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정부 61.8%·이 정부 74.4%서 증인·참고인 0명 출석…정권 바뀌면 공수도 뒤바뀌는 ‘맹탕 청문회’
‘일요신문i’가 윤석열 정부와 이재명 정부에서 이뤄진 인사청문회(총 94명) 사례를 전수조사한 결과 두 정부 모두 상당수 청문회에서 증인·참고인이 한 명도 출석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자료 미제출이나 지연·부실 제출을 지적받은 사례도 두 정부 모두 전체의 ‘3분의 2’를 웃돌았다.

인사청문회는 대통령이 지명한 고위 공직자의 도덕성과 자질, 정책 역량을 국회가 공개적으로 검증하는 절차다. 후보자에게 직접 설명을 듣는 데 그치지 않고 의혹 관계자를 증인·참고인으로 불러 사실관계를 교차 확인하고, 제출받은 자료로 후보자의 해명이 사실인지 따져보는 과정도 검증의 핵심이다. 특히 국회의 임명동의가 필요하지 않은 장관과 기관장 후보자는 청문경과보고서 채택 여부와 관계없이 임명이 가능해 국회의 공개 검증이 갖는 의미가 적지 않다.
최근 열린 2기 내각 인사청문회에서는 두 검증 수단 모두 제대로 작동했는지 논란이 일었다. 지난 15~16일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이형일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후보자·이소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강신철 국방부 장관 후보자·홍지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 청문회에서는 증인·참고인석이 비었다.
야당인 국민의힘은 각 후보자의 재산·병역·과거 경력과 각종 의혹을 확인하기 위해 요구한 자료 가운데 상당수가 제출되지 않았거나 청문회 직전까지 확보되지 않았다고 문제 삼았다. 후보자 측과 여당은 이미 제출한 자료가 미제출로 집계됐거나 개인정보 동의, 자료 부존재 등 현실적으로 제출하기 어려운 자료까지 요구에 포함됐다고 맞섰다.
‘일요신문i’는 이러한 문제가 이번 인선에 국한된 것인지 확인하기 위해 윤석열 정부와 이재명 정부에서 대통령 또는 정부가 지명·임명 절차에 관여한 국무총리·장관과 주요 권력기관·정부기관장 등 국회 인사청문 대상 인사의 회의록과 청문경과보고서·부록 등을 모두 조사했다. 대법관 등 사법부 인사와 중앙선거관리위원은 임명 구조와 직무 성격이 다른 점을 고려해 제외했다. 같은 사람이 같은 직책으로 여러 날 청문회를 받은 경우 한 건으로 묶고, 다른 직책으로 다시 청문회를 받은 경우 별도로 계산했다. 이 기준으로 전수조사한 인사는 윤석열 정부 55명, 지난 16일까지 청문회를 마친 이재명 정부 39명 등 총 94명이다.
먼저 증인·참고인 실제 출석 여부를 보면 윤석열 정부에서는 55명 가운데 34명(61.8%)의 청문회에 단 한 명도 출석하지 않았다. 실제 출석한 증인·참고인은 증인 55명·참고인 75명 등 총 130명으로, 청문회 한 건(총 55건)당 2.4명이 출석했다.
이재명 정부에서는 39명 가운데 29명(74.4%)의 청문회에 증인·참고인이 한 명도 출석하지 않았다. 실제 출석자는 증인 11명·참고인 8명 등 총 19명에 그쳐 청문회 한 건당 0.5명만 출석했다. 청문회 4건 가운데 3건꼴로 후보자 외의 증언을 직접 들을 기회가 없었던 셈이다.
회의록과 청문경과보고서 등에서 자료 미제출·지연 제출·부실 제출을 지적한 기록이 확인된 인사는 윤석열 정부 55명 가운데 38명(69.1%), 이재명 정부 39명 가운데 26명(66.7%)이었다. 두 정부 모두 3명 중 2명 이상이 청문 과정에서 자료 제출 문제를 지적받았다.
윤석열 정부 당시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의 경우 당시 야당 측 집계에 따르면 요구자료 1426건 가운데 503건(35.3%)이 제출되지 않았다. 당시 여당인 국민의힘은 사생활을 파고드는 식의 자료 요구가 지나치다고 맞섰고 자료 문제로 청문회가 정회되기도 했다. 심우정 검찰총장 후보자의 경우 당시 법사위원장의 요구자료 377건 가운데 121건만 제출, 256건은 제출하지 않았다. 자료 공방 끝에 청문회는 시작 50분 만에 정회됐다. 당시 국민의힘에서는 후보자의 가족과 자녀 관련 자료까지 모두 제출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방어했다.
이재명 정부에서는 정동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가 1332건 가운데 546건, 배경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가 1288건 가운데 529건을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야당 측에서 집계했다. 이번 2기 내각 청문회를 앞두고도 국민의힘은 증인 채택과 자료 제출이 모두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며 “맹탕 청문회”라고 공세를 폈다. 민주당은 야당이 후보자 검증과 직접 관련성이 떨어지는 증인과 과도한 자료까지 요구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두 정부 모두에서 자료 제출을 둘러싼 논란이 반복됐다는 점은 확인할 수 있지만, 어느 정부에서 자료가 더 충실하게 제출됐는지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다. 여기에는 청문회마다 자료 집계 기준이 동일하지 않은 요인도 있다. 전체 청문위원이 요구한 자료를 기준으로 집계한 경우가 있는 반면, 야당이나 개별 의원실의 요구자료만 공개된 사례도 있었다. 일부만 제출된 자료나 개인정보 제공 미동의, 자료 부존재 등을 ‘미제출’에 포함하는 기준도 사례마다 달랐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이미 2010년 인사청문제도의 문제점 가운데 ‘자료 미제출 및 증인 불출석’을 별도 항목으로 지적한 바 있다. 당시 자료 미제출에 대한 국회의 고발 강화와 청문 기간 연장, 증인 출석의 실효성을 높이는 방안 등을 제안했지만 현재도 유사한 논란이 반복되고 있다.

정치권도 문제를 인식해 제도 개선을 시도했지만 아직 뚜렷한 변화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국민의힘에서는 후보자의 자료 미제출·거짓 제출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는 인사청문회법 개정안이, 민주당에서는 자료 제출 거부를 제한하고 도덕성 검증과 정책역량 검증을 분리하는 내용의 개정안 등이 잇따라 발의됐지만 국회 의결 문턱을 넘지 못했다.
여야의 논리는 정권 교체에 따라 바뀌었다. 이번 청문회에서 국민의힘은 증인과 자료가 없는 상태에서는 제대로 된 검증이 어렵다고 주장한 반면 민주당은 정치공세성 증인과 과도한 자료 요구에는 한계가 있다는 입장이다. 윤석열 정부 당시에는 후보자 자료 제출과 증인 채택을 요구하는 민주당을 국민의힘이 방어했다.
전문가들은 인사청문회가 본래의 견제·검증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고 봤다. 조진만 덕성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여야와 진보·보수를 떠나 대통령의 잘못된 인사를 견제하는 것이 인사청문회의 목적이지만 이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신인규 정당바로세우기 대표는 “정권을 잡으면 밀어붙이기식으로 인사를 하고, 야당 입장이 되면 검증 기준을 높여 무조건 낙마시키려고 하는 관행적인 태도가 문제”라며 “여당과 야당이 공수 교대하며 서로 탓하는 퇴행적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철준 기자 cj5121@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