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평과 혹평 사이 화제성 커져…CG 보완·국내 관객 반응이 흥행 최대 변수

그의 세계는 칸에서도 다소 낯설게 받아들여졌다. 칸 경쟁부문은 대체로 사회적 의제와 작가적 형식이 선명한 영화들이 중심에 놓이는 무대다. 그런 자리에 '호프'처럼 크리처를 소재로 한 SF 액션 블록버스터의 장르영화가 들어섰다는 사실만으로도 시선이 쏠렸다. 더욱이 단순히 크리처 액션만을 강조하는 게 아니라 작은 지역 공동체 안에서 느낄 수 있는 나홍진 감독 특유의 불길한 공기와 한 치 앞을 예측하기 어려운 전개를 함께 품고 있다. 칸 현지에서 '호프'가 SF 영화라는 점을 넘어 나홍진식 장르 변주로 주목받은 것도 이 때문이었다.
최초 공개 후 해외 평단의 반응은 선명하게 갈렸다. 먼저 호평 쪽에서는 '호프'의 장르적 밀도와 에너지를 높게 봤다. 영국 가디언지는 별점 4점을 주며 "멈추지 않는 광란의 외계인 전투는 최고 수준의 오락"이라고 평했다. BBC 역시 이 영화를 "2026년 반드시 봐야 할 괴수영화"로 소개하며 초반부 전개를 "숨 가쁜 롤러코스터"에 비유했다. 버라이어티는 "형편없는 크리처 효과와 어설픈 신화 구축에도 불구하고, 긴 러닝타임의 약 70% 동안은 지금껏 본 최고의, 그리고 가장 웃긴 액션 영화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반면 비판 지점도 분명했다. 인디와이어는 '호프'에 대해 "형편없는 각본과 '미이라 2' 이후 최악 수준의 CG 때문에 무너진다"고 혹평했다. 초반부의 강한 추진력은 인정하면서도 괴물이 본격적으로 모습을 드러낸 뒤부터는 영화가 급격히 힘을 잃는다는 지적이었다. 호평이 나홍진식 '장르 에너지'의 강렬한 변주에 주목하고 있다면 혹평은 그 시도는 긍정적으로 바라보면서도 CG의 완성도와 후반부 전개가 미흡하다는 것에 집중했다.

이 같은 흐름은 올여름 국내 개봉을 앞둔 '호프'를 단순한 화제작 이상으로 바라보게 한다. 비록 수상은 불발됐지만 해외 시장 반응을 먼저 확인한 대형 장르영화가 국내 극장가에서도 대규모로 관객을 움직일 수 있을지 여부에 뜨거운 관심이 집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한국영화계는 관객 감소와 투자 위축이 겹치며 긴 침체기를 지나왔다. 2025년에는 극장 전체 매출액이 1조 470억 원으로 전년 대비 12.4% 감소했고, 전체 관객 수도 1억 609만 명으로 전년 대비 13.8% 줄어든 것으로 나타나 2년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인 2017~2019년 평균과 비교하면 매출액은 57.3%, 관객 수는 48.0%로 사실상 반토막 수준에 머물렀다. 여기에 지난해에는 '칸 공식 초청작 0편'이라는 초라한 성적까지 거두면서 한국영화의 위기론이 부상하기도 했다.

'호프'를 향했던 해외 평단의 엇갈린 평가가 국내 관객 반응에서도 반복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CG나 후반부 전개의 느슨함, 장르적 과잉은 평론가들이 아쉬움을 표했던 것처럼 국내 관객들에게도 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반대로 그간 한국영화에서 보기 어려웠던 대형 SF 액션의 규모와 속도감은 나홍진 감독 특유의 장르 해석 능력과 어우러지면서 강한 체감으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 전작 '곡성'이 미스터리와 스릴러의 경계에서 다양한 해석을 낳았던 것처럼 '호프' 역시 단순한 크리처 액션을 넘어 관객들 사이에서 여러 방향의 반응을 끌어낼 작품으로 기대된다.
한편 나홍진 감독은 오는 7월 국내 개봉 전까지 CG 수정을 포함한 후반 작업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는 아직 '호프'가 완성된 평가표를 받은 작품이 아니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칸에서 먼저 공개된 버전이 세계 영화계의 관심을 끌었다면 국내 개봉판은 그 과정에서 드러난 아쉬움을 얼마나 보완했는지가 흥행 성공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