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기자회견 보며 결심 굳혀”…한동훈 “국민의 승리”

김 후보자는 이날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깊은 고민 끝에 법무부장관 후보자직을 내려놓기로 결심했다”며 “후보자로 지명해 주신 대통령님께 감사드리며,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정말 송구하다”고 밝혔다. 특히 김 후보자는 “어제 대통령님 기자회견을 보며 결심을 굳혔다. 국민의 삶과 정부의 성공이 우선이다. 민생을 살피고 개혁을 완수해야 할 정부에 부담을 더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의 눈높이에 미치지 못했음을 무겁게 받아들이며, 저의 부족함을 깊이 성찰하겠다”고 했다. 이 대통령의 18일 기자회견이 김 후보자의 거취에 변곡점이 된 셈이다.
이 대통령은 당시 김 후보자를 임명할 계획인지를 묻는 질문에 “국민 검증 과정 논란 발생 보고 있다. 최종 결과 내지 못했다”며 “그 과정에서 벌어진 많은 사안과 지적들, 그리고 역량과 국민 눈높이를 고려해서 신중하게 결정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2기 개각 과정에서 잇따라 인사 논란이 발생한 데 대해서도 “인사시스템 재점검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다만 김 후보자는 후보직을 내려놓으면서도 자신에게 제기된 의혹은 인정하지 않았다. 그는 “지금 내려놓아도 진실은 포기하지 않겠다. 미완의 검찰개혁, 반드시 완수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윤석열·한동훈 정치검찰의 표적수사와 한동훈의 수사기밀 불법 유출, 짜깁기 사태의 전모를 끝까지 밝히겠다”고 말했다. 가족이 관여한 사회적협동조합 관련 논란에 대해서도 “‘아니면 말고’ 식의 의혹 제기로 발달장애인과 가족분들, 헌신하는 종사자분들이 받으신 상처가 꼭 치유되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김 후보자는 지명 이후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업체 제넨셀의 임상시험 승인 과정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집중적으로 받았다. 2021년 국정감사 당시 브로커 양 모 씨와 연락하고 김강립 당시 식품의약품안전처장에게 관련 민원을 전달했다는 의혹이다. 김 후보자는 정당한 민원을 전달했을 뿐 부정한 청탁은 아니었다고 반박해왔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당시 국정감사 일정과 통화 시각 등을 대조해 김 후보자가 국감 도중 브로커와 연락하고 식약처장에게 민원을 전달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배우자와 자녀가 근무한 사회적협동조합을 둘러싼 특혜 의혹도 청문회 쟁점이 됐다. 여기에 제넨셀 설립자의 구속영장을 기각한 판사의 아들이 2024년 김 후보자 의원실에서 입법보조원으로 근무한 사실 등이 추가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이어졌다. 김 후보자 측은 채용 과정에 특혜나 보은성 인사는 없었다고 반박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지난 17일 국민의힘 의원들이 퇴장한 가운데 민주당 주도로 김 후보자의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채택했다. 임명에 필요한 국회 절차는 사실상 마무리됐지만 이 대통령은 18일 기자회견에서 즉각적인 임명 방침을 밝히지 않고 최종 결정을 유보했다.

김 후보자의 사퇴를 두고 정치권 반응도 이어졌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이 대통령의 기자회견 직후인 18일 김 후보자 지명 철회 여부를 두고 “‘약속어음’의 부도수표 전락 여부를 가르는 첫 번째 시험대”라며 결단을 요구했다. 김 후보자 관련 의혹을 집중적으로 제기했던 한동훈 의원은 19일 사퇴 발표 직후 SNS에 “국민의 승리”라고 짧게 적었다. 한 의원은 이날 오후 2시 별도 기자회견도 예고했다.
민주당에서는 김의겸 법제사법위원회 민주당 간사가 김 후보자의 결정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냈다. 김 간사는 사퇴 직후 SNS에 “김승원 법무부장관후보자가 이재명 정부의 성공과 국정안정을 위해 사퇴의사를 밝혔습니다. 후보자의 결단을 존중합니다”라고 적었다. 이어 불법 수사기록 유출과 표적수사 의혹의 진실을 끝까지 밝히겠다면서 “더 이상 정치검찰의 캐비넷에 개혁이 멈춰서서는 안됩니다. 오직 국민만 바라보며, 민생안정의 길을 뚜벅뚜벅 걸어가겠습니다”라고 밝혔다.
청와대도 김 후보자의 사퇴 의사를 존중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전날 기자회견 모두발언에서도 “인사권을 포함한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며 “인사 행정을 포함한 모든 국가권력을 행사함에 있어 주권자인 국민의 의사를 최대한 존중하겠다”고 말하고 인사시스템 재점검 방침을 밝힌 바 있다.
김 후보자의 사퇴로 법무부는 장관 공석 상태를 당분간 이어가게 됐다. 검찰개혁과 새로운 형사사법체계 안착을 위한 후속 작업이 진행되는 가운데 이를 지휘할 후임 법무부 장관 인선도 다시 시작해야 한다.
김철준 기자 cj5121@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