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난 겹치면 투자자들만 ‘골탕’
왼쪽부터 강덕수 STX 회장, 현재현 동양 회장.
셀트리온 측이 추가 담보를 제공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주식담보 관련 우려는 일단 잠잠해졌지만, 올해 만기를 맞는 담보계약이 적지 않다는 점에서 여전히 진행 중인 이슈다. 셀트리온홀딩스는 셀트리온제약 주식 76만여 주도 담보로 제공했는데, 최근 셀트리온제약 주식을 전량 셀트리온에 넘기면서 담보 제공자가 바뀌었다.
사실 재계에서 주식담보대출 사례는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대표적인 곳은 동양그룹이다. 현재현 회장은 그룹 지주사인 (주)동양의 경우 직접, 핵심 계열사인 동양증권은 동양레저를 통해 지배하고 있다. 현 회장 일가가 보유한 (주)동양 지분은 2300만여 주인데, 2200만 주가 담보로 잡혀있다. 동양증권의 최대주주인 동양레저는 보유 지분 1800만여 주 전부가 담보로 제공된 상태다. 이처럼 현 회장 일가 주식 대부분이 담보로 잡힌 이유는 후계구도와 경영정상화를 위한 유상증자 등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했기 때문이다.
최근 경영난으로 궁지에 몰린 STX그룹 강덕수 회장도 비슷하다. 지주회사 격인 STX(주) 보유 지분 700만 주가 모두 담보로 잡혀있다. STX는 STX조선해양의 최대주주인데, 지분의 절반이 STX팬오션의 대출 담보로 제공됐다. STX가 가진 STX팬오션 지분 5600만 주 가운데 3700만 주가, STX중공업 지분 1200만여 주 가운데 540만 주에 담보계약이 체결돼 있는 것이다. 현재 STX그룹은 채권단의 경영관리를 검토 중인데, 이렇게 되면 담보로 맡긴 주식이 채권단 소유로 바뀔 수도 있다.
동양이나 STX는 그나마 회사 사정이 어렵다 보니 주식담보대출이 불가피하다고 치더라도, SK그룹처럼 재계 최상위 그룹에서도 주식담보대출은 일반적이다. 최태원 회장이 보유한 SK C&C 주식의 34.4%가 한국증권과 우리투자증권 등에 담보로 잡혀있다. 대출시 담보주식가치의 60~70% 선에서 자금을 빌리는 것을 고려하면 차입금 규모는 4000억 원 안팎으로 추산된다.
이밖에도 재계 2위 현대차그룹의 정몽구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허창수 GS그룹 회장, LG가인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 구본식 희성그룹 사장, 구본준 LG전자 부회장 등도 주식을 담보로 잡히고 돈을 빌렸다.
이처럼 총수들이 주식담보 대출을 받는 이유는 돈이 없기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재벌 총수라고 해도 현금을 쌓아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재산의 대부분이 주식이고, 일부 부동산도 단기간에 현금화가 쉽지 않다”면서 “그러다 보니 현금이 필요한 경우에는 주식을 담보로 돈을 빌리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총수가 담보로 제공한 주식은 처분 등 재산권 행사는 불가능하지만, 특별한 위법 행위가 없는 한 의결권 제한을 받지 않아 지배력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빚을 갚을 수만 있다면 주식담보대출은 주가에 그리 위협적인 요소가 아니다. 다만 회사 사정이 어렵고, 주식담보대출이 비정상적으로 많은 경우에는 투자 시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 담보로 잡힌 지분이 언제 시장에 쏟아질지 모르기 때문이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담보가 된 주식의 발행회사 경영이 어렵다면 빚 상환이 쉽지 않을 수 있다”며 “제때 빚을 갚지 못하면 담보권자는 주식을 시장에 내다팔아 돈을 회수할 수밖에 없는데, 이 경우 주가가 크게 하락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그러면 담보 처분이 이뤄지기 전까지는 괜찮은 걸까? 꼭 그렇지만은 않다. 주식담보대출을 취급하는 일부 증권사들이 이를 빌미로 영악한(?) 투자 행태를 보이는 경우도 있다. 한 외국계 증권사 출신 인사는 “일부 외국계 증권사는 주식을 담보로 돈을 빌려줄 때, 해당 기업의 주가가 하락할 가능성에 돈을 투자하는 경우가 있다. 공매도나 선물·옵션 등을 통해서다. 주식을 담보로 돈을 빌리는 회사 대부분이 사정이 어렵다 보니 주가가 하락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며 “또 주가 하락에 따른 담보가치 하락 위험을 회피하기 위해서 주가 하락에 대한 베팅으로 수익을 내 손실을 줄이려는 의도도 있다”고 귀띔했다.
최열희 언론인
셀트리온·알앤엘 등 잇단 악재 바이오주=아니오주?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의 느닷없는 경영권 매각 소식에 이어 알앤엘바이오의 상장폐지까지 겹치면서 바이오 투자자들이 초상집 분위기다. 잊을 만하면 터지는 바이오주 관련 악재들 때문에 이젠 바이오주를 아예 기피하는 현상까지 빚어지고 있다. 지난 4월 25일 서울남부지방법원은 알앤엘바이오가 한국거래소를 상대로 낸 상장폐지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알앤엘바이오의 외부감사인인 삼일회계법인은 지난 17일 줄기세포 추출·배양행위 적법성, 관계기업과 종속기업에 대한 투자 적정성 의문 등을 이유로 알앤엘바이오의 감사를 거절했고, 한국거래소는 이를 이유로 코스닥 상장폐지 결정을 내렸다. 셀트리온이나 알앤엘바이오처럼 ‘사건’이 터지지는 않았지만 국내 간판급 바이오주들의 모습은 초라하기 그지없다. 1년 전보다 주가가 네 배 넘게 오른 바이오니아는 지난해 43억 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적자폭이 줄고 있다지만 아직 흑자전환까지는 요원하다. 같은 기간 주가가 2.5배 이상 오른 서흥캅셀 역시 2012년 영업이익이 46.4%나 급감했다. 메디포스트 파미셀 등도 적자 상태가 계속되고 있다. ‘황우석 사태’로 큰 충격을 받았던 바이오주 투자는 셀트리온·알앤엘바이오 사태를 겪으며 다시 한 번 상처를 입었고, 경기불황을 거치면서 또 다시 실적 우려에 휩싸이면서 투자 동력을 잃는 모습이다. 한 펀드매니저는 “일반 의약주와 바이오주가 다른 점은 신약효과인데, 어마어마한 개발비가 드는 데다 판로 확보도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그러다 보니 대부분의 바이오벤처들은 일반 홍보부터 해서 투자금을 끌어 모으게 되는데, 이후 계속 투자자들을 붙잡기 위해 기대감을 과도하게 부추기는 경향이 있다”며 “이 같은 악순환의 고리를 끊지 못한다면 바이오주의 롤러코스터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열희 언론인 |