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문난 ‘큰집’ 대신 ‘작은집’이 작전중?
▲ 재개발을 앞둔 서울 도심 중에서도 알짜배기로 손꼽히는 종로구 청진동의 3지구 전경. | ||
청진동 재개발과 관련해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유진그룹의 행보다. 지난해 하이마트 인수 등 공격적 M&A로 재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유진그룹은 종로구청 맞은편 1지구 일대 토지를 지난 한 해 동안 대부분 매입했다. 교보문고 정문 맞은 편 2, 3지구 역시 한 개발회사가 매입을 진행 중인 상황이다. 이미 절반 가까운 땅은 매입을 완료했다. 1, 2, 3지구는 청진동 일대에서도 ‘금싸라기’ 땅으로 불린다.
청진동 일대 상인들 사이에서는 ‘대기업들이 땅을 사들이고 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아직까지 땅을 팔지 않은 소유주들과 나머지 땅을 매입하려는 이들 기업 간에 팽팽한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유진그룹은 지난해 5월 ‘메트로 PFV’라는 부동산 개발회사를 계열사로 편입시켜 청진동 토지 매입의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메트로 PFV는 종로구청과 마주하고 있는 1지구 땅을 대부분 사들인 상태다. 유진그룹이 수백억 원을 들여 땅을 사들이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재계에서는 ‘유진타운을 만들기 위한 것이다’ ‘시세차익을 노리기 위한 것이다’라는 등의 여러 가지 추측이 나오고 있지만 가장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은 ‘유진타운건설’ 설이다.
유진그룹은 이미 청진동에 2층짜리 사옥을 가지고 있다. 대기업의 사옥이라 하기에는 매우 초라한 편이다. 이번에 사들인 토지들은 대부분 사옥을 중심으로 해 그 주변에 위치한 토지들. 때문에 기존의 사옥을 허물고 이 일대에 새로운 사옥을 건설할 것이라는 게 재계 일각의 추측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유진그룹이 계속된 M&A로 사세가 몰라보게 커진 만큼 그에 걸맞은 사옥을 가지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청진동 1지구가 서울 시내 한복판에 위치해 있다는 상징성과 더불어 이미 사옥이 위치해 있는 터라 새로운 ‘유진타운’을 건설하기에는 그만한 장소가 없다는 것. 이러한 추측대로 유진타운이 들어선다면 시세차익으로 인한 자산가치가 엄청나게 상승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하지만 유진그룹 측은 이 같은 부동산 매입에 대해 자신들과는 무관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메트로 PFV가 유진그룹의 계열사라는 사실을 한사코 부인했다. 유진그룹 관계자는 “이 회사 지분의 상당부분을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은 맞지만 그쪽에서 하는 일에 대해서는 전혀 알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때문에 토지 매입도 유진그룹과는 관련이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유진그룹은 지난해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보고서에 메트로 PFV를 계열사로 등록해 놓고 있다.
▲ 청진동에 위치한 유진그룹 사옥. | ||
일각에서는 유진그룹이 이번 개발을 통해 본격적인 건설 사업에 뛰어들 것이라는 이야기도 들린다. 최근 들어 M&A를 통해 급성장한 몇몇 기업들이 부동산개발과 건설사업으로 적지 않은 이득을 봤지만 유독 유진그룹만은 재미를 보지 못했기에 이 기회에 건설부문까지 그 영역을 넓힐 것이라는 주장이다.
한편 1지구와 맞닿아 있는 2, 3지구 역시 국도개발이란 회사가 70%가 넘게 토지를 매입한 상태다. 시공사로는 메이저건설사 중 하나인 D 건설이 내정됐다는 얘기도 오가고 있다. 일부 재계 관계자들과 일대 상인들 사이에서는 인근에 위치한 K 기업이 뒤에 있다는 소문이 파다하게 돌기도 했다. 인근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는 “(K 기업 쪽에서) 계약은 했지만 잔금이 지급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등기부등본을 확인한 결과 소유주가 KB부동산투자를 통해 신탁등기를 해 놓은 상태여서 정확한 소유주를 알 수 없지만 소문처럼 다른 기업이 뒤에 있을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국도개발 관계자는 “땅을 매입 중인 상황이어서 구체적인 것은 알려줄 수 없다”고 말했다.
박혁진 프리랜서 phj007@googl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