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정권 총리 연속 배출 공직·재계 문어발 포진
이를 두고 임종인 의원은 “이명박 정부가 노무현 정부와 다를 바 없다고 해서 ‘노명박 정부’라는 말이 나왔는데 한덕수-한승수 총리를 보면 ‘김앤장 정부’가 아닌가 한다”고 밝혔다. 대한민국의 대형 사건을 독식하다시피 해온 김앤장의 ‘슈퍼파워’는 이렇게 총리를 연달아 배출할 정도로 탄탄한 인맥에서 나온다. 김앤장의 ‘인맥지도’를 펼쳐봤다.
김앤장 법률사무소는 변호사 공인회계사 노무사 외국변호사 등 전문가그룹과 행정부처 고위공직자 출신 등 외부 영입인사들인 고문 전문위원으로 구성돼 있다. 김앤장의 국내변호사 수는 올해 300명을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김앤장에 근무하는 공직자 출신은 알려진 이들만 2007년 8월 말 현재 63명. 국세청 출신 22명, 재정경제부 9명, 공정위 7명, 산업자원부 6명, 관세청 5명, 노동부 3명, 청와대 3명, 보건복지부 2명, 감사원 2명, 외교통상부 국무조정실 정보통신부 문화관광부 각 1명씩이다. 세금 재정 금융 관련부처가 압도적이다.
김앤장 인맥의 ‘핵’으로 불리는 고문 등 외부영입 인사들부터 짚어보자. <법률사무소 김앤장>은 이들이 김앤장에서 일하다 공직에 들어가고 다시 김앤장으로 오는 현상, 즉 ‘회전문 인사’를 통해 김앤장이 힘을 키워왔다고 주장한다. 현직 공무원들의 ‘전관예우’는 물론 공직 컴백 가능성 때문에 더 큰 힘을 가진다는 설명이다.
신임 한승수 총리도 이 ‘회전문 인사’에 해당한다. 그는 YS 정부에서 부총리 겸 재정경제원 장관을 지냈고 16대 국회의원을 그만둔 2004년부터 김앤장 고문으로 활동했다. 노무현 정부 마지막 총리인 한덕수 전 총리도 ‘회전문 인사’ 해당한다. 2002년 7월 청와대 경제수석에서 퇴직한 한 전 총리는 김앤장 고문으로 재직하다 산업연구원장, 부총리를 거쳐 총리가 됐다.
‘회전문 인사’의 대표 격은 이헌재 전 부총리다. 이 전 부총리는 재무부 5급 사무관으로 공직생활을 시작, 금감위원장, 재경부 장관, 부총리 등을 지냈는데 공백기간엔 김앤장 고문으로 활동했다. 김앤장 근무 경험이 있는 또 다른 고위직 인사로는 금감원의 전홍렬 부원장이 있다. 그는 재경부 퇴직 후 1997년부터 2005년까지 오랫동안 김앤장의 고문으로 일하다가 공직에 다시 복귀했다.
소속 변호사들도 공직에 들어간다. 2007년 8월 공정위 심결지원 2팀장에 임명된 박익수 변호사는 임용 직전까지 김앤장에서 공정위를 상대로 소송을 진행했다. 임명 당시에도 8건의 재판이 진행 중이었다. 그는 팀장으로 임명되자 법원에 사임계를 제출했다.
김앤장의 국세청 출신 인사는 국세심판소장과 국세청장, 건설부 장관을 거친 서영택 고문, 황재성 이주석 전형수 전 서울지방국세청장 등 22명이 포진하고 있다.
경제검찰로 기업들과 소송이 빈번한 공정거래위원회 출신 인사도 적지 않다. 서동원 전 상임위원이 고문, 김재우 전 서울사무소 총괄과장이 수석 전문위원이다. 2006년 3월 론스타의 과세불복 심판 청구가 있은 직후 김앤장은 재경부 국세심판원 공직자 두 명을 영입하기도 했다. 공정위 부위원장 출신인 김병일 고문과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자문위원을 지낸 서동원 고문은 최근 권오승 현 위원장의 임기가 1년 넘게 남은 공정위 차기 위원장 후보군에 이름이 오르내려 ‘회전문 인사’가 될지 관심이 쏠린다.
김앤장은 일반인에겐 생소하지만 전문분야의 주요 공직자도 놓치지 않는다. 김앤장은 2006년 11월 보건복지부를 상대로 한 다국적 제약회사의 소송을 대리했다가 패소했다. 이후 최수영 전 국립독성연구원장이 2007년 10월 김앤장 고문으로 자리를 옮겼다.
김앤장은 이제껏 대형 ‘경제사건’을 도맡아왔다. <법률사무소 김앤장>은 그 배경 중 하나로 ‘사외이사제’를 꼽는다. 김앤장 소속 인사들이 사외이사로 들어가고 ‘유사시’ 그 기업의 사건을 수임한다는 것. 2006년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사건을 수임한 김앤장 변호인단에 참여한 최경원 전 법무장관은 현대제철 사외이사로 있으면서 합류했다.
두산그룹 박용성 회장 재판을 변호했던 윤동민 변호사도 두산의 사외이사였다. 박 회장이 경영에 복귀하면서 제프리 존스와 함께 두산의 사외이사를 다시 맡고 있다. 변론을 함께 맡았던 김회선 변호사는 두산건설의 사외이사가 됐고 두산중공업에는 박정규 변호사가 새로 사외이사로 선임됐다. 삼성전자에는 윤동민 변호사와 황재성 고문 등 두 명이 사외이사로 있고 한승수 총리도 S&T모터스 사외이사를 역임하는 등 25개 회사에 27명이 사외이사로 활동한 것으로 알려진다.
김앤장 출신이 기업체 CEO로 나서는 경우도 있다. 최근 논란 끝에 SK텔레콤이 인수에 성공한 하나로텔레콤의 박병무 사장은 김앤장 출신 변호사다. 헐값매각 논란이 계속되는 외환은행의 김형민 부행장도 김앤장 고문 출신이다. CEO는 아니지만 삼성엔 이종왕 전 법무실장이 있었다. 이 전 실장은 노무현 대통령의 사법연수원 동기생으로 이뤄진 ‘8인회’ 멤버로 노 대통령이 탄핵 위기에 닥쳤을 때 노 대통령을 변호하기도 했다. 노 정권과는 정권 창출의 일등공신이자 법무장관을 지낸 천정배 의원의 첫 직장이 김앤장이라는 인연이 있다. 새 정부 들어서는 이재후 대표변호사가 이명박 대통령의 ‘말벗’인 것으로 전해진다.
김앤장의 재계 인맥을 얘기할 때 설립자인 김영무 대표변호사의 혼맥을 빼놓을 수 없다. 지난 2003년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 4남 정몽우 전 현대알루미늄 회장의 둘째 아들과 김 변호사 딸이 결혼, 김 변호사는 범 현대가와 사돈을 맺었다. ‘정몽우가’는 노현정씨가 며느리로 들어가 유명세를 탄 집안. 2006년 10월엔 김 변호사의 장남과 GS그룹 허창수 회장 장녀가 결혼해 GS가와도 사돈이 됐다. GS(LG)가는 ‘재계 혼맥의 본산’으로도 알려져 있어 김 변호사 개인적으로도 현대·LG가의 혼맥을 통해 재벌가 어디와도 연결되는 셈이다.
이성로 기자 roile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