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체제 네 기둥 실세냐 거물이냐
▲ 박근혜 당선인의 취임식이 다가오면서 주요 권력기관 수장에 누가 발탁될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인수위사진기자단 |
박 당선인 역시 4대 권력기관 인사에 상당한 신경을 쓰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해당 기관들이 박 당선인의 일거수일투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도 이런 까닭에서다. 박 당선인 주도 하에 극비리에 이뤄지고 있는 ‘빅4’ 권력기관장 인사의 숨겨진 속살을 들춰봤다.
# 검찰-외부 인사 발탁 급물살
▲ 안창호. |
이와 관련 검찰의 한 관계자는 “거센 외풍을 막아줄 힘 있는 실세 총장이 필요한 때”라면서 “그런데 박 당선인 주변을 접촉해 봐도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 수가 없다. 답답하다. 그저 발표만 기다리고 있을 뿐”이라고 귀띔했다.
검찰총장은 지난 1월 7일 꾸려진 후보 추천위원회가 세 명을 추려 법무부 장관에게 추천하고, 그 다음 법무부 장관이 최종 한 명만을 대통령에게 제청하게 된다.
친박 인사들 말을 종합해보면 현재 박 당선인은 내부 승진과 외부인사 기용을 놓고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당초 박 당선인은 ‘조직의 정서’를 고려해 차기 총장 기수인 사법연수원 14~15기 현직 고검장들을 우선 후보군으로 올려놨다고 한다. 박 당선인 측근은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박 당선인은 인사를 할 때 내부에서 반발이 생기는 것을 상당히 싫어하는 편이다. 그래서 검찰총장은 되도록 승진 대상자 중에서 고르려 했다”고 털어놨다.
그런데 1월 12일 실시된 검찰의 인수위 업무보고 이후 이러한 기류가 조금 변했다고 한다. 박 당선인이 검찰의 자정 능력에 대해 회의감을 내비쳤고, 그 이후 외부 인사 기용설이 급물살을 탔다는 것이다. 인수위 관계자는 “검찰 업무보고에 대해 박 당선인의 평가가 좋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스스로 개혁할 의지가 없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그때부터 외부에서도 총장감을 물색해보라는 지시가 내려간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현재 차기 총장으로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는 인물은 안창호 헌법재판소 재판관(연수원 14기)이다. 안 재판관은 얼마 전 총장추천 인사검증에 필요한 신상조회에 동의한 바 있는데, 헌재 재판관으로서는 이례적이어서 사전에 박 당선인과 교감이 있었던 것이 아니냐는 추측까지 나돌고 있다. 또한 박 당선인이 ‘특수통’보다는 ‘공안통’을 선호한다는 점에서도 공안계통에서 잔뼈가 굵은 안 재판관의 발탁 가능성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내부에서는 연수원 14기 김진태 대검 차장, 김학의 대전고검장, 채동욱 서울고검장, 노환균 법무연수원장과 15기 소병철 대구고검장, 길태기 법무부 차관, 최교일 서울중앙지검장, 김홍일 부산고검장 등이 오르내리고 있는데 이 중 김학의 대전고검장이 가장 앞서 있다는 평이다. 그러나 그동안 ‘하마평’에 올랐던 인사들은 어김없이 ‘물’을 먹었던 ‘박근혜식 인사 스타일’을 감안하면 전혀 이름이 거론되지 않았던 ‘깜짝 인사’가 임명될 것이란 관측도 적지 않다.
#국정원-경제 지식 갖춘 ‘정보통’
▲ 차문희. |
특히 현 정부에서 대북 정보력이 약화됐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던 만큼 ‘빅4’ 중 고위직 물갈이 폭이 가장 클 것이란 게 정가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지난 대선기간 동안 박 당선인은 국정원의 역할과 입지 등에 대해서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경찰과 검찰, 국세청 등을 향해서 여러 공약과 개혁안을 발표했던 것과는 사뭇 다른 스탠스였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의 국정원을 바라보는 박 당선인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는 게 친박 인사들의 중론이다.
한 친박 의원은 “박 당선인이 식사 자리에서 ‘국정원이 저래도 되나’라고 말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평소 안보와 대북 문제에 관심이 컸기 때문에 인사를 포함한 국정원 운영에 대한 복안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현재 박 당선인은 국정원의 국내 정치 파트 축소 및 청와대에 새롭게 신설되는 국가안보실과의 역할 배분 등에 대해 고심 중인데, 국정원장 발탁 역시 이런 고민과 맞물려 진행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인수위 관계자는 “박 당선인은 무엇보다 국가안보실장과 국정원장의 호흡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국내 정치 부문을 줄일지 그대로 둘지 아직 결론이 나지 않은 상태지만 만약 축소한다면 굳이 측근 정치인을 임명할 것 없이 내부에서 전문가를 승진시키자는 게 박 당선인 입장이라고 보면 된다”고 귀띔했다.
지금까지 자천타천 국정원장 후보 하마평에 올랐던 인사들 중 우선 외부에선 권영세 전 새누리당 의원과 김장수 전 국방부 장관이 가장 많이 거론된다. 3선의 권 전 의원은 서울지검 검사 시절 국가안전기획부(현 국정원)에서 3년 동안 파견 근무한 적이 있고 국회 정보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박 당선인 측근일 뿐 아니라 ‘전문성’도 겸비해 한때 국정원장 ‘0순위’ 후보였지만 비서실장 혹은 입각이 점쳐지면서 그 가능성은 조금 낮아진 상태다.
초대 국가안보실장 후보로도 오르내리는 김 전 장관은 여성 대통령을 보완해줄 적임자로 평가받는다. 박 당선인 역시 김 전 장관의 능력을 높이 사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밖에 국정원 2차장 출신의 김회선 의원, 안기부 시절 해외정보실장을 지낸 송종환 전 주미공사, 박정희 전 대통령과 인연이 있는 민병환 전 2차장,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원회 외교안보단에서 활약한 한기범 전 3차장 등도 후보군에 오르내리고 있다.
국정원 내부에서 발탁할 경우 차문희 2차장의 승진 기용이 예상된다. 인수위 관계자는 “원칙대로 하자면 차문희 2차장을 임명하는 게 맞는 것 같다. 조직 관리도 뛰어날 뿐 아니라 ‘정보맨’으로서도 인정을 받고 있다. 박 당선인과의 관계도 나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충남 서천 출신이기 때문에 지역 안배도 안성맞춤”이라고 귀띔했다.
그러나 최근 인수위 내부에서는 “박 당선인이 정보의 생리는 기본이고 경제 지식까지 겸비한 인사를 찾고 있어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얘기가 돌고 있어 국정원장 인선이 늦어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경찰-유임 ‘확실’…청문회가 변수
▲ 김기용. |
지난해 5월 취임한 김기용 청장의 임기는 아직 1년 3개월이나 남아 있다. 경찰청장의 교체 여부가 주목을 받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경찰 내부에서는 김 청장이 유임될 것이라는 기대감에 한껏 부풀어 있다. 경찰청 고위 간부는 “청장이 임기를 지킬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것이 선례가 되면 다음 대통령도 그렇게 하지 않겠느냐. 그러면 경찰 위상이 높아질 뿐 아니라 정치적 입김에도 덜 휘둘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박 당선인은 김 청장을 유임시키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했다고 한다. 인수위 관계자는 “박 당선인은 지난해 대선 기간에 경찰청장의 임기 보장을 약속한 바 있다. 그것을 지키겠다는 것이다. 김 청장 유임은 거의 100%”라고 단언했다.
실제로 박 당선인은 지난해 10월 “경찰청장의 잦은 교체에 따른 조직 동요는 곧 치안 공백으로 이어진다. 경찰청장의 임기를 반드시 보장하도록 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경찰 내부에서도 청장의 유임을 기정사실화로 받아들이고 있는 분위기다. ‘빅4’ 기관장 중 비어있는 검찰총장을 제외하고는 유일하게 자리를 보전하게 된 셈이다.
하지만 대선이 끝난 후 경찰 안팎에선 청장 교체설이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었다. 박 당선인 측이 김 청장 자진사퇴를 요구했고, 김 청장이 버티고 있다는 얘기가 소위 ‘찌라시’라 불리는 각종 정보지를 통해 나돌기까지 했다.
이에 박 당선인 측근들은 “박 당선인을 잘 모르고 하는 소리다. 약속한 청장의 임기는 보장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실제로 박 당선인은 지난 1월 30일 법질서·사회안전분과 비공개 토론회에서 “경찰 인력을 2만 명 늘리고 기본급을 인상하겠다는 약속에 대해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 실행해 달라”고 당부하는 등 공약 실천 의지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김 청장 유임에 따른 변수는 남아 있다. 바로 인사 청문회다. 김 청장은 지난해 5월 청문회를 ‘가까스로’ 통과하긴 했지만 이번엔 호락호락하지 않을 것이란 게 정가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야권이 ‘벼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대선을 불과 며칠 앞두고 터진 ‘국정원 여직원’ 사건을 경찰이 수사하는 과정에서 선거개입, 축소·은폐 의혹이 불거졌던 만큼 야권이 김 청장을 무사히 통과시키진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국세청-‘세수 확보’ 전문가 중용
▲왼쪽부터 박윤준, 조현관, 김덕중. |
그러나 최근 국세청과 인수위 안팎에선 이 청장의 임기가 조금 더 연장될 가능성도 흘러나오고 있다. 이 청장이 내부를 잘 추슬려왔을 뿐 아니라 ‘역외탈세 추적’ 등을 통해 세원 양성화에 힘썼다는 점에서 박 당선인과 ‘코드’가 맞을 수 있다는 것이 그 이유다. 실제로 이 청장은 올해 국세청 시무식에서 “지하경제로 흘러가는 자금의 통로를 차단하는 수단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면서 박 당선인이 공약으로 내건 지하경제 양성화를 뒷받침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다.
현재 박 당선인은 이 청장 후임자를 내부에서 찾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숨겨져 있는 세수를 찾아 징수하기 위해선 국세 행정에 해박한 전문가를 앉혀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또한 지역적 안배도 고려하고 있다고 한다. 이명박 정부 들어 국세청 고위직을 특정지역 인사들이 휩쓸고 있다는 지적이 반영된 결과다. 인수위 관계자는 “국세청장 교체는 다른 기관보다 다소 늦게 이뤄질 것이다. 정권 초반 세수 확보 등의 이유가 가장 크지만 지역 균형을 맞추기 위한 차원도 있다. 다른 기관의 수장이 어디 출신이냐에 따라 국세청장 인선도 달라질 수 있다”고 털어놨다.
내부 승진이 이뤄진다면 국세청 1급 박윤준 본청 차장(서울), 조현관 서울지방청장(대구), 김덕중 중부지방국세청장(대전), 김은호 부산지방국세청장(부산) 등이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국세청 안팎에선 박윤준 차장과 조현관 청장의 ‘양자대결’로 보는 시각이 많지만 충청 출신의 김덕중 청장도 ‘다크호스’로 꼽힌다.
외부 인사로는 윤영선 전 관세청장(서울)과 주영섭 현 관세청장(전북) 등도 거론되지만 그 가능성은 낮다는 반응이다. 오히려 박 당선인의 경제 공약을 만든 것으로 알려진 새누리당 안종범 의원이 이들보다는 청장 후보에 더 가깝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조세와 재정전문가인 안 의원은 박 당선인의 신임이 남달라 국세청장, 공정거래위원장 등 하마평에 올라 있는 상태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