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인 출신 임병식 ‘일본을 걷는 이유’ 출간
이에 대해 대통령실은 “독도에 대한 영유권 분쟁은 존재하지 않는다"며 "일본의 어떠한 부당한 주장에도 단호하고 엄중히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일 관계는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롤러코스트 같다. 가깝고도 먼 일본. ‘다카이치 독도 발언’으로 온기가 서리던 한·일 관계에 다시 냉기가 깔리고 있다.

그럼에도 일본은 한국인이 가장 많이 방문하는 여행지 가운데 하나다. 우리는 이해하기 어려운 이 나라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이 질문에서 출발한 신간 ‘일본을 걷는 이유’(아라크네)가 나왔다. 저자 임병식이 2년간 일본을 가로지르며 기록한 현장 르포다. 인문 기행서로도 읽힌다.
이 책은 일본 최남단 이부스키에서 최북단 왓카나이까지, 총 2600km 거리에서 겪은 경험과 사회 민낯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그 여정에서 역사를 왜곡하는 일본, 전쟁 범죄에 침묵하는 일본, 가해 행위를 반성하는 일본 그리고 잘못을 바로잡기 위해 움직이는 일본을 동시에 만난다.
마르셀 프루스트는 “진정한 발견의 여행은 새로운 풍경이 아니라 새로운 눈을 갖는 것이다”라고 했다. 이 책은 그 ‘새로운 눈’을 갖게 한다. 우리가 그동안 무엇을 보았고 무엇을 놓쳤는지 돌아보게 한다. 감정이 아닌 사유를 통해 일본을 다시 바라보게 한다.
저자는 수많은 역사적 장소를 직접 걸었다. 다양한 사람을 만났다. 축적한 서사와 현장을 기록한 사진들은 감정적 구호 대신 차분한 성찰로 독자를 이끈다.
1부에선 윤동주와 송몽규의 비극이 서린 후쿠오카와 조선 침략 발원지인 나고야 성터를 통해 기억의 시작을 탐구한다. 2부는 메이지유신의 고향인 가고시마와 가미카제 특공대의 역사적 현장을 방문하며 일본 근대화의 명암을 사유한다. 3부에선 히로시마 원폭 기억과 시마네의 독도 영유권 주장 등을 통해 역사의 그림자를 되짚고, 안중근 의사를 기리는 일본인들 양심을 발견한다. 마지막으로 4부는 사도 광산 강제징용과 홋카이도 수탈의 역사를 마주하며 책임과 화해라는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저자는 일본을 단순히 비난하거나 옹호하는 이분법적 프레임을 경계한다. 역사 왜곡과 전쟁 범죄에 침묵하는 일본과 반성을 위해 노력하는 일본을 동시에 조명한다. 특히, 일본 사회 내 '양심적인 일본인'들의 사례를 통해 군국주의 일본과 양심적인 시민을 구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책에선 안중근 의사를 체포하고 그의 인품에 감화된 헌병 치바 토시치, 조선인을 변호한 변호사 후세 다쓰지, 관동대지진 당시 조선인을 보호한 경찰서장, 강제노동 희생자 유골을 발굴하는 시민 단체들 활동 등을 소개하며 일본 사회 여러 얼굴을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독도종합연구소장인 호사카 유지 고려대 특임교수(전 세종대 교수)는 “설명하는 책이 아니라 질문하는 책”이라며 “그 질문이 깊을수록 비판은 더 단단해지고 증오는 설 자리를 잃을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허민 국가유산청장은 “이 책은 일본을 새롭게 보게 하는 창이자, 우리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거울이 될 것”이라고 평했다.
저자는 “일본을 이해한다는 건 우리가 더 성숙해지는 길”이라며, 과잉 민족주의를 넘어선 객관적 시각을 제안한다. 이 책은 혐오와 증오의 언어에 머무를 것인지, 이해의 노력을 통해 함께 미래로 나아갈 것인지에 대한 담담한 질문을 남긴다.
김지영 기자 you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