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 연임 놓고 ‘1 대 99’ 대결
민영진 사장
민주노조에 따르면 민 사장은 지난 1월 23일 자신의 친위대로 구성된 KT&G사장후보추천위원회(사추위)를 통해 임기 연장을 노리고 있다고 한다. 이명박 대통령의 책사로 알려진 김원용 위원장을 비롯한 7명의 사추위원은 대부분 민 사장이 영입했거나 임명한 임원들로, 그의 최측근 인사라는 게 민주노조 측 주장이다. 따라서 새로운 사장 선임은 새 정부 출범 후 객관성을 지닌 사추위를 새로 구성해 공개적으로 투명하게 진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민주노조 측은 또 민 사장의 경영 능력도 비판하며 연임을 반대했다. 민 사장이 인수한 자회사들의 실적부진과 무리한 해외사업 진출 때문에 지난해 KT&G의 영업이익이 전년대비 21.1% 감소했다는 것이다. 특히 자회사 인삼공사는 지난해 3분기 매출 24.1% 감소는 물론 영업이익도 63.1% 급락해 최악의 부진을 기록했다고 민주노조 측은 설명했다.
더불어 민주노조 측은 각종 의혹을 제기하며 민 사장을 압박하고 있다. 대표적인 의혹은 KT&G의 건강식품 및 화장품 자회사 KGC라이프앤진과 관련한 것이다. 현 정부에서 청와대 부속1실장을 지낸 김희중 씨와 친인척 관계에 있는 권영재 씨가 사장으로 있는 상상애드윌을 KGC라이프앤진의 광고대행사로 선정했다는 내용이다. 당시 이 회사는 별다른 실적도 없는 신생 회사였지만 90억 원대의 광고를 몰아 줬다는 것이 민주노조 측 주장이다.
강남구 대치동 KT&G 사옥 전경.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이에 사측은 물론, 더 큰 다른 노조까지 반박 성명을 내며 민주노조의 주장에 적극 반발하고 나섰다. 민주노조가 제기한 의혹들이 모두 허위사실이란 것이 주요 골자다. KT&G와 인삼공사 통합노동조합인 전국담배인삼노동조합(통합노조·위원장 전영길)은 “이번에 성명을 발표한 민주한국인삼공사지부는 인삼공사의 제2 노조로 소속 조합원이 전체의 1%도 되지 않는 40여 명의 극소수 조직”이라며 “이들은 확인되지 않은 음해성 제보를 바탕으로 성명서를 발표해 회사와 노동조합, 조합원들의 명예를 실추시켰다”고 비판했다. 통합노조 측은 이어 “2노조는 조직을 분열하고, 조합원들을 기만하는 허위사실 유포를 비롯한 해사 행위들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며 “현재의 해사(害社) 행위를 지속한다면 6000여 조합원들과 힘을 합쳐 단호하게 대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인삼공사 내 1300여 조합원을 거느린 한국인삼공사노조(위원장 도종학) 역시 “2노조가 발표한 성명서는 한국인삼공사 전체 1600여 명의 직원 의견에 반하는 입장으로 한국인삼공사 절대 다수의 조합원은 성명서의 내용에 대해 전적으로 동의하지 않는다”며 민주노조를 비판했다. 사측인 KT&G도 “2002년 정부 보유지분을 모두 매각해 완전 민영화된 기업으로 사장 후보 선임은 회사 정관과 이사회 규정에 따라 사추위의 심사를 거쳐 주주총회에서 결정하게 돼 있다며 후보자 선임에 전혀 문제가 없다”고 보탰다.
정권 변환기, 민영화됐지만 정치적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KT&G에서 터져 나온 내부 갈등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 주목된다.
이연호 기자 dew901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