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균형발전 취지 옳았지만 결국엔 유동성이 문제…세금으로 집값 못 잡아, 출구는 열어놔야”

권혁세 전 금감원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은 부동산 가격이 투기꾼 때문에 오른다고 생각했다. 당시 면적에 대해서 세금을 매기다 보니 지방의 3억 원 100평 주택이 서울의 10억 원 20평 주택보다 세금을 더 내는 문제가 있었다”며 “강남은 세수가 풍부해 개발이 계속 이뤄져 주거환경이 좋아지는 반면 강북과 지방은 낙후되는 구조였다. 종부세를 도입해 전국 균형발전을 이루겠다는 게 노 전 대통령의 생각이었다”고 말했다.
종부세 도입 취지 자체는 옳았지만 세금으로 집값을 잡으려 한 접근은 잘못됐다는 게 그의 평가다. 권혁세 전 금감원장은 “세금 규제로 집값을 잡을 수 있다는 생각은 잘못된 것이었다. 세금을 건드리다 보니 시장에 왜곡이 생기고 거래의 단기 꼬임 현상이 발생했다. 부동산 가격이 오르는 게 먼저고 세금은 그 다음 문제였던 것”이라며 “양도차익의 80%를 세금으로 떼더라도 20%가 남으면 투기 수요는 존재하기 마련”이라고 지적했다.
권혁세 전 금감원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도 임기 중 종부세 규제의 한계를 인식했다고 털어놨다. 권 전 금감원장은 “노 전 대통령도 나중에는 알고 반성문도 썼다. 전 부처를 상대로 왜 이렇게 됐느냐고 물으니 결국은 유동성이 문제였다”며 “금리를 왜 올리지 못했는지, 대출 규제를 왜 제대로 하지 못했는지를 놓고 부처 간 책임을 미루는 핑퐁게임이 벌어졌다. 노 전 대통령은 부처에 더 이상 문책하지 않을 테니 백서로 남기자고 했다”고 회고했다.
그는 노무현 정부에서 부동산 정책에 관여했던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노무현 정부 당시 청와대 비서관)이 문재인 정부에서도 수요 억제 중심의 접근을 고수하면서 비슷한 정책 실패가 반복됐다고 평가했다.
권혁세 전 금감원장은 이재명 정부 정책을 두고도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권 전 금감원장은 “이재명 정부 이전부터 유동성이 늘어났고 건축 원가 상승과 공급 부족까지 누적됐다. 한마디로 집값이 오를 수밖에 없는 상황을 떠안은 것”이라며 “그런데 집값을 잡겠다고 과거보다 더 강도 높은 수요 억제책을 쓰면서 시장 왜곡만 커지고 있다. 세금을 매기더라도 집을 팔고 나갈 수 있도록 출구는 열어놔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명선 기자 se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