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 흡수합병에 양사 주주 부담 우려…SKIET는 합병 시점·비율 불리, SK이노는 지분 희석·자금 소요
업계에선 물적분할 후 다시 합병을 추진하는 것이 경영진의 의사결정과 시장 신뢰에 의문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당국은 주주 충실의무 이행과 주주 소통의 충분성 등을 중심으로 합병 증권신고서를 심사하고 있다.

SKIET는 소재사업의 독립 경영과 전문성 강화를 위해 2019년 4월 SK이노베이션에서 물적분할됐다. 이후 중국·폴란드 생산시설 확충에 필요한 투자재원을 마련하고 리튬이온배터리 핵심 소재인 분리막(양극·음극 차단막) 시장의 선두 지위를 강화하겠다며 2021년 5월 코스피에 상장했다.
SKIET는 실적 부진과 자금 조달 한계에 부딪혀 다시 모회사에 편입되는 수순을 밟게 됐다. 전기차 시장 침체와 중국 업체의 공급 확대가 겹치면서 판매량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SK이노베이션에 따르면 SKIET의 올해 1분기 생산시설 가동률은 약 20% 수준에 그쳤다. 올해 상반기 매출은 754억 원, 영업손실은 1367억 원을 기록했다. 당기순손실은 약 1조 4095억 원에 달했다.
시장에서는 물적분할·상장 이후 발생한 가치 하락과 합병 부담이 양사 일반주주에게 전가될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SK이노베이션은 SKIET 상장 당시 구주매출로 대규모 현금을 확보했지만, SKIET 일반주주는 사업 부진에 따른 가치 하락과 기업가치가 낮아진 시점에 산정된 합병비율을 감수하게 됐다. 합병 이후에는 SK이노베이션 일반주주도 신주 발행에 따른 지분율 희석과 추가 자금 부담에 노출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SK이노베이션은 SKIET IPO 당시 보유주식 1283만 4000주를 구주매출해 약 1조 3476억 원을 확보했다. 당시 회사는 구주매출 목적을 계열 기업가치 제고와 배터리·분리막 등 신성장 사업 투자재원 확보로 제시했다. 그러나 글로벌 증설과 시장 확대 기대를 반영했던 SKIET의 지분가치는 업황 부진 장기화로 급격히 축소됐다. SKIET 전체 지분가치는 공모가 기준 약 7조 4862억 원에서 합병가액 기준 1조 2091억 원으로 5년 만에 83.9% 감소했다.

SKIET 일반주주는 낮아진 합병가액을 토대로 산정된 합병비율에 따라 SK이노베이션 주식을 받아 분리막 사업의 회복 가능성에 간접적으로 참여하거나 합병에 반대해 주당 1만 4620원에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올해 상반기 기준 SKIET 소액주주는 33만 5222명으로 전체 주주의 99.9%에 달하며, 이들이 보유한 주식은 전체 발행주식의 30.72%인 2512만 6335주다.
SKIET 흡수합병에 따른 부담은 SK이노베이션 일반주주에게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SK이노베이션은 외부 주주가 보유한 SKIET 지분을 교환하기 위해 보통주 448만 1300주를 새로 발행할 예정이다. 이는 기존 발행주식의 약 2.6%로, 기존 주주의 보유 지분율을 희석하는 요인이 된다.
합병으로 SKIET의 사업 부진과 재무 위험이 SK이노베이션 기존 주주에게 확산될 수 있는 만큼 추가 자금 지원 한도와 주주 환원 계획을 구체화해야 한다는 진단이 나온다. 윤재성 하나증권 수석연구위원은 “SK이노베이션 기존 주주들은 SKIET의 분리막 사업 부진과 재무 위험을 신주 희석과 자금 부담의 형태로 다시 떠안게 됐다”며 “SKIET에 대한 추가 자금 지원 한도를 명확히 설정하고, 자사주 매입·소각 및 배당 확대 방안 등을 통해 기존 주주에게 환원할 수 있는 구체적인 가이드라인 설정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금융당국은 두 기업 간 합병에 대해 정정 요구 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감독원은 양사 합병 증권신고서를 심사하면서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 이행과 주주 소통의 충분성 등을 살펴보고, 정정 요구 가능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SK이노베이션은 이번 합병이 SKIET의 재무 안정성과 분리막 사업의 생존 기반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라며 물적분할 실패 비용이 일반주주에게 전가될 수 있다는 일각의 우려에 선을 그었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합병 시점이 늦어질수록 차입 및 금융비용 부담 등 재무 리스크가 주주들에게도 악영향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합병으로 인한 지분 희석은 제한적이며, SKIET는 이미 연결 자회사이기에 재무적으로도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회사는 합병에 반대하는 주주들의 의사 표시를 접수하는 절차를 진행하는 한편, 오는 14일 오프라인 주주 간담회를 열어 주주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다.
이번 합병으로 물적분할 상장에 대한 시장의 불신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물적분할한 회사를 다시 합병하려는 것은 경영진의 의사결정과 시장의 신뢰에 의문을 낳을 수 있다”며 “잦은 사업 포트폴리오 변경은 향후 SK그룹 계열사 전략에 대한 시장의 지지를 떨어뜨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가치와 실적이 부진한 기업의 흡수합병은 기존 주주가치를 훼손하고 지분 희석을 초래할 수 있다”며 “금융당국도 일반주주 보호에 배치되는 부분이 없는지 꼼꼼히 살펴 필요한 조치나 의견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박찬웅 기자 roone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