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분당 아파트 매도하며 ‘17억 근저당’ 대출 규제 회피 꼼수 지적…여 “정책 솔선수범, 통상적 방법으로 거래”

이 대통령은 1998년 3억 6600만 원에 매입한 해당 아파트를 2월에 매물로 내놨다. 2월 27일 이 대통령은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셋방살이 전전하다 IMF 때 평생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산 집”이라면서 “아이들 키워내며 젊은 시절을 보낸 집이라 돈보다 몇 배나 애착 있는 집”이라고 했다.
애착 있는 집을 매물로 내놓은 배경에 대해 이 대통령은 “부동산 정책 총책임자로서 집 문제를 가지고 정치적 공격거리를 만들어주는 것보다 만인의 모범이 돼야 할 공직자로서 책임을 다하고 싶어서 판 것”이라고 했다.
부동산등기부에 따르면 이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가 2분의 1씩 지분을 보유하고 있던 분당 수내동 50평형대(전용면적 164.25㎡) 아파트는 29억 원에 매각됐다. 매수인 A 씨와 B 씨는 공동명의로 아파트를 매입했다. 눈길을 끈 부분은 따로 있었다. 등기부등본 을구에 기재된 근저당설정 내역이었다.
매매계약이 체결된 지 이틀 뒤인 7월 16일 채권최고액 17억 7000만 원 규모 근저당 설정 계약이 이뤄졌다. 채무자는 매수인 A 씨와 B 씨였고, 근저당권자는 이재명 대통령 내외였다. 이른바 ‘셀러 파이낸싱’이라 불리는 매도인 대출의 흔적이었다. 채권최고액은 거래가액 대비 61% 수준이었다.
네이버 부동산 등에 따르면 이 대통령이 매각한 분당 아파트 같은 평형대 매물의 호가는 31억 원, 대출 한도는 2억 원으로 기재돼 있다. 최근 정부의 대출 규제를 감안하면 금융권 대출 한도를 한참 넘어서는 규모의 매도인 대출이 이뤄진 셈이다.
7월 21일 청와대는 언론공지를 통해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자택매매를 완료했으며, 매매는 시세보다 낮은 29억 원에 이뤄졌다”면서 “1주택자로서 매각 의무는 없으나 부동산 정상화 정책 실현 의지를 보여주는 조치”라고 설명했다. 매도인의 근저당권 설정과 관련해 청와대는 “등기상 내용은 매수자 사정에 의한 것”이라면서 대통령 요구에 따른 조치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관심은 실제 대출금 대비 채권최고액 설정비율에 쏠린다. 통상 은행권에선 채권최고액을 대출금의 110~120%로 설정하는 관행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설정비율이 110%일 때 실제 대출액은 16억 900만 원 수준이고, 120%일 때는 14억 7500만 원 수준이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셀러 파이낸싱의 경우 은행처럼 채권최고액을 대출금의 110~120%로 설정하는 관행이 없다”면서 “채권 최고액이 17억 7000만 원일 때 이 금액이 실제 대출금 액수와 동일할 수도 있고, 일부 이자와 지연손해금을 대비한 수치일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이 관계자는 “이 대통령 부동산 매각 사례는 미지급 매매대금 전액을 담보하기 위한 근저당 설정 구조로 볼 수 있기 때문에 채권최고액 설정 비율이 100%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도 했다.
채권최고액 설정비율에 따라 매수인이 소유권 이전 당시 필요로 하는 현금 규모가 달라진다. 이 대통령이 매각한 자택은 11억 3000만 원 규모 전세계약을 끼고 있는 구조다. 전세계약은 오는 10월이 만기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세보증금 11억 3000만 원과 이번에 설정된 근저당 채권최고액 17억 7000만 원을 합친 금액은 29억 원이다. 정확히 부동산 매각대금과 일치하는 수치다. 채권최고액 설정비율이 100%일 경우엔 매수인이 현금을 동원하지 않고 소유권을 이전받을 수 있는 구조다. 다만 이 대통령 아파트 매각 과정에서는 매수인이 전세보증금을 중도금으로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일보 보도에 따르면 매수자 A 씨는 “세입자가 안정적으로 나갈 수 있어야 나도 들어갈 수 있으니, 그만큼(전세보증금)을 중도금으로 줬다”고 했다. 현금 조달 없는 부동산 거래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 셈이다.
매도인 대출과 관련해 A 씨는 “매도 예정인 내 아파트의 잔금 지급 날짜가 맞지 않아서 그렇게 됐다. 10월 잔금을 받아 17억 7000만 원을 모두 처리할 예정”이라면서 “집주인이 사정을 봐주신 것인데, 재건축 단지엔 이런 거래가 많다”고 했다.
A 씨는 부동산 매입 경위와 관련해 “대통령이니 누군지 알긴 알지만, (개인적으로는) 모르는 사람”이라면서 “이사를 하려고 지금 집을 내놓고 새집을 알아보고 있는 상황에서 대통령 매물이 나오면서 우연히 상황이 맞아떨어졌다. 부동산을 통한 정상적인 거래였다”고 했다.

그러나 야권 안팎선 이 대통령의 매도인 대출을 둘러싼 비판론이 분출하고 있다. 7월 21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서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매도인인 이 대통령 부부가 매수인들에게 채권최고액 17억 7000만 원 근저당을 설정해 (아파트를) 매도했다”면서 “세상에 이런 방식으로 대출 규제를 피하는 꼼수가 있구나 감탄을 금치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 일은 이재명 정부의 규제 일변도 부동산 정책이 시장을 어떻게 비정상적으로 왜곡시키고 있는지 단적으로 보여준 사건”이라고 주장했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SNS를 통해 “현재 이 정부와 시중은행은 대출을 토막내며 국민의 내집 마련 꿈을 산산이 무너뜨렸다”면서 “금번 이 대통령 집과 같이 25억 원을 초과하는 주택의 은행 대출은 2억 원에 불과하다”고 했다. 안 의원은 “이 대통령은 본인이 자기 집을 팔 때는 신박한 초식을 펼친다”면서 “본인이 사금융으로 사채를 주고, 매수자에겐 갭투자 길을 열어준 것”이라고 비판했다.
안 의원은 “초고가 주택 매매자들이 암암리에 활용하는 ‘셀러 파이낸싱’ 기법을 일국의 대통령이 구사했다”면서 “이 대통령은 집값을 안정시키는 노력을 하기는커녕 오히려 스스로 부동산 시장을 교란하는 ‘부동산 블루길’ 같은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했다. 그는 “부동산 규제가 국민에게는 족쇄, 본인에게는 편법의 도구인가”라면서 “30억 원에 이르는 집을 현금으로 살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집을 판 잔금으로 다음 집을 마련해야 하는 서민에게 15억 원을 매수인에게 빌려주는 선택지는 불가능한 방법”이라고도 했다.

이주희 민주당 의원은 “대통령은 1주택자로서 매각 의무가 전혀 없었음에도, 자택을 시세보다 낮은 29억 원에 매각하고 무주택자가 됐다”면서 “정책의 솔선수범을 두고 비난부터 쏟아내는 정당이 과연 정상이냐”고 했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