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전’ 노렸지만 수소연료전지 기술 상업화 난항…“사업 지속 과정서 운용 자금 부족해 회생 절차”

가온셀은 지난해 9월 11일 회생절차 개시 결정을 받았다. 법원이 공개한 조사보고서 기준 당시 자산은 약 65억 2475만 원이다. 유동부채는 154억 8907만 원이다. 자본금은 91억 8217만 원이지만 결손금이 312억 1804만 원 쌓였다. 매각 대상과 거래 구조 등은 인수 후보자의 실사와 후속 협의를 거쳐 정해질 전망이다.
연료전지 개발을 계속하려면 연구개발비와 생산설비 운영비가 필요하다. 납품 이후 유지·보수망을 갖추는 비용도 들어간다. 단기간에 수주를 늘리지 못하면 인수 뒤에도 운전자금 부담이 이어질 수 있다.
가온셀은 1994년 6월 봉주전자라는 이름으로 설립됐다. 휴대전화용 배터리팩을 생산해 모토로라와 소니에릭슨, LG 등에 공급했다. 회사는 2003년 연료전지 연구에 착수했고 2009년 DMFC를 적용한 이동수단 개발로 사업 범위를 넓혔다. 프로파워를 거쳐 2019년 3월 현재 사명으로 변경했다.
주력 기술인 DMFC는 메탄올을 연료극에서 직접 반응시켜 전기를 생산한다. 메탄올에서 수소를 따로 뽑아낸 뒤 연료전지에 공급하는 외부 개질 방식과는 구분된다. 액체인 메탄올은 고압 수소보다 저장과 운반이 쉽고 주입 시간이 짧아, 충전을 위해 장시간 멈추기 어려운 물류장비나 비상전원에 적용할 수 있다.
기술적 난제도 존재한다. 반응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발생하며 메탄올이 전해질 막을 통과하는 현상은 출력과 효율을 떨어뜨린다. 촉매 비용과 내구성도 상용 제품의 가격 경쟁력을 좌우한다. 재생에너지로 만든 메탄올을 사용하면 전 과정의 탄소 배출을 낮출 여지가 있지만, 연료 자체의 가격과 공급망에 대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가온셀은 지게차와 무인운반차, 소형 이동수단, 통신 중계기용 전원 등을 목표 시장으로 삼았다. 회사 연혁에 따르면 2009년 2.2kW(킬로와트)급 DMFC 배터리 하이브리드 스택을 개발했다. 2020년 11월에는 1.5kW급 DMFC 시스템과 5kW급 연료전지 시스템으로 한국산업표준(KS) 인증을 받았다. 공공기관이 성능을 시험한 뒤 구매할 수 있는 산업통상자원부 혁신제품에도 선정됐다.
정부 사업 참여 이력도 이어졌다.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은 2020년 DMFC 스쿠터와 지게차를 개발하는 가온셀을 국제표준 전문가와 연결하는 지원 대상에 포함했다. 제품 개발과 동시에 국제표준 제안을 준비하도록 돕는 사업이었다. 국가기술표준원장은 2024년 3월에도 가온셀을 찾아 수소 분야 기업의 국제표준 활동을 점검했다.
가온셀은 DMFC와 별도로 고압 수소를 사용하는 연료전지 지게차와 무인운반차 사업에도 참여했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울산 수소그린모빌리티 규제자유특구에서 관련 장비와 수소충전시설의 안전성이 실증됐다.
다만 공공 실증과 인증은 매출 확대로 충분히 이어지지 않았다. 서울거래 비상장이 NICE평가정보 자료를 바탕으로 제공한 별도재무제표에 따르면 가온셀의 2019년부터 2023년까지 누적 매출은 61억 원이다. 같은 기간 영업손실은 140억 원, 순손실은 144억 원이다. 2023년에는 매출 10억 원을 올리는 동안 영업손실 53억 원을 기록했다.
한 회계법인 소속 회계사는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은 매각 과정에서 강점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재무구조를 고려하면 거래 성사가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며 “인수 후보자가 어느 수준으로 가온셀을 평가할지 예측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가온셀은 국내 수요의 한계를 해외 생산으로 돌파하려 했다. 회사는 2023년 사우디아라비아의 산업단지 개발 사업인 사우디·한국 산업단지 프로젝트(SKIV)에 참여해 현지 연료전지 공장을 짓는 방안을 추진했다. 당시 가온셀 측이 제시한 투자유치 규모는 약 1조 4000억 원이었다.
회사는 2023년 제3자 배정 유상증자로 60억 원을 조달했다. 발행가는 주당 1만 2000원, 신주는 50만 주였다. 조달 목적에는 운영자금과 연구개발비, 사우디 시범사업 비용이 포함됐다.

가온셀은 회생절차에 들어가기 전까지 사업 영역을 넓혀 반전을 노렸다. 회사는 2025년 3월 정관을 바꿔 바이오매스와 폐기물을 이용한 메탄올 생산, 이산화탄소 포집·활용 메탄올, 저장·운송·판매 등을 사업 목적에 추가했다. 연료전지 장비 제조사에서 메탄올 공급망 전반으로 확장하려는 구상이었다.
김민진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KIER) 연료전지연구실 교수는 “가온셀의 주력 기술인 DMFC는 에너지 효율이 상대적으로 낮아 관련 시장을 확대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수소연료전지는 경제성 측면에서도 비용 부담이 커 상용화가 쉽지 않다. 이러한 기술적·경제적 한계가 가온셀의 경영에도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소연료전지 업계 관계자는 “2019~2021년에는 정부의 정책 지원을 바탕으로 관련 사업자들이 투자를 확대했다”며 “이후 정부가 두 차례 바뀌는 동안 수소산업 지원이 상대적으로 약해지면서 재무 기반이 취약한 기업이 경영난을 겪거나 사업을 정리하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가온셀 관계자는 “현재 회사 전체를 대상으로 매각을 진행하고 있다”며 “DMFC 기술을 제품화하고 매출로 연결하려면 상용화 시장이 뒷받침돼야 하지만 국내에서는 관련 여건이 충분히 조성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사업을 지속하는 과정에서 운영자금이 부족해져 결국 회생 절차에 들어가게 됐다”고 설명했다.
박호민 기자 donkyi@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