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수용자 권리구제 제도 악용에 행정 부담 가중…인용률 0%대에도 ‘괴롭히기식’ 소송·고소 잇따라

A 씨가 밝힌 민원의 내용은 “미친X” 등의 욕설을 포함해 “자신을 괴롭힌다”는 허위 사실을 근거로 교도관을 징계해 달라는 요구도 있었다. 형집행법에 따르면 교정시설의 장은 수용자의 청원이나 민원을 묵살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한 민원 처리에 관한 법률(민원법)상 민원은 반드시 조사를 거쳐 서면으로 결과를 통지해야 한다. A 씨는 “꼭 해결해야 하는 수용자 건강관리 등의 민원에 대응할 여력이 없다”고 호소했다.
행정심판 담당 교도관 B 씨는 “전체 수용자 중 소수가 (소속 교정시설) 전체 행정심판 청구의 상당 부분을 제기하고 있다. 이들은 자신이 받은 징벌에 대한 집행정지 신청이나 교도관 기피 신청 등을 걸고 있다”면서 “모든 내용을 검토한 뒤 문서를 작성해야 해 다른 업무 처리를 못하는 경우가 있다. 일선 교도관뿐 아니라 행정심판위원회에서도 말도 안 되는 내용이라 할지라도 전부 검토를 해야 해 심각할 정도로 행정력 낭비가 발생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행정심판은 행정청 내부에서 사법 기관의 역할을 한다. 행정소송의 경우 절차도 복잡하고 비용도 많이 들어 이를 보완하기 위해 존재하는 제도다. 교정본부는 행정심판 청구를 심리·의결하기 위해 각 지방교정청에 행정심판위원회를 설치, 운영하고 있다. 각 교정시설의 행정심판 담당 교도관은 수용자들의 청구를 접수해 관련 내용을 문서로 만들고, 이를 상급 위원회인 행정심판위원회에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B 씨는 “각종 처분에 대해 행정심판을 하게 만든 의도는 민원인이나 수용자의 권리가 침해당했을 때 이를 구제할 목적”이라면서 “‘삼계탕을 제공해 달라’, ‘유명인을 석방하라’, ‘교도관 집 주소를 알려 달라’ 등 곤란한 내용을 요구하고, 관철되지 않을 시 또다시 행정심판을 제기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고 했다. B 씨는 “정말 부당한 처분을 받아 행정심판을 제기했다면 인용 사례가 많았을 것이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고 덧붙였다.

법무부에 따르면 교정시설이 보안 등의 이유로 수용자의 정보공개를 거부할 경우 이 처분을 취소해 달라는 내용, 자신에게 내려진 징계처분을 취소해 달라는 내용이 주요 행정심판 청구 사유였다. B 씨는 “행정소송 등 다른 구제 수단이 있는 만큼 행정심판이 수용자 권리 구제의 ‘최후의 보루’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반복적·악의적 청구에 대해서는 행정청에 일정한 재량권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수용자들이 제기하는 국가인권위원회 인권위 진정이나 행정소송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다. 2025년 인권위에 접수된 교도소·구치소 수용자의 진정은 총 4501건이었으며, 이 가운데 권고(인권 침해나 차별 행위가 있었다고 판단) 결정은 24건(0.5%)에 그쳤다. 또, 2025년에 수용자가 제기한 행정소송은 122건으로 최근 10년 중 가장 많았는데, 최종 결론이 난 44건 가운데 인용된 사례는 5건이었고 나머지는 대부분 소송 요건을 갖추지 못해 각하 또는 법원에서 기각됐다.
신상정보가 공개된 수용자가 행정소송을 냈다 기각된 사실도 조명받고 있다. 이른바 ‘한강 몸통시신 사건’으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수감 중인 장대호는 최근 경북북부제2교도소장을 상대로 낸 텔레비전 시청 금지 처분 등 무효 확인 소송에서 패소했다. 2019년 자신이 일하던 모텔 투숙객을 둔기로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해 한강에 유기한 혐의로 대법원에서 무기징역이 확정된 장대호는 교도관 폭언·폭행 등으로 6차례 징벌 처분을 받기도 했다.
수용자들이 괴롭힘 목적의 민원이나 행정심판을 제기하는 것을 넘어 교도관들을 고소·고발하는 일도 잦다. 법무부에 따르면 최근 10년(2016년~2025년) 동안 피소된 교정공무원은 총 1만 5788명이며, 이 가운데 기소되거나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인원은 7명(0.04%)이다. B 씨는 “피소된 교도관들을 조사하기 위해 답변이나 진술을 요구할 상황이 생겼을 때 그분들이 굉장히 스트레스를 많이 토로한다”고 말했다.
교정공무원 사직 사례가 늘어나는 경향도 교도관이 받는 업무 스트레스와 관련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교정통계연보에 따르면 2024년 108명의 교정공무원이 사직을 이유로 면직됐다. 2017년 84건이었던 사직 건수는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A 씨는 “민원 담당 교도관뿐 아니라 수용동에서 수용자들과 부딪히는 많은 직원들이 스트레스를 겪고 있고, 이런 문제가 사직 통계에 반영된 것 같다”고 말했다.

지속된 악성 민원으로 인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겪어 온 A 씨는 각종 상담과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 씨는 “상담을 하면 마음이 안정됐다가도 다시 일을 하면서 수용자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일이 반복되니 무너지게 된다”면서 “한 수용자는 전임자(민원 담당)가 현재 어디서 근무하는지도 알고 있었다. 내가 인사 이동이 되더라도 이들이 내가 있는 곳을 수용자들이 알게 될 수 있다는 두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2023년 한국교정학회에 실린 ‘교도관의 적극 교정처우의 한계 및 개선 방향-수용자의 권리구제 실태를 중심으로(허경미)’에 따르면 “수용자들로부터 제기되는 민원은 수용자의 인권 보호적 측면에서는 필요하나, 교정공무원의 입장에서는 정신건강을 해치는 위협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면서 “교정공무원의 지속적인 정신건강과 안전을 위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손우현 기자 woohyeon1996@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