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단·관객 호평 속 제작비 661배 극장 매출…여주인공 인디 네버레티 마블 ‘엑스맨’ 로그 역까지 꿰차

각본과 연출을 맡은 커리 바커는 코미디 유튜버로 먼저 이름을 알린 감독이다. LA에 있는 뉴욕필름아카데미에서 약 1년 동안 공부한 그는 이곳에서 만난 배우 쿠퍼 톰린슨과 함께 유튜브·틱톡 등에서 스케치 코미디를 만들며 활동했다. 이후 800달러를 들여 만든 62분짜리 장편 호러 '밀크 앤드 시리얼'(Milk & Serial)을 유튜브에 무료 공개한 뒤, 이 작품이 입소문을 타면서 영화계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옵세션'은 바커의 첫 스튜디오 장편영화다. 불과 75만 달러로 제작된 이 작품은 2025년 토론토국제영화제(TIFF)에서 공개된 뒤 배급사 포커스 피처스가 1400만 달러(약 194억 원)에 판권을 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연예매체 버라이어티는 니키 역을 맡은 인디 네버레티의 연기를 극찬했다.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극단적인 집착에 사로잡힌 니키의 소름 끼치는 인격과 그 안에 갇힌 본래의 인물을 동시에 표현해냈다며 "시상식 시즌에도 주목해야 할 연기"라고 평가했다. 그의 연기를 '어스'의 루피타 뇽오, '유전'의 토니 콜렛 등 최근 호러 영화에서 강렬한 연기를 보여준 여성 배우들과 나란히 언급하기도 했다.
평단의 호평은 실제 극장 흥행으로도 연결됐다. 5월 15일 북미에서 개봉한 '옵세션'의 첫 주말 수입은 1719만 달러(약 238억 원)였다. 웬만한 기대작이 아니면 통상적으로 개봉 첫 주말 이후 관객이 빠지기 마련이지만 '옵세션'은 둘째 주에 2396만 달러(약 331억 원)로 39.3% 증가했고, 셋째 주엔 다시 2739만 달러(약 379억 원)로 14.3% 늘었다. 북미 누적 수입은 2억 6345만 달러(약 3642억 원), 해외 수입을 합친 전 세계 흥행 수입은 8월 21일 현재 4억 9569만 달러(약 6853억 원)나 된다. 75만 달러의 제작비와 단순 비교하면 전 세계 극장 매출은 제작비의 약 661배에 달한다.

호러 영화가 젊은 여성 배우를 대중에게 강하게 각인시키는 무대가 된 전례는 적지 않다. 제이미 리 커티스는 스크린 데뷔작 '할로윈'의 로리 스트로드 역으로 '스크림 퀸'의 대명사가 됐고, 니브 캠벨 역시 '스크림'의 시드니 프레스콧을 맡아 세계적인 호러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다. 안야 테일러조이도 '더 위치'를 통해 선댄스영화제에서 주목받으며 할리우드에 이름을 알렸다.
네버레티 역시 이런 선배들의 계보를 밟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 8월 14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애너하임에서 열린 디즈니의 신작·캐스팅 발표 행사 'D23'에서 마블 스튜디오가 공개한 새 영화 '엑스맨' 출연진에 네버레티의 이름도 포함됐다. 그가 맡은 역할은 엑스맨의 대표적인 인기 캐릭터 로그다. '옵세션'이 북미에서 개봉한 지 불과 석 달 만에 대형 프랜차이즈의 주요 배역까지 꿰찬 셈이다.
한편 '옵세션'은 국내 정식 개봉에 앞서 지난 7월 제30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먼저 한국 관객에게 공개됐다. 국제경쟁 부문 '부천 초이스 월드: 장편'에 초청됐는데 커리 바커 감독은 이 작품으로 감독상을 받았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