의 기강 확립’을 강조하며 중앙당 윤리위원회 재가동에 돌입했다. 지난 1월 윤리위원회는 장 대표와 대립각을 세웠던 한동훈 의원을 제명한 바 있다. 장 대표가 반대 세력 축출을 위해 다시 징계 정국의 포문을 열었다는 분석이 쏟아졌다.
징계 대상 1순위는 6·3 지방선거 전후로 무소속 한동훈 의원을 지원했던 친한계 의원들이다. 또 장 대표 사퇴를 공개적으로 촉구했던 소장파 모임 ‘대안과미래’ 소속 의원들, 오세훈 서울시장 공동선대위원장을 지낸 김재섭 의원 등이 거론됐다.
당 중앙윤리위는 지난 7월 6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비공개 회의를 열고 6·3 지방선거 기간 전후에 당원 등으로부터 접수된 징계 회부 요청서를 검토하며 징계 대상자를 선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윤리위도 장 대표 의지대로 움직이진 않은 것으로 보인다. 윤리위는 징계 개시 결정 등을 내리지 않고 보류한 채 첫 회의를 마쳤다. 일요신문 취재에 따르면 윤리위원 다수가 회의에 참석하지 않아, 정족수 미달로 의결을 내릴 수 없었다고 한다(관련기사 [단독] 윤리위원들 보이콧? 국민의힘 윤리위 첫 회의 의결정족수 미달).
윤리위는 공지를 통해 “6일 회의는 징계 개시를 위한 회의가 아닌, 지방선거 기간 접수된 다수의 안건을 전체적으로 검토하는 회의였다”며 “향후 회의 일정 또한 확정된 바 없다”고 반박했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윤리위 반론을 보면 6일 회의가 징계 개시 결정하는 자리가 아니었다고만 설명했지, 윤리위원 대다수가 참석하지 않아 의결정족수가 안 됐다는 내용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며 “윤리위원들이 뜻대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을 자인한 게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국민의힘은 7월 9일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중앙당 윤리위원 1명을 추가로 임명했다. 당헌·당규에 따르면 당은 윤리위를 9인 이내로 구성할 수 있다. 현재 윤리위는 윤민우 윤리위원장을 포함해 총 6명으로 전해진다. 이번 임명으로 7명이 됐다. 최보윤 수석대변인은 “9명이 최대 인원이니 최고위에서 (추가 임명에) 공감대가 있었고, 최고위 의결로 임명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정치권 관계자는 “기존 윤리위로는 의결정족수가 채워지지 않으니, 1명을 충원해 정족수를 맞춰 윤리위를 강행하겠다는 의지”라고 귀띔했다.
윤리위는 2차 회의를 최대한 서둘러 열려고 준비 중이라고 전해진다. 앞서 관계자는 “당초 윤리위는 두 번째 전체회의를 7월 21일 예정했다고 한다. 그런데 윤리위원 1명을 추가로 임명하면서, 21일은 너무 멀다고 앞당겨 개최하려고 재촉했던 것으로 안다”고 했다.

이어 이 의원은 “‘즉각 사퇴’와 ‘질서 있는 퇴진’이라는 방법론의 차이가 존재할 뿐, 장 대표 체제로 (2028년) 총선을 절대 못 치른다는 의견이 (전체 의원 110명 중) 80명 이상이라고 본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한 초선 의원은 “지방선거가 끝난 후 눈치를 보던 의원들 사이에선 임계점을 넘었다는 얘기가 많이 나온다. 의원들이 집단 목소리를 내면 장 대표도 버티기 어려울 것”이라면서 “장 대표 일부 측근의 강경한 메시지만 부풀려서 알려지고 있지만 침묵하고 있는 의원들의 수가 훨씬 많다”고 했다. 이 의원은 “한동훈 의원 복당과는 무관한 사안이다. 그 문제는 장 대표가 그만둔 후에 다시 논의되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징계 대상자로 거론됐던 김재섭 의원도 채널A 유튜브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지방선거 패배의 가장 큰 책임이 있는 건 장 대표인데, 오히려 기강을 잡는다는 이유로 여기저기 징계정국을 만든다는 것 자체가 납득하기 어렵다”며 “가장 큰 해당행위자는 장 대표 본인”이라고 꼬집었다.
6선 당내 최다선 조경태 의원은 장동혁 대표를 향해 맞징계로 응수했다. 앞서 조 의원은 국민의힘 몫 국회부의장 후보로 뽑힌 박덕흠 의원에 대해 “내란 옹호 세력을 뽑지 말라”는 취지로 민주당 의원들에게 요청했다는 논란으로 윤리위에 제소됐다.
조 의원은 당 윤리위에 장 대표를 제소하면서 제명·출당 조치를 요구했다. 제명·출당 사유로 지방선거 패배시 당대표 사퇴 약속을 지키지 않은 점, 선거 기간 방미 일정에 따른 리더십 공백으로 당을 위기에 빠뜨린 점, 윤석열에 대한 사법부 판단을 사실상 부정한 점, 징계 정치로 당내 민주주의를 훼손한 점 등을 꼽았다.
조 의원은 “선거에서 패배하고도 책임지지 않는 지도부의 무책임과 바른말하는 동지들을 탄압하는 독선과 독재가 당의 뿌리를 흔들고 있다”고 직격했다.

이어 부산 북갑 보궐선거에서 무소속 한 의원을 지지했던 의원들에 대한 윤리위 징계에 대해서는 “선거 당시 송언석 원내대표도 타당 후보나 무소속 후보를 지원하는 것은 심각한 해당행위라고 말했다”며 “전쟁에서 우리 편을 향해 총을 쏘는 것, 적을 돕는 것이 해당행위가 아니라는 논리는 어디에서 나오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장 대표는 7월 8일 국민의힘 인천시당에서 열린 ‘6·3 참정권 박탈 사태’ 청년·대학생 간담회에 참석했다. 6·3 지방선거 이후 올림픽공원 집회에 비공식적으로 참석한 것을 제외하고, 첫 공개 외부일정이었다.
장 대표는 간담회 직후 투표용지 부족 사태 특검과 사전투표 폐지 등을 주장하는 집회에도 참석했다. 집회에서 “부정선거, 재선거, 당일투표 수개표”라는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장 대표는 인천을 시작으로 부산·대구 등 전국 순회 집회 참석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장 대표가 장외로 나선 표면적 사유는 야당 주도 특검 도입과 사전투표 폐지 등을 위한 여론전이다. 장 대표는 “이재명 대통령, 민주당, 선관위가 하나로 묶인 선거 카르텔을 깨지 않으면 대한민국의 진짜 민주주의를 세울 수 없다”며 “청년과 시민 여러분이 싸워서 ‘국민특검’을 얻어냈다”고 강조했다. 당 지도부 역시 ‘현장의 목소리를 직접 듣겠다는 당대표의 의지가 강력하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정치권에선 사퇴 요구에 대한 대응 차원에서 장외를 택했다고 해석한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장 대표는 지금까지 정치적으로 코너에 몰릴 때마다 단식, 방미 등 방식으로 피해나갔다. 이번 장외전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했다.
김재섭 의원도 앞서 방송에서 “장외로 겉도는 것 자체가 장 대표의 정치적 입지라는 것이 굉장히 좁고, 본인이 활동하는 범위가 굉장히 극단적으로 치우쳐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앞서 민주당 관계자는 “정치인이 대통령을 제외하고 국무총리와의 회동보다 중요한 일정이 있느냐. 장윤기 사건의 경찰 비위 문제를 지적하고 싶었으면, 한 총리에게 따져 물어도 됐다. 그런데 야당 대표가 총리와의 약속은 일방적으로 취소하고, 광주경찰청과 사전 조율도 하지 않고 무작정 항의 방문을 간 것이다. 정치인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장윤기 사건으로 검찰의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 문제가 재점화됐다. 여권 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국민의힘이 지도부를 중심으로 원내에 복귀해 법사위 등에서 논리적으로 문제 제기를 하면 여당은 흔들릴 수 있다”며 “그런데 장 대표는 장외에서 ‘부정선거’를 외치며 강성 지지층에만 호소를 하고 있으니 국민들에 호응을 받지 못하는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은 지방선거가 끝난 후 정당 지지율이 반등하며 한때 민주당에 역전을 성공하기도 했다. 하지만 당 내홍이 이어지며 다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 의뢰로 7월 2~3일 무선 ARS 조사 방식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정당 지지도에서 민주당은 전주 대비 2.0%포인트(p) 상승한 43.0%, 국민의힘은 1.7%p 내린 40.3%로 집계됐다. 민주당이 3주 만에 오차범위 내지만 재역전을 이뤄냈다(여론조사 자세한 사항은 여론조사기관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