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가와 100m 떨어진 인적 드문 곳
인근 민가와 100m 이상 떨어진 인적 드문 곳에 위치한 별장은 남한강변을 따라 이어진 길에 바로 인접해 있었다. 그러나 별장 정문을 중심으로 주변이 정원수로 빽빽이 둘러싸여 있어 밖에서 별장의 규모를 짐작하기는 쉽지 않았다.
굳게 닫힌 정문을 통해 안을 들여다보니 관리인으로 보이는 한 남성이 나와 있었다. 기자가 그와 대화를 나눠보기 위해 불렀지만, 그는 들은 척도 하지 않고 돌아서버렸다.
별장 옆에 있는 야산에 오르니 별장의 외관이 한눈에 들어왔다. 1만 1000여㎡의 대지 위에 지어진 별장은 정문에서부터 100m 이상 길게 뻗어있는 출입로 왼편으로 6채의 건물이 줄지어 서 있었다. 대문에서 가장 먼 쪽에 4층과 3층 건물이 있었고, 그 밑으로 식당 및 오락공간으로 쓰이는 것으로 보이는 건물 한 채와 관리자용 숙소 등이 위치해 있었다. 정원에는 정자 2채와 실외수영장 2개, 골프연습네트 등이 보였다.
기자가 야산을 통해 별장 쪽으로 접근하기 시작하자 관리인으로 보이는 남성이 “사유지에 무단침입하지 말고 돌아가라”고 고함을 지르기 시작했다. 정문 근처의 남성 외에도 별장 안쪽 3층 건물 쪽에 있는 2~3명의 남성들이 눈에 띄기도 했다.
별장 근처 관덕마을 주민들은 취재를 요청하는 기자의 질문에 “이번엔 또 어느 방송에서 왔느냐”고 진저리를 쳤다. 주민 A 씨는 “하루에도 3~4명의 기자들이 찾아와 별장에 대해 묻고 해서 여간 귀찮은 게 아니다. 여기는 별장과는 거리가 떨어져 있고 조용해서 아무 것도 모른다”고 말했다.
주민 B 씨는 “3년 전쯤인가? 별장에 승용차 10대 이상이 한꺼번에 들어갔다고 들었는데 최근에는 그런 모습을 보지 못했다. 그 별장에서 그런 모임이 열린다는 건 오래 전부터 조금씩 소문이 돌긴 했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지금 별장에는 윤 회장의 친척동생이나 아들이 관리인으로 살고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5년 동안 별장에서 일을 봐줬다는 C 씨는 “윤 회장은 별장에서 주로 해병대 동기 모임이나 학교 동창 모임 등 지인들과의 식사 자리만 가졌다”며 “평소 사람이 좋은 분인데 어쩌다 이런 사건에 휘말렸는지 모르겠다”고 안타까워했다.
윤 회장과 5년 전부터 친분이 있었다는 식당 주인 D 씨 역시 “윤 회장이 친구들과 별장에 놀러오면 우리 식당에서 음식 배달을 했다”며 “윤 회장이 평소 진중하고 어려운 이들을 보면 돕고 하는 사람이었는데, 이번에 나온 언론 기사들을 보고 깜짝 놀랐다”고 밝혔다.
기자가 별장 주변을 둘러보고 있을 때 취재차량 말고도 검은색 승합차가 별장 앞에 멈춰 섰다. 승합차에서는 검은색 양복을 입은 남성 5명이 내렸다. 취재진이나 경찰 쪽 관계자는 아닌 것으로 보였다. 기자가 소속을 물었지만 그들은 답하지 않았다. 그들은 야산에 오르고 별장 주변을 둘러보는 등 주위 동태를 파악하고 있었다.
인적 드물고 고요하던 강원 원주의 한 별장이 일순간 정치권과 언론의 주목을 한 몸에 받고 있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