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화질·AI 보정 대신 불완전한 색감 선호…카리나·츄·수지 등 스타들의 구형 기기 셀카도 구매욕 자극
이들은 선명하고 깨끗한 사진 대신 빛 번짐이나 노이즈(사진이나 영상의 밝기·색상 정보에 섞여 들어가는 무작위한 변동)가 그대로 드러나는 불완전한 결과물에서 매력을 느끼고 있다. 기기의 성능 경쟁이 정점에 이른 상황에서 소비자들이 기술적 완성도가 아닌 특유의 색감과 감성을 소비의 기준으로 삼고 있다.

디지털카메라만 취급하며 SNS 등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한 매장 점원은 “주말에는 젊은 손님이 줄을 설 정도고 평일도 오후 2시 이후로는 꽉 찰 정도로 많다”면서 “(카메라) 중고 시장이 커지는 과정에서 필름 카메라보다 찍기 쉬운 디지털카메라 수요가 늘어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온라인에서 디카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고 있다. 중고거래 플랫폼 번개장터에 따르면 올해 1월 플랫폼 내 디카 거래건수는 전년 동월 대비 35.5%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인스타그램에서는 ‘디카’ 태그를 단 게시물이 10만 개가 넘게 게시됐고, 디카 입문자를 위한 정보를 소개하는 숏폼 영상이 조회 수 80만 회를 넘겼다.
디카를 찾는 이들은 흐릿하지만 낭만적인 특유의 감성을 향유하려는 모습이 엿보였다. 여자 친구와 함께 세운상가 내 한 카메라 매장을 찾은 30대 남성은 “요즘 카메라는 매우 선명한 데 비해 옛날 카메라는 색감이 약간 흐릿한 것이 매력적”이라면서 “옛날 느낌 나는 카메라가 좋아 구경 중”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매장에서 빈티지 디카를 구매한 대학생 김 아무개 씨(23)는 “여행지에서 감성 사진을 찍고 싶어 (카메라를) 구매했다”면서 “예상보다 가격은 다소 비쌌지만 낭만을 느끼고 싶어 알바비를 기꺼이 지불했다”고 밝혔다. 세운상가 내 디카 시세는 대체로 20만~30만 원 선이었고, 비싼 제품의 경우 50만 원을 넘기기도 했다.

구형 아이폰 중에서도 2010년대 중후반에 출시된 아이폰6 시리즈, 아이폰 SE 1세대 등은 최근 중고시장에서 각광받고 있다. 번개장터에 따르면 2025년 ‘아이폰6S’ 상품 등록건수는 전년 대비 519% 늘었다. 중고 구형 아이폰은 기기 상태에 따라 10만~30만 원대에서 거래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2030은 구형 아이폰을 구하기 위해 국내보다 물량이 비교적 풍부한 일본·중국에서 해외직구하는 방법까지 눈을 돌리고 있다. 일본 구매대행 플랫폼 ‘재팬잉’은 확대된 수요에 발맞춰 플랫폼 내 실시간 자동 번역 시스템을 도입하고 소비자를 위한 문의 대행 서비스도 운영하고 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이러한 현상에 대해 “최신 스마트폰 사진은 땀구멍까지 다 보일 정도로 너무 정확해 피로감을 주지만, 아날로그 감성은 약간 흐릿하면서도 많은 의미를 읽어낼 수 있다”면서 “너무 빠르고 변화가 심한 디지털 감성과 반대되는 문화를 추구하는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이은희 교수는 “스마트폰은 막 찍어대지만 디카는 촬영 과정이 느리고 신중하다. 이러한 조심스러운 과정 자체가 젊은 층에게 새로운 소비 행동으로 다가간다”면서 “여기에 SNS에서 연예인들이 보여주는 독특함을 따라하는 심리와 ‘남아 있는 것만 살 수 있다’는 과거 기기의 희소성이 맞물려 중고 가격 상승과 트렌드를 견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손우현 기자 woohyeon1996@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