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말 당대표 보고 계획했지만 아직 백서 초안 작성 안 돼…강득구 민주연구원장 취임과 관련 있나

민주당은 6월 10일 6·3 지방선거·재보궐선거 평가위원회 구성을 의결, 위원장으로 이재영 당시 민주연구원장과 홍창민 애니모비 대표이사를 선임했다. 평가위원은 이연희 백승아 의원, 봉건우 전국대학생위원장, 최종호 정치 컨설턴트, 지병근 조선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등 내·외부 인사 7명으로 구성했다.
평가위는 8주간 활동한 뒤 ‘선거 백서’를 발간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평가위는 6월 22일 첫 회의를 열고 활동기간을 기존 8주에서 15주로 연장하기로 결정했다. 기존 계획보다 2배 가까이 늘어났다.
평가위원인 이연희 의원은 활동 기간을 늘린 이유에 대해 “평가할 게 많다”며 “이번 평가는 단순히 갈등을 키우는 게 아니라 다음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는 기초 자료를 만드는 과정이다. 통합과 확장되는 과정으로 만들기 위해 평가를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여러 항목을 살펴보려 한다”고 설명했다.
정치권에서는 백서 발간을 위한 평가위 활동 기간을 이례적으로 길게 잡았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민주당 차기 당대표와 지도부를 선출하는 8·17 전당대회와 관련이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쏟아졌다.
6월 당시 정청래 전 대표 연임 도전이 유력하게 대두되고 있던 시점이다. ‘친명계’를 중심으로 선거 패배에 대한 ‘정청래 책임론’이 제기되며 연임 반대 목소리가 쏟아졌다. 이 대통령도 6월 8일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지방선거 성적에 “이길 곳을 졌다, 이겨야 하는 곳을 졌다고 하면 문제가 다르다”며 “최소한 성공은 아니다”라며 정 전 대표를 겨눴다.
평가위가 8주만 활동하면 전당대회가 한창인 8월 중순 백서가 나오게 된다. 백서에 정청래 지도부에 대한 어떤 평가 내용이 담기든 전대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당내 계파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결정을 내렸다는 게 민주당 관계자들의 일치된 전언이었다.
평가위는 지난 9월 중순 마지막 회의를 갖고 15주간의 평가 작업을 종료했다. 회의를 통해 나온 평가 결과를 실무진이 문서화하고, 문서를 평가위원들이 회람을 거쳐 최종 의견을 수렴한 뒤 9월 말 김민석 대표에게 보고할 계획이었다.

일각에서는 백서 작성 시간이 지연되는 이유가 민주연구원 쪽에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9월 28일 민주연구원 신임 원장으로 강득구 의원이 임명됐다. 강득구 의원은 ‘친명계’이자 김민석 대표 측근으로 분류된다. 강 의원은 김 대표 취임 이후 ‘민주연구원 혁신 TF’ 단장을 맡기도 했다. 또한 민주연구원 수석부원장에는 ‘이 대통령 측근’으로 꼽히는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선임됐다.
평가위는 선거 결과 평가를 하면서 특정 인물에 대한 책임론보다는, 후보 경쟁력·공천·정책·캠페인 등 여러 요인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것으로 전해졌다. 평가위 핵심 관계자는 “지선 총평 역시 성과와 아쉬움을 모두 담았다”며 “평가위 회의에서 만장일치로 결정됐다”고 전했다.
친명계 일부가 이러한 평가 결과에 불만을 품고 있고, 이로 인해 백서 발간이 미뤄지고 있다는 얘기가 민주당 안팎에서 흘러나온다. 여권 한 관계자는 “강득구 의원이 백서 문서 작성을 보고 있지 않겠느냐. 그 과정에서 여러 고려를 많이 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귀띔했다.
평가위 간사 이연희 의원은 “백서 초안 보고를 아직 받지 못했다”며 “정리하는 게 쉽지는 않다. 계획대로 되는 건 아니다”라고 전했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당내에는 여러 위원회를 겪어본 당직 경력자들이 많다. 9월 말 당대표 보고 계획이 세워졌으면, 프로세스 안에서 일정대로 결과를 내놓을 수 있다. 일정이 지연됐다면 불가피한 변수가 있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앞서 여권 관계자는 “전당대회 때는 민감한 시기였기 때문에 백서 발간을 미룰 수 있다. 그런데 지금은 지방선거 평가에 대한 대중의 관심사가 높지 않다. 굳이 늦출 필요가 있나 싶다. 오히려 결과 발표가 예정보다 너무 지연되면 왜곡될 수 있다”고 충고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