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경장, 사건 관련 자료도 삭제 정황 ‘긴급체포’…보완수사권 폐지 앞두고 경찰 견제장치 재논란

장 씨의 남자친구는 5월 15일 오후 6시 43분쯤 112에 실종 신고를 했다. 경찰은 휴대전화 위치 정보를 토대로 한림항 일대를 확인했고 관할 파출소 경찰관들은 주변 숙박업소 등을 돌며 장 씨를 찾기 시작했다.
그러나 수색은 약 2시간 30분 만에 중단됐다. 제주서부경찰서 실종수사팀 소속 A 경장이 오후 9시 16분쯤 “장 씨와 연락이 됐다”는 취지로 사건을 종결했기 때문이다. A 경장은 신고자인 남자친구에게도 장 씨가 무사하며 자신의 위치를 알리지 말라고 했다는 취지로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의 설명을 믿고 기다리던 가족들은 두 달이 넘도록 장 씨와 연락이 닿지 않자 지난 7월 19일 친척 동생이 서울의 한 경찰서를 찾아 다시 실종 신고를 했다. 이후 재수사가 시작됐지만 이미 두 달이 지난 뒤였다. 공공 CCTV 영상은 대부분 저장 기간이 30일 안팎으로, 장 씨의 초기 이동 경로를 확인할 수 있었던 영상 상당수는 삭제된 상태였다.
이 과정에서 A 경장이 해당 사건을 스스로 종결 처리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A 경장은 장 씨와 실제로 통화를 했다고 주장해왔지만 통신기록 확인 결과, 장 씨와 A 경장의 통화 기록은 나오지 않았다.

여기에 A 경장이 다른 실종 사건도 같은 방식으로 처리한 사실이 추가로 확인되면서 의혹은 더 커지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B 씨 가족은 지난 7월 2일 경찰에 실종 신고를 했다. 당시 신고를 맡은 A 경장은 가족에게 “B 씨와 연락이 됐고 무사하지만 가족에게 위치를 알리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말하고 사건을 해제했다. 실종자 프로파일링 시스템에서도 B 씨 관련 내용을 해제한 것으로 조사됐다.
B 씨 가족은 최근 장 씨 실종 사건 보도를 본 뒤 “B 씨가 여전히 실종 상태”라며 경찰에 다시 신고했다. 경찰은 재신고를 접수하는 과정에서 당시 담당자가 A 경장이었던 사실을 확인했고 8월 21일 허위 종결 사실을 파악했다. 이후 B 씨를 수색했지만 실종 51일 만인 8월 22일 제주 모처에서 숨진 B 씨를 발견했다.
제주경찰청은 B 씨 사건을 파악한 다음 날인 8월 22일 오후 3시 29분쯤 제주시 모처에서 A 경장을 직무유기, 공전자기록 위작 및 행사,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긴급체포했다. A 경장은 자신이 근무하는 경찰서 여자화장실에 들어간 혐의로 입건돼 직위해제된 상태다.
경찰청 예규상 18세 이상 성인은 아동이나 치매 환자 등과 달리 ‘가출인’으로 분류된다. 경찰 내부 실종 업무 매뉴얼은 실종자를 직접 대면해 안전을 확인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사건 종결 때도 실종수사팀장과 형사과장이 담당자의 조치 내용과 종결 사유를 점검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담당자가 사실과 다른 내용을 보고할 경우 이를 즉시 걸러내기 어렵고, 실종자 프로파일링 시스템상 해제도 담당자가 직접 할 수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뒤늦게 제도 개선에 나섰다. 홍석기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은 23일 제주경찰청을 직접 찾아 장 씨 수색과 A 경장 수사 상황을 점검했다. 홍 본부장은 “국민에게 당연히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제도적으로 보완하겠다”고 밝혔다.
경찰은 앞으로 담당자가 해제를 요청하면 팀장이나 과장 등 관리자가 사유와 사실관계를 확인한 뒤 최종 승인하는 ‘이중 확인’ 절차를 도입하기로 했다.
장 씨를 찾기 위한 수색도 계속되고 있다. 장 씨의 휴대전화 위치가 마지막으로 확인된 건 실종 나흘 뒤인 5월 16일 한림항 일대다. 경찰과 해경은 오는 26일까지 한림항과 주변 해안 등을 중심으로 집중 수색을 벌일 예정이다. 경찰은 장 씨의 가출이나 사고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행방을 추적하고 있다.

장 씨 사건은 실종 신고 단계에서 경찰이 자체 종결한 사건이라 검찰 보완수사권이 직접 적용되는 사례는 아니다. 다만 한 경찰관이 두 건의 실종 신고를 사실과 다르게 종결하고도 두 달 넘도록 내부 점검에서 걸러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내부 통제의 실효성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지난 8월 4일 공포된 개정 형사소송법은 수사와 기소를 분리해 검사가 경찰이 송치한 사건을 검토하다 추가 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더라도 직접 수사할 수 없도록 한다. 대신 검사는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할 수 있다. 경찰은 원칙적으로 1개월 안에 보완수사를 마치고 결과를 검사에게 알려야 한다.
개정된 형소법은 경찰의 불송치 결정에 대한 이의신청 절차를 보완하고 검사의 보완수사요구권과 재수사요구권 등도 두고 있다. 하지만 검사가 직접 보완수사를 할 수 없는 상황에서 보완수사요구와 재수사요구만으로 부실·축소 수사를 충분히 통제할 수 있겠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경찰은 2021년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1차 수사종결권을 갖게 됐는데, 당시 경찰이 수사한 모든 사건을 검찰에 넘기도록 했던 ‘전건송치’ 제도도 폐지됐다. 이 때문에 최근 법조계와 검찰 일각에서는 보완수사권까지 폐지될 경우 경찰이 종결한 사건을 외부에서 다시 검토할 수 있도록 전건송치를 부활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경찰 내부 통제만으로 부실 수사나 사건 암장을 충분히 막기 어렵다는 이유다.
김예원 장애인권법센터 대표는 형소법 개정안에 대해 “경찰 수사에 문제가 발견돼도 검사는 그 수사를 한 사람에게 스스로 바로 잡으라고 요청하는 것 외엔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최희주 기자 hjo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