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 ‘자작극’이라며 적반하장, 2015년 목함지뢰사건도 소환…이재명 대통령 “남북 신뢰” 강조 두고도 뒷말

9월 30일 유엔사는 “현장조사 과정서 군사분계선(MDL) 이남 대한민국 측 지역에서 북한 대인지뢰 1발을 발견했다”면서 “정전협정 위반이 발생한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북한 정전협정 위반 발생 상황과 관련해 유엔사는 “확립된 정전협정 체계에 따라 조치하고 있다”면서 “유엔사는 정전 협정을 유지하고 이행하며, 한반도의 안정을 유지하고 긴장 고조를 방지하기 위한 책임을 다하는 데 계속 전념할 것”이라고 했다.

김여정은 “서울의 자작 광대극의 극적 절정은 결코 재미가 없을 것이며, 모든 책임은 전적으로 도발을 기획한 당사자들이 지게 될 것”이라면서 “알지도 못할 곳에서 출처도 모를 지뢰를 밟아 터뜨리고는 무작정 누구를 의심하면서 정전협정 위반이 명백하다고 지껄이는 추태를 앉아서 구경만 할 수는 없는 일 아닌가”라고 했다.
북한이 MDL을 넘어 DMZ에서 ‘국경선 요새화’에 나서고 있는 상황과 관련해 김여정은 “우리 군인(북한군)들은 단 한 번도 국경선을 넘어선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김여정은 “8월부터는 적들이 경고사격을 매일과 같이 감행한다”면서 “한국군이 경고 사격이 아닌 실제 사격을 가해온다면 즉각적이고 가차 없는 보복을 가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김여정은 지뢰 폭발 사건 책임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하면서 ‘한국의 자작극’이라는 취지 주장을 펼쳤다. 주목할 만한 대목은 김여정이 이번 사건을 2015년 목함지뢰 사건과 비교한 부분이다.
박근혜 정부 때인 2015년 제1보병사단 수색대대 2명은 DMZ 추진철책 통로에서 북한군 목함지뢰를 밟아 중상을 입었다. 사건 후 군은 대북 확성기를 설치했다. 이에 반발한 북한은 서부전선에서 포격도발을 감행했다. 국군은 다시 맞대응 포격을 가했다.
사태가 커지자 남북 군 수뇌부는 고위급회담을 가졌고, 북한은 1976년 판문점 도끼만행사건 이후 처음으로 공식 유감을 표명했다. 북한은 한국이 유감을 사과라고 해석하는 것에 대해 “아전인수격”이라며 비판하긴 했지만, 각종 선례에 비춰볼 때 유감 언급은 북한 지도부가 할 수 있는 최대의 사과 표현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목함지뢰 사건은 북한 사과를 받아내는 프로세스에 대한 선례를 남겼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은 국군의 날 기념식에서 ‘북한’이라는 단어를 언급하지 않았고, 도발에 대한 대응 방침 등에 대해서도 언급하지 않은 채 평화를 강조했다”면서 “김여정이 2015년 목함지뢰 사건 유감 표명까지 무르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정부는 11년 전 만큼 강경한 대응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대북 한 소식통은 “11년 전 목함지뢰 사건과 비교했을 때 북한의 가장 달라진 부분은 노선 변화”라면서 “합참에서 북한을 향해 강경한 어조로 입장을 발표했더라도 북한으로선 여기에 굳이 대응해야 할 이유를 느끼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소식통은 “북한은 2025년부터 적대적 두국가론을 앞세워 남북관계 개선 필요성 자체를 부인해 왔다”면서 “선대부터 유구하게 이어져 내려오던 ‘통일 가치관’도 전면 수정하면서까지 따로 알아서 잘살자는 취지 스탠스를 펼쳐왔다”고 했다. 이어지는 그의 말이다.
“북한은 러시아와 밀착하면서 역대급 경제 호황을 맞고 있다. 한국으로부터 더 받아낼 것도 잘해볼 것도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 국경선 요새화 등 도발적인 행보 역시 ‘따로 살자’는 강력한 의지의 표현일 것이다. 북한은 본인들이 설치한 지뢰는 지뢰고, 폭발은 폭발이라는 식의 대응을 할 것이며 자신들의 체제를 위협할 만한 ‘트리거’가 없는 한 절대 머리를 굽히지 않을 것이다.”
그는 “한국 정부가 평화를 강조하면서 지뢰 도발에 대한 대응에 소극적으로 임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사과할 이유가 더더욱 없을 것”이라며 “남쪽엔 투지가 없고, 북쪽엔 의지가 없으니 사건 해결 자체가 난망해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 대통령이 국군의 날 기념식 메시지에서 ‘북한’ ‘지뢰 폭발 사건’ 등을 언급하지 않은 것과 관련해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군 통수권자가 주적의 도발에 대응하기는커녕 입도 뻥긋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과연 전작권을 환수할 역량이 있는지 의문스럽다”고 비판했다. 한동훈 무소속 의원은 “대통령이 북한 지뢰 공격을 교통사고 취급했다”고 했다.
전직 군 관계자는 “북한이 매설한 지뢰가 폭발하면서 우리 군 장병들이 큰 부상을 입었는데, 대통령이 강경한 대응 의지를 내비치는 키워드를 쓰는 대신에 남북 평화에 방점을 찍었다”면서 “한 대 얻어맞은 상황에서 사이좋게 지내자고 강조하는 것은 군 사기를 저하시킬 뿐 아니라, 국민 공감대를 얻기도 역부족일 것”이라고 했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