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마을’ 인기, 료칸 스타 ‘미미탄’ 화제, 편의점 ‘고양이의 날’ 특수…“감정적 유대가 소비로 이어져”

이런 애정은 통계에서도 드러난다. 일본 펫푸드협회에 따르면 2025년 기준 일본의 반려묘 수는 약 880만 마리로, 반려견 680만 마리를 크게 웃돈다. 2017년 처음으로 반려묘 수가 반려견 수를 넘어선 이후 격차는 꾸준히 벌어지고 있다. 고양이 한 마리를 기르는 데 드는 평생 비용도 평균 180만 엔(약 1730만 원)에 이른다.
고양이의 영향력이 가장 뚜렷하게 나타나는 분야 중 하나가 관광이다. 도쿄의 오래된 정취를 간직한 거리, 야나카긴자는 ‘고양이 마을’이라는 별명으로 유명하다. 골목 곳곳에는 고양이가 그려진 간판이 걸려 있고, 고양이 모양 화과자와 잡화, 기념품을 파는 가게들이 늘어서 있다. 이곳을 찾는 관광객들은 단순히 쇼핑을 하러 오는 것이 아니다. 골목을 천천히 걸으며 길고양이를 만나고, 사진을 찍고, 일본 특유의 ‘고양이 감성’을 경험하기 위해 발걸음을 옮긴다.

료칸 측에 따르면 “미미탄의 인기가 높아진 이후 예약이 꾸준히 늘어났다”고 한다. 특히 ‘고양이의 날’이 있는 지난 2월에는 역대 최고 수준의 예약 실적을 기록했다. 온천도 좋지만, 미미탄을 만나기 위해 먼 길을 마다하지 않는 사람들이 그만큼 많다는 뜻이다.
이처럼 일본에서 고양이는 관광 자원이 되고, 상품이 되며, 때로는 지역의 브랜드가 되기도 한다. 그리고 그 열기가 정점에 이르는 날이 바로 2월 22일이다. 이날은 ‘고양이의 날’로 불린다. 숫자 2를 뜻하는 일본어 ‘니’가 세 번 이어지는 발음이 고양이 울음소리인 ‘냥냥냥’과 비슷해 붙은 이름이다. 1987년 일본 펫푸드협회가 제정한 기념일이지만, 이제는 밸런타인데이에 버금가는 소비 이벤트로 자리 잡았다.
편의점 업계도 이 시즌을 놓치지 않는다. 패밀리마트는 2023년부터 매년 ‘고양이의 날’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관련 상품 구매자의 56.2%가 실제로 고양이를 키워본 적조차 없는 사람들이라는 사실이다. 패밀리마트 측은 “고양이를 키우고 싶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운 사람들까지 포함한 ‘고양이 관심층’이 시장을 떠받치고 있다”며 “반려동물 시장을 넘어 힐링과 디자인 소비의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고양이의 경제학’은 얼마나 큰 돈을 만들어내고 있을까. 간사이대학교 명예교수 미야모토 가쓰히로는 2026년 일본의 ‘네코노믹스’ 규모를 2조 9488억 엔으로 추산했다. 전년 대비 402억 엔 증가한 수치다. 이는 2025 오사카·간사이 엑스포의 경제효과(3조 6000억 엔)의 약 80%에 해당한다. 요컨대 국가적 프로젝트에 버금가는 경제적 파급력을 고양이가 만들어내고 있는 셈이다.
기록적인 성장의 배경에는 반려동물의 평균 수명 연장이 지목된다. 의료비 지출이 늘어난 데다 펫보험과 프리미엄 사료 등 관련 시장도 빠르게 성장했다. 최근의 물가 상승 역시 시장 규모 확대에 영향을 미친 요인으로 꼽힌다. 미야모토 교수는 “당분간 인플레이션의 영향으로 경제효과가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면서도 “물가가 안정되면 네코노믹스 역시 감소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흐름을 단순히 사육 편의성만으로 설명하지 않는다. 오히려 현대인의 삶과 고양이의 이미지가 절묘하게 닮아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고양이는 독립적이지만 완전히 혼자 있기를 원하지 않는다. 사람에게 애정을 표현하면서도 지나친 간섭은 싫어한다. 이런 모습이 오늘날 많은 일본인이 추구하는 관계의 형태와 맞닿아 있다는 설명이다.
칼럼니스트 무토 히로키는 “고양이는 일본인이 선호하는 관계의 거리감을 구현한 동물”이라고 표현했다. 실제로 일본에서는 고양이를 인간처럼 의인화하거나 자신을 투영하는 문화가 널리 퍼져 있다. 그렇게 형성된 감정적 유대는 콘텐츠 소비와 상품 구매로 이어지며 네코노믹스를 떠받치는 원동력이 된다. 결국 네코노믹스의 성장은 단순히 반려묘 수가 늘어난 결과만은 아니다. 고양이가 주는 위안과 공감에 사람들이 기꺼이 지갑을 열면서, 그 애정이 거대한 소비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