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가 선수 전원 3D 아바타 만들어 판정에 활용…축구공에 칩 탑재 코너킥 여부까지 가려

지금까지 축구 팬들은 경기를 보면서 술집, 거실, 온라인 게시판에서 이런 식으로 밤새 싸우곤 했다. 그러나 2026 북중미 월드컵에서는 더 이상 이런 싸움을 할 필요가 없어졌다. 애매한 장면의 상당 부분을 AI가 들여다보게 됐기 때문이다.
물론 경기장에서 뛰는 심판은 여전히 사람이다. 하지만 심판의 귀에는 AI가 속삭이고, VAR실(비디오 판독 시스템)의 화면에는 AI가 만든 3D 아바타가 뜨며, 감독과 분석관 앞에는 AI가 정리한 전술 보고서가 놓여 있다.
FIFA와 공식 파트너 ‘레노버’가 발표한 바에 따르면 기술의 핵심은 세 가지다. 오프사이드 판정을 돕는 AI 기반 ‘3D 플레이어 아바타’, 심판 시점에서 영상을 더 선명하게 보여주는 ‘레프리 뷰’, 그리고 모든 참가팀에 제공되는 AI 전술 분석 도구 ‘풋볼 AI 프로’다. 여기에 고도화된 반자동 오프사이드 시스템, 공이 경기장 라인을 완전히 벗어났는지 판단하는 ‘아웃 오브 바운드’, 골키퍼 시야 방해 여부를 가늠하는 ‘라인 오브 사이트’ 기술도 있다.
가장 먼저 축구 팬들이 체감할 변화는 오프사이드 판정이다. 공격수가 골망을 흔드는 순간 환호성을 지르며 기뻐했지만, 한참 후 부심이 깃발을 들어 올리면서 맥이 빠졌던 경험은 누구나 한 번쯤 있다. 이는 부심이 공격 전개를 끝까지 지켜본 뒤 깃발을 올리는 일명 ‘지연된 오프사이드 깃발’ 때문이다. 이 제도는 그간 불필요한 플레이를 지속시켜 선수들의 부상 위험을 키운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실제 지난해 5월에는 ‘노팅엄 포레스트’의 공격수 타이워 아워니이가 부심의 뒤늦은 오프사이드 판정 탓에 플레이를 이어가다 골대에 부딪히는 아찔한 사고를 겪기도 했다.
BBC 보도에 따르면, 이번 월드컵에서는 이러한 답답함이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FIFA가 VAR을 위한 한층 고도화된 ‘반자동 오프사이드 시스템’을 도입했기 때문이다. 새로운 시스템에서는 선수가 오프사이드 위치에서 10cm 이상 벗어나면 부심의 이어폰을 통해 실시간으로 음성 알림이 전달된다. 과거 클럽 월드컵과 인터콘티넨탈컵 등에서 시험된 버전이 50cm 이상일 때 알림을 주었던 것에 비하면 정확도 면에서 눈에 띄게 향상된 것이다.

이를 위해 48개국 대표팀 선수 1248명 전원은 대회 전 사진 촬영 과정에서 특수 챔버에 들어가 디지털 스캔을 받았다. 바로 선수들의 실제 몸을 그대로 구현한 AI 기반 ‘3D 플레이어 아바타’다.
스캔에 걸리는 시간은 단 1초 정도에 불과하며, 단 한 번의 촬영으로 선수의 키와 체형, 정밀한 신체 부위 치수를 그대로 딴 개인 맞춤형 3D 모델이 완성된다. 단순히 ‘사람 모양의 그래픽’을 만드는 게 아니라, 선수마다 다른 신체 구조를 데이터로 완벽하게 구현하는 방식이다.
오프사이드는 결국 신체 어느 부위가 상대 수비라인보다 앞섰는지를 따지는 판정이다. 따라서 어깨, 무릎, 발끝, 머리 위치가 모두 중요하다. FIFA와 ‘레노버’는 “선수별 3D 아바타를 만들어 반자동 오프사이드 기술의 정확도를 높였다”고 말하면서 “경기 도중 다른 선수에 가려서 몸이 보이지 않을 때나 빠른 움직임 속에서도 선수를 놓치지 않고 안정적으로 추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판정 결과는 경기장 전광판과 방송 중계를 통해 3D 애니메이션으로 실시간 송출된다.
그렇다고 모든 오프사이드 논란이 말끔히 사라지는 건 아니다. BBC에 따르면 이 시스템은 가장 미세한 오프사이드까지 모두 잡아내지는 못한다. 또 선수가 바닥에 쓰러져 있거나 여러 선수가 너무 가까이 붙어 있는 경우에는 한계가 있다. 공을 건드리지 않은 공격수가 상대를 방해했는지, 골키퍼 시야를 가렸는지처럼 해석이 필요한 장면에서는 여전히 사람의 판단이 중요하다.
실제 팬들이 보게 될 화면도 달라진다. VAR 판정 때는 단순한 선 그래픽만 보이는 것이 아니라, 실제 선수와 흡사한 3D 아바타를 통해 오프사이드 장면이 재현된다. FIFA는 이를 통해 관중과 TV 시청자가 판정 과정을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이번 월드컵에서 새롭게 선보이는 또 다른 기술은 공이 경기장 밖으로 완전히 나갔는지 여부를 가려내는 ‘아웃 오브 바운드’ 판정이다. 3D 애니메이션을 만들어 공의 정확한 위치를 보여주게 될 예정이며, 특히 골이 들어가기 직전 공이 골라인이나 터치라인을 나갔는지 가려내기 애매한 상황에서 유용할 전망이다. 또한 축구공 안에 탑재된 칩은 마지막으로 누가 공을 건드렸는지도 판별해준다. 이는 VAR이 코너킥 판정의 적절성을 확인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안방에서 경기를 관람하는 팬들이 TV 화면을 통해 가장 크게 느끼게 될 변화는 ‘레프리 뷰’다. 이는 심판 시점의 영상으로, 심판의 귀 근처에 카메라를 장착해 심판이 보는 것과 비슷한 각도에서 경기를 볼 수 있도록 한 시스템이다. 단, 경기 중 끊임없이 뛰고, 방향을 바꾸는 심판의 거친 움직임 때문에 화면이 심하게 흔들렸던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AI 기반의 이미지 안정화 소프트웨어를 도입했다. 덕분에 시청자는 마치 자신이 경기장 한복판에서 선수들과 함께 뛰는 듯한 생생하고 매끄러운 1인칭 시점 화면을 즐길 수 있게 됐다.
이번 월드컵의 AI 도입은 심판 판정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FIFA와 ‘레노버’가 공동 개발한 ‘풋볼 AI 프로’는 생성형 AI 기반 축구 지식 보조 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은 FIFA가 보유하고 조직한 수억 개의 방대한 축구 데이터를 분석해 텍스트, 영상, 그래프, 3D 시각화 자료 형태로 전 세계 팀에 제공된다. 이를 바탕으로 감독과 코칭스태프는 경기 전 상대 팀을 분석하고, 경기 후에는 자기 팀의 움직임을 복기하는 데 이 시스템을 활용한다.
더욱 특별한 점은 전 세계 48개 참가국 모두에게 공평하게 제공된다는 점이다. 그동안 자본과 기술력이 부족했던 축구 국가들은 축구 강국들에 비해 정밀한 데이터 분석 시스템을 갖추기 어려웠다. FIFA는 이러한 불균형을 해소하고 ‘공평한 운동장’을 만들기 위해 이 플랫폼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단, 공정성을 위해 이 툴은 경기 전과 후에만 사용할 수 있으며, 실시간 라이브 경기 중에는 사용이 금지된다.

어쩌면 축구 팬들은 AI가 틀렸을 때 더 크게 분노하게 될 수도 있다. 사람이 실수하면 “심판도 사람이니까”라고 말할 여지가 있지만, AI가 틀리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그렇게 많은 기술을 적용했는데 왜 틀리냐”는 불만이 따라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반대로 AI가 완벽하게 판정할 경우, 오히려 축구 본연의 재미가 저해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기술이 판정을 더 정확하게 만들수록 축구가 가진 드라마틱한 요소가 줄어드는 것 아니냐는 불만이다. 실제 축구는 오랜 세월 오히려 완벽한 스포츠가 아니어서 사랑받아 왔다. 심판의 판정, 선수의 실수, 감독의 직감, 관중의 분노와 환호가 뒤섞여 하나의 드라마를 만들어왔다. 그러나 AI가 모든 장면을 데이터로 쪼개고, 모든 판정을 3D 그래픽으로 재현하고, 모든 전술 선택을 분석 보고서로 제시한다면 축구는 더 공정해지는 동시에 더 무미건조해질 수 있다. 판정은 정교해질지언정 스포츠가 가진 감동은 퇴색될 수 있다는 의미다.
AI라는 새롭고 거대한 날개를 단 축구가 과연 팬들에게 어떤 새로운 경험을 선사할지 전 세계의 시선이 북미 대륙에 쏠려 있다.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