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병렬 대표가 내년 총선 공천에서 대대적인 물갈이의 조 짐을 보이자 한나라당 소속 영남 중진의원들이 이에 반발, 각종 음모론이 돌고 있다는 소문으로 당내 분위기가 뒤숭 숭하다.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
특히 음모론은 자칫 당권투쟁으로 비화될 가능성도 있는 만큼 한나라당 지도부는 음모론의 실체와 진원지, 진위 등을 분석하며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한나라당 내 대표적 음모론은 ‘당 중진들의 최 대표 흔들기가 이회창 전 총재 복귀 음모에서 비롯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한나라당에는 최 대표가 취임 2개월을 맞았음에도 좀처럼 지도력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 적지 않다. 최 대표측은 최 대표의 노력이 부족했음을 시인하면서도 특정 세력이 노골적으로 최 대표 체제를 부정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운영위원회의 등에서 최 대표의 문제점을 침소봉대해 공개 거론하는가 하면 최 대표를 반공개적으로 비판하는 의원들도 늘고 있다. 의원들이 노골적으로 당 대표를 비난하는 것은 과거에 보기 어려운 광경이다.
한나라당의 한 의원은 “이회창 전 총재와 가까웠던 중진의원을 중심으로 최 대표 지도력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분위기가 있다”면서 “결국 내년 총선을 앞두고 ‘최 대표만으로 총선을 치를 수 없다’는 점을 집중 부각시켜 이 전 총재 복귀 명분을 만들려는 의도로 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이 시나리오에 따르면 이들 그룹은 입지가 불안해진 최 대표에게 혼자서 총선을 책임지려 하지 말고 이 전 총재를 전국구 1번으로 영입, 책임을 나눠가질 것을 충고하며 이 전 총재 복귀의 발판을 마련한다는 것이다.
또 다른 한나라당 의원도 “최 대표를 중심으로 총선을 치르기 힘들 것이라고 보는 의원들이 노골적으로 최 대표의 지도력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면서 “이들의 대안은 결국 이 전 총재”라고 말했다.
▲ 윤여준 의원 | ||
문제는 윤 의원이 8월 초 사업가 S씨로부터 갑자기 고소를 당하면서 비롯됐다. 고소사유는 S씨가 2000년 총선 당시 한나라당 전국구 공천을 받기 위해 윤 의원과 소개자인 김아무개씨에게 2억원을 제공했는데, 전국구 공천을 받지 못한 만큼 돈을 돌려달라는 것이다.
윤 의원이 난데없이 고소를 당하자 당내에선 즉각 대구와 영남지역 의원들이 윤 의원과 최 대표에 대해 ‘반격’에 나선 것이라는 음모설이 제기됐다. 최 대표가 구상하는 공천이 영남권 중진들을 대거 물갈이 대상에 포함시키는 것이며, 윤 의원이 총대를 멜 것으로 예상한 영남의원들이 견제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윤 의원은 지난 2000년 총선에서 여의도연구소장과 총선기획단장을 맡아 공천 물갈이 작업을 주도했으며, 이로 인해 일부 당내 중진들로부터 원망의 대상이 됐다.
특히 2000년 총선 당시 전국구 공천 헌금 문제는 이회창 전 총재까지 조사해봐야 진실이 밝혀지는 문제이며, 굳이 2억원 때문에 윤 의원을 고소할 이유가 있느냐는 점으로 인해 이런 소문이 확산됐다.
고소인 S씨는 대구에서 사업을 하며 영남권 의원들과 두루 친분을 맺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부에선 이번 고소건으로 인해 벌써부터 윤 의원이 공천 실무작업에서 배제될 것이란 추측마저 나오고 있다.
윤 의원은 이와 관련, “나도 이 같은 음모론을 들었다”면서 “그렇지만 진실을 누가 알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고소인 S씨는 음모론을 일축하고 있다. 검찰이 수사를 하고 있는 만큼 이 사건은 검찰수사를 통해 진실이 가려질 전망이다.
한나라당에는 이밖에도 물갈이 시나리오와 관련된 또 다른 음모론이 횡횡하고 있다. ‘중진 대거 숙청론’과 ‘영남권의 절반 이상 물갈이론’ 등 대부분 공천 물갈이와 관련돼 있다. 실제 한나라당 영남권의 경우 60세 이상 의원이 대구에선 11명 중 9명, 경남에선 16명 중 12명에 달하는 등 대표적인 정치 고령화 지역이다.
‘영남권은 본인의 능력에 상관없이 상당수의 의원들을 교체해야 한다’는 당위론 때문에 한나라당 지도부는 여러 가지 묘안 짜내기에 골몰하고 있다.
한나라당에선 비중 있는 신인을 발굴해 나이 많은 현역의원들에게 1:1 경선을 붙여 현역의원을 배제시키는 시나리오가 유포되고 있다. 당 지도부는 사실상 직·간접적으로 신인을 지원 지지하는 셈이다. 이럴 경우 아무리 현역의원이 지역기반을 탄탄히 다졌더라도 버티기 힘들 것이란 계산이다.
또 친노무현 신당의 출현에 따라 맞불을 놓으려면 참신한 인물로 바뀌어야 한다는 세대교체 바람을 당 지도부가 대대적으로 조성하고 있다는 의혹도 높아가고 있다.
한나라당 영남권의 한 중진의원은 “당헌상 대표 마음대로 물갈이를 진행할 수 없는 데도 최 대표는 공천 물갈이를 떠들고 다닌다”면서 “최 대표부터 물러나지 않으면 아무도 세대교체형 물갈이에 동조하지 않을 것”이라고 반발했다.
또 다른 한 영남지역 의원은 한나라당 의원총회장에서 “명예로운 은퇴를 생각해왔는데 지도부가 세대교체 바람을 일으켜 인위적으로 쫓아내려는 인상을 주면 하고 싶어도 못한다”면서 “몰아내려는 시도를 중단하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들 중진의원들은 최 대표를 중심으로 실제 대대적인 물갈이를 위한 음모를 진행중인 것으로 보고 있다.
한나라당 내에선 당내 경선방안이 마련될 오는 10월부터 본격적으로 이전투구 양상이 나타나 살아남으려는 의원들 사이에 음모론이 더욱 팽배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김영선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