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와중에도 몇몇은… 예고 없이 출국 흔적 없이 복귀
신년 초 예결위 외유 논란 뒤에도 국회의원들의 해외출장은 계속되고 있다.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그런데 신년 초 예결위 해외출장으로 큰 논란이 빚어진 뒤에도 의원들의 ‘해외출장’은 계속되고 있었다. 예결위 해외출장 건 이외에도 지난 1월 최소 13팀이 해외출장을 나섰던 것으로 공식 확인됐다. 1월 해외출장을 나섰던 의원들은 행여 외유 시비에 휩싸일까 자세한 목적과 일정을 밝히기 꺼리는 모습이었고 다녀온 뒤 기록으로 남긴 경우도 드물었다. 예결위 논란에 감춰진 국회의원 해외출장의 민낯을 낱낱이 공개한다.
<일요신문>이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입수한 ‘19대 의회외교활동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19대 국회 개원 이후부터 2013년 1월 31일까지 총 26팀이 해외 출장을 떠났다. 이 가운데 1월 한 달간 해외출장을 떠난 경우는 절반인 13팀, 총 41명이었다.
1월 국회의원 해외출장에 쓰인 금액은 약 8억 원. 의원 1인당 평균 2000만 원이 넘는 돈이 들어갔다. 아직 정산이 끝나지 않았거나 국회의장·부의장이 속해 있다는 이유로 일정 및 소요예산 공개가 거부된 사업까지 모두 합하면 한 달간 국회의원 해외출장에만 10억 원 가까운 세금이 지출된 셈이다.
남극 세종기지 시찰단의 강석호(왼쪽), 임내현 의원.
회의나 세미나를 제외한 가장 많은 출장 유형은 같은 상임위나 같은 당 의원들끼리 해외 출장길에 오르는 경우다. 13팀 가운데 6팀이 여기에 해당했다. 그 다음으로는 ‘서남아지역 수교 40주년’ ‘한-페루 수교 50주년’과 같이 특정 시점을 기념하는 명목으로 친선 외교활동에 나선 경우다.
특이한 점은 이런 유형의 해외출장은 사업 목적에 ‘간담회를 통한 현지 교민 애로사항 청취’, ‘현지 진출 기업 시찰 및 격려’가 빠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국회사무처 직원의 표현을 따르면 “공식 일정 한두 개 외에 별다른 일이 없을 때 사용되는 단골메뉴”다.
출장 한 번에 1억 원이 넘는 금액을 지출한 경우도 2번이나 됐다. 지난 1월 6일부터 7박8일간 ‘제16차 한·EU 의원외교협의회 합동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벨기에와 독일을 방문한 팀에게는 1억 804만 원이, 1월 11일부터 13박14일간 칠레, 우루과이, 브라질, 호주를 방문한 ‘남극 세종과학기지 시찰단’에게는 1억 4442만 원이 책정됐다.
특히 남극 세종기지 시찰단은 1월초 예결위 해외 출장 논란이 불거지자 일정 자체를 취소했던 것으로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졌지만 확인 결과 그대로 진행됐다. 원래 계획은 국토해양위원장인 주승용 민주통합당 의원과 민주통합당 박기춘 원내대표를 포함해 5명이 방문하기로 계획했지만, 여야 대표로 새누리당 강석호, 민주통합당 임내현 두 의원만 가기로 한 것이다.
국회의원들의 해외출장을 전부 ‘외유’로 싸잡아 비난할 수는 없다. 의회외교활동은 꼭 필요한 일이고 상임위 차원의 해외출장 역시 하나의 입법 활동 지원책으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하지만 이 같은 과정이 투명하게 집행되지 않고 공개되지 않는다는 점은 문제로 지적된다. 특히 상임위 차원에서 해외출장을 나설 경우 별도로 회의를 가진 경우는 손에 꼽을 정도였고, 출장 계획이 잡힌 후 이를 기록으로 남기는 작업도 인색했다. 실제 상임위원회 홈페이지를 통해 해외출장을 미리 공지했는지 확인했지만 단 1건도 없었다.
참고할 만한 해외출장 유형도 있다. 지난해 8월, 새누리당 김현숙 의원은 ‘제3차 국제가톨릭 네트워크 연례회의’를 참석하기 위해 이탈리아를 방문했다. 당시 김 의원은 별도 수행원 없이 홀로 다녀왔고, 소요비용도 약 740만 원으로 유일하게 1000만 원을 넘기지 않았다. 비단 돈을 적게 썼기 때문은 아니다. 김 의원은 당시 해외출장 과정을 자신의 블로그에 직접 남겨 눈길을 끌었다. 반면, 같은 달 ‘국가 정세에 대한 이해 증진과 해외정보관 근무실태 점검’을 목적으로 러시아, 영국, 폴란드, 체코 등으로 출장에 나선 정보위원회 소속 의원 3명은 중간에 올림픽 관람 일정을 몰래 끼워 넣으려다 말썽을 일으켰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정책입법팀 김상혁 간사는 “경실련 역시 예결위 출장 사건 이후 정보공개청구를 요구했지만 이에 응하는 국회의 태도가 매우 방어적이다”라며 “정보공개가 한 차례 연기된 뒤 2월 중순경 결과보고서를 받았지만 비용지급과 관련된 회계보고 및 증빙 자료는 ‘정산 중’이라는 이유로 제출받지 못했다. 현재 이 부분은 재청구한 상태로 모두 파악되는 대로 예결위 해외출장에 관한 입장을 다시 한 번 밝힐 예정이다”라고 전했다.
김임수 기자 imsu@ilyo.co.kr
배해경 기자 ilyohk@ilyo.co.kr
해외출장 이유 물으니… 4명 중 3명 ‘떨떠름’ 기자는 지난 1월 해외출장을 간 것으로 확인된 의원 40여 명에게 ‘해외출장을 다녀온 목적을 구체적으로 알려 달라’는 취지의 메시지를 남겼다. 답을 보내 온 의원은 총 14명이었는데, 그 중 7명은 ‘회의’나 ‘세미나’를 이유로, 2명은 ‘의원외교 차원’에서 다녀왔다고 밝혔다. 나머지 의원들은 별다른 답이 없었다. 그 가운데 정우택 새누리당 최고위원은 비교적 상세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1월 18일부터 27일까지 페루, 아르헨티나, 브라질 3개국을 방문한 정 의원은 지난 14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현재 코레일에서 브라질 철도공사운영권을 따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 국회의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페루는 올해 우리나라와 수교 50주년을 맞았고 또 최근 KAI(한국항공우주산업)에서 만든 전투기 20대와 스마트경찰차 800여 대가 수출되기도 했다. 남미 지역은 아직 우리나라와 이중과세방지협약이 맺어지지 않은 곳이 있어 의회 차원에서 힘을 싣기 위해 다녀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왜 그동안 정식 의정활동으로 소개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정 최고위원은 “이미 외교부에 보고가 다 올라가는 상황이고 나서서 알리는 일이 적절치 않아 보였다”라고 덧붙였다. 가장 상세하게 전후사정을 설명한 출장팀은 ‘유럽지역 정신건강정책 현황 시찰 대표단’이었다. 새누리당 비례대표 여성의원 4명(신의진 윤명희 손인춘 류지영)으로 구성된 이들은 지난 1월 6일부터 13일까지 영국과 프랑스를 다녀왔다. 윤명희 의원실 관계자는 “국내 농어촌 노년층 정신건강 문제가 심각하다는 문제를 인식하고 정신건강정책에 관한 선진국의 정보와 현황을 알아보는 일이 필요했다”고 설명하며 “현지에서 일정을 동행했던 한 일간지 기자는 ‘국회의원 출장 대부분이 돈 낭비로 생각되는데 이 팀은 열심히 해서 인상 깊었다’고 말하기도 했다”라고 전했다. 류지영 의원실 관계자는 “국회 개원 이후부터 보건복지 및 의료 분야에 관심이 많은 당 의원들이 오랫동안 함께 의논하고 계획했던 것”이라며 현지 세부 일정을 자세히 보내겠다고 밝혔다. 일정을 주도한 신의진 의원은 최근 ‘한국 정신보건 발전을 위한 OECD 전문가 초청 컨퍼런스’를 개최하기도 했다. 민주통합당 한 의원은 ‘혹시 1등석 타고 갔느냐’는 물음에 “그랬었나, 잘 모르겠다”라고 얼버무렸다. 국회 국제국의 한 관계자는 “국제국이 담당하는 의원외교활동은 통상 비즈니스석 기준(미주 기준 600만 원 내외)으로 예산이 집행된다. 국회의장 정도만 1등석(미주 기준 1000만 원 내외)을 이용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또 다른 국회사무처 직원은 “국회의원은 국내항공사에서 배려(?) 차원으로 좌석을 업그레이드해 주는 경우가 종종 있다. 비즈니스 가격으로 1등석을 이용하는 것도 국회의원이 가진 또 하나의 특권인 셈”이라고 밝혔다. 김임수 기자 imsu@ilyo.co.kr |
사무처가 모르는 해외출장 더 있다 국제국 아닌 위원회 자체 예산 사용키도 이번에 <일요신문>이 공개한 ‘1월 해외출장 현황’에는 어찌된 영문인지 예결위 소속 의원들의 해외 출장은 빠져 있었다. 해당 내용을 작성한 국제국의 한 관계자는 “예결위 출장은 국제국이 아닌 예결위 내 자체 예산(1억 5000만 원)을 이용했다. 이를 구분해 별도 요청이 있어야 한다”라고 전했다. 국회의원 외교활동은 대부분 국회사무처 내 국제국을 통해야 하는 것이 상식이지만 위원회별로 예산이 책정돼 있어 국제국과 별개로 외교활동을 나설 수도 있다. 실제 국회 상임위에는 평균 3000만 원가량의 예산이 기본 배정돼 있고, 해외를 방문하기 위한 예산 역시 평균 1억 5000만 원 정도 주어진다. 또 의원들이 연구단체나 모임을 결성할 경우 지원금도 연간 5억 원 정도다. 실제 국제국이 공개한 명단에는 빠졌지만 지난 1월 보건복지위 소속 국회의원 3명은 인도와 싱가포르, 농수산식품위 소속 또 다른 의원 3명은 태국과 미얀마, 국토해양위 소속 의원 2명은 동티모르, 정무위 소속 의원 7명은 2팀으로 나눠 유럽과 미국으로 나갔거나 최소한 계획했던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와 행전안전위원회 등도 1월 해외출장 일정을 잡았다 부랴부랴 취소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지난달 교과위 해외시찰을 나섰던 한 의원은 “워싱턴DC에 열리는 세미나에 참석했다”라고 추가로 자백(?)하기도 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위원회 자체 예산으로 해외출장을 갈 경우 일종의 정해진 룰이 있다”고 귀띔했다. 위원회별로 1년에 2회까지 제한하되 한 번은 여당 의원이 가고 또 한 번은 야당 의원이 가는 식이라는 것이다. 최근에는 같은 당 의원끼리만 나갈 경우 이후 문제의 소지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여야 의원들을 섞어 2~3팀으로 나눈 다음 순차적으로 해외 출장을 나서고 있다는 후문이다. 이 관계자는 “1월은 국회 회기가 없고 특히 대선이라는 큰 선거를 끝낸 이후였기에 다른 때보다 많이 몰렸던 것 같다. 또 1월 15일까지 해외출장 관련 예산을 집행하지 않으면 반납하게 돼 있어 한꺼번에 몰리는 측면도 있다”라고 밝혔다. 경실련의 김상혁 간사는 “상임위별로 나갈 경우에는 해당 절차나 방법 등이 제각기 달라 시민단체가 전체를 파악하기가 어려운 측면이 많다. 국회의원 외교활동을 국제국을 통해서만 갈 수 있도록 엄격히 관리하고 통제하는 조치가 필요하다”라고 전했다. 김임수 기자 imsu@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