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부터 19개 응급의료기관·119에 AI 시스템 확대…병원 선정 시간 줄이고 중증환자 치료·지역 의료협력 강화
대구시가 환자 발생부터 이송·치료·회복까지 지역 안에서 책임지는 응급의료체계 구축에 나섰다. 응급환자가 치료할 병원을 찾지 못해 여러 병원을 전전하는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가 반복되는 가운데 나온 대구시의 이번 대책이 고질적인 응급의료 공백을 얼마나 줄일 수 있을지 주목된다.
'단순히 응급실 병상을 늘리는 데 그치지 않겠다'는 것이 대구시의 방침이다. 시 관계자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병원 선정과 이송, 중증환자 최종치료 역량 확충, 의료기관 간 협력, 의료진의 법적 부담 완화까지 응급의료 전 과정을 하나의 체계로 묶겠다는 구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응급환자의 골든타임을 지키기 위해서는 '어느 병원으로 얼마나 빨리 이송하느냐'와 함께 도착한 병원에서 실제 최종치료가 가능한지가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핵심은 △AI를 활용한 신속한 이송체계 구축 △최종치료 인프라 확충 △지역 의료계 협력 강화 △의료진의 법적 부담 완화 등 4가지다.
# AI로 병원 찾는 시간 줄인다
눈에 띄는 것은 구급대의 환자 이송부터 적정 병원 선정까지 AI를 활용한다는 점이다. 경북대병원은 응급환자가 구급차에 탑승하는 순간부터 응급실 치료까지 환자의 상태와 생체 신호를 실시간으로 분석하는 AI 시스템을 연구·개발하고 있다. 대구시는 오는 9월부터 이를 지역 19개 응급의료기관과 119구급대에 확대 적용한다. 이를 통해 병원 선정 시간을 단축하고, 이송 효율을 높인다는 것이다. AI 플랫폼 안착으로 지역 의료기관의 의료 자원과 병상 현황을 시스템에 입력하거나 자동으로 연계하고, 이를 실시간으로 공유해 적정 이송 병원을 추천해 병원 선정에 걸리는 시간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시는 기대하고 있다.
다만 AI가 병원 선정의 속도를 높이더라도 실제 환자를 받을 전문의와 병상, 수술·시술 역량이 부족하면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 대구시의 설명이다. 병원 선정이 어려운 중증응급환자에 대해서는 '다중이송전원협진망'(중증응급환자 병원 선정 곤란 시, 환자 정보를 6개 대형병원에 동시 전파해 수용 가능 여부를 확인하는 웹사이트로 이를 통한 수용병원 미선정 시 구급상황관리센터에서 직권으로 이송 병원 선정하는 대구형 이송 시스템)도 강화한다. 환자 정보를 지역 6개 대형병원에 동시에 전달해 수용 가능 여부를 확인하고, 병원이 정해지지 않으면 119구급상황관리센터가 직권으로 이송 병원을 선정하는 방식이다. 분만이나 소아외상처럼 지역 내 의료 자원만으로 대응하기 어려운 특수 응급상황의 경우 대구·경북을 넘어 전국 단위 병원 선정으로 신속히 전환한다. 특히 고위험 임산부는 병원 선정이 15분을 넘기면 즉시 전국 단위 병원 선정체계를 가동하도록 이송체계를 강화했다.
# 응급환자 최종 역량 확충…대구·경북 의료자원도 공동 활용
'계약형 지역필수의사제'도 본격 추진한다. 이는 필수의료 분야 의료진의 지역 정착을 지원해 안정적인 진료 기반을 마련하는 것으로 오는 10월부터 6개 병원의 6개 필수과 의사 총 20명을 대상으로 5년간 인건비 일부를 지원한다. 지역 의료 인프라 확충도 지속해 나간다. 지역 내에서 중증응급질환자의 최종치료 제공이 가능하도록 위해서다. 권역응급의료센터도 기존 2곳에서 3곳으로 확대한다. 경증 소아환자의 야간·휴일 진료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달빛어린이병원도 1곳(5→6곳)을 추가 지정하고, 취약지 야간·휴일 진료기관 1곳도 신규 지정했다. 신생아 중환자실도 3개 의료기관에서 17개 병상을 추가 확보해 기존 147병상에서 164병상으로 늘렸다. 내년에는 최중증 고위험 산모와 신생아 치료를 담당할 '중증모자의료센터' 신규 지정도 추진한다. 정부가 내년부터 신설·운용할 예정인 필수의료특별회계와 연계해 중증외상환자 우선 수용·전원체계와 중증소아환자 진료체계도 강화한다.
대구·경북 간 의료협력도 강화한다. 응급의료 문제를 대구만의 의료자원으로 해결하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이를 위해 올해 초 출범한 'AI바이오메디시티대구협의회' 산하 필수의료위원회 6개 소분과(응급, 심장, 뇌혈관, 소아, 분만, 외상)를 활용해 진료과별 수용 체계 개선 방안을 마련한다. 정부의 5극3특 기반 초광역 협력 정책 방향에 맞춰 대구·경북 응급의료협의체 구성도 추진하는데, 응급환자 이송·전원 체계 개선, 의료자원 공동 활용, 광역 순환당직제 도입 검토 등으로 부족한 의료자원을 효율적으로 공유할 계획이다. 대구시는 지역 내 부족한 의료자원을 어떻게 공유하고, 병원 간 이해관계를 넘어 실제 환자 수용으로 연결하느냐가 제도의 성패를 가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 의료진 사법 리스크 완화…중증응급환자 적극 수용 유도
응급환자를 적극적으로 수용한 의료진이 불가피한 법적 부담으로 인해 치료를 주저하는 일이 없도록 지원체계를 마련한다. 이는 전국 최초의 추가 지원체계다. 직권 이송 환자 수용 과정에서 중대한 과실이 없는 의료진의 형사 대응 비용을 지원해 정부와 의료기관 책임보험의 보장 공백을 보완하는 것이다. 대구시의 이번 구상은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한다면 응급환자가 '받아주는 병원'을 찾아 헤매는 구조에서 벗어나, 지역이 환자의 최종치료까지 책임지는 응급의료체계로 전환하는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대구시는 이번 간담회 이후에도 지역 의료계와 지속적으로 소통·협력하며 현장의 의견을 반영하고 제도를 보완하기로 했다. 추경호 시장은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고, 지역이 끝까지 책임지는 것이 핵심이다. 환자 발생부터 이송, 치료, 회복까지 한 번에 이어지는 대구형 응급의료 안전망으로 지방 의료의 새 이정표를 제시하고, 시민이 체감할 수 있는 안심 도시를 완성하겠다"고 말했다.
김은주 대구/경북 기자 kej2909@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