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참 중간조사서 북한군 지뢰 가능성에 무게…국힘 “늑장 대응” vs 민주 “조사단 안전 확보 위한 시간”

군은 지난 28일 중간조사 결과를 통해 사고 원인을 북한군 지뢰 쪽으로 좁혔다. 25사단 DMZ 내 지뢰 폭발 합동현장 조사 태스크포스(TF)장인 권대원 합동참모본부 차장은 “이번 지뢰 폭발 원인은 북한군의 지뢰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사고지역에 우리 군의 지뢰 매설 기록이 없고 북한군이 지난해 9월 인근에 지뢰를 매설한 흔적이 확인된 점, 부상 장병 장구류에서 TNT 성분과 갈색 계열 이물질이 검출된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다만 북한군이 해당 지점에 직접 매설했는지, 다른 지역에서 유실된 지뢰인지는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
국민의힘은 군의 공식 발표 전부터 북한 책임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제기했다.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사고 다음 날인 22일 “단정 짓긴 어렵지만 북한 지뢰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최근 북한이 여러 차례 군사분계선(MDL)을 침범해 지뢰를 매설하지 않았나”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이후에도 북한이 매설한 지뢰로 확인될 경우 단호한 대응이 필요하다며 정부의 대북·안보 기조를 겨냥했다.
반면 민주당은 합참 발표 전까지 북한 소행으로 단정하는 데 선을 그었다. 권칠승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지난 27일 “무엇보다 정확한 원인 규명이 우선”이라며 폭발물 출처와 사고 경위를 객관적으로 조사해야 한다고 밝혔다. 조계원 민주당 대변인은 국민의힘의 은폐 의혹 제기에 “장병의 부상 앞에서 정쟁을 멈추십시오”라며 “국민의힘이 은폐라 부른 시간은 조사단의 안전을 확보하는 시간”이라고 반격했다.
하지만 합참이 북한군 지뢰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공식 발표한 뒤 민주당의 입장도 달라졌다. 박성준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28일 “북한은 심각한 부상을 입은 우리 장병과 국민께 사죄해야 마땅하다”며 진상 규명에 즉각 협조하라고 요구했다. 북한의 지뢰 매설이 사실이라면 정전협정과 남북 간 합의를 위반한 것이라며 단호하게 대처하겠다고도 밝혔다. 원인 규명을 우선했던 민주당이 군의 공식 판단 이후 북한 책임을 공개적으로 요구한 것이다.

북한 지뢰 가능성이 높아진 뒤 정치권의 쟁점은 현장조사가 사고 엿새 뒤에야 시작된 이유로 옮겨갔다. 사고는 지난 21일 발생했지만 군과 유엔군사령부가 현장조사를 위한 기동로 확보와 작전환경 점검에 나선 것은 26일이었고, 본격적인 현장조사는 27일부터 시작됐다. 군은 사고 지역이 MDL에 인접한 미확인 지뢰지대인 만큼 조사 인원의 안전 확보가 선행돼야 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이 ‘엿새’를 정부의 대북 대응과 연결하고 있다. 북한 지뢰 가능성이 사고 초기부터 제기됐고 실제 군 조사도 같은 방향으로 좁혀진 만큼 군과 정부가 이를 언제부터 인지했는지, 그런데도 현장조사가 늦어진 이유가 무엇인지 밝혀야 한다는 논리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28일 “고의적인 조사 지연, 사고 축소, 은폐 모두 대통령 지시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라며 북한군의 MDL 침범 이후 대통령에게 어떤 보고가 이뤄지고 어떤 지시가 있었는지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현재까지 이 대통령이 조사 지연을 지시했다는 사실은 확인되지 않았다.
민주당은 현장조사가 늦어진 것이 아니라 조사단 안전을 확보하는 데 필요한 시간이 있었다고 맞서고 있다. 미확인 지뢰가 산재한 DMZ에 조사 인력을 즉각 투입했다가 추가 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기동로 확보와 안전조치가 먼저였다는 것이다. 조사 착수 시점을 북한 눈치보기나 은폐로 연결하는 것은 장병 안전까지 정치공세의 소재로 삼는 것이라는 입장이다.
여야의 시각차는 조사 방식에서도 드러났다. 민주당 김민석 대표, 진성준 국방위원장과 민홍철 의원 등 국방위원, 개혁신당 천하람 의원, 무소속 김병기 의원 등은 28일 25사단을 찾아 합동 현장조사 상황을 점검했다. 국민의힘 국방위원들은 사고 지점에 직접 접근할 수 없는 현장 방문보다 국방부와 합참 관계자를 국회로 불러 현안 질의를 해야 한다며 불참했다. 여야는 29일 국방위 전체회의에서 사고 원인과 조사 지연 경위를 두고 현안 질의를 진행한다.
이번 사태와 관련, 정부가 북한에 분명한 책임을 묻고 진상 조사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석좌교수는 “지뢰 파편의 부식 정도 등에 따라 최근 매설 지뢰가 아니라는 결과가 나오더라도 대북 비판 여론이 끓어오를 수밖에 없다”며 “국민의 생명·안전에 위해를 끼친 만큼 정부는 북한에 사과, 책임자 처벌, 재발 방지 등을 단호하게 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철준 기자 cj5121@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